강덕현展 / KANGDEOKHYUN / 姜徳鉉 / painting   2018_1123 ▶︎ 2018_1213 / 일요일 휴관

강덕현_씽씽이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130.3×162.2cm_2018

초대일시 / 2018_112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미고 GALLERY MIGO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24 팔레드시즈 2층 Tel. +82.(0)51.731.3444 www.gallerymigo.co.kr

과거여행자 ● 나에게는 8살 많은 큰누나와 6살 많은 작은누나가 있다. 집에는 누나들이 사놓은 라디오와 조성모 카세트테이프가 있었다. 나는 누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90년대 문화를 받아들였다. 내가 중학교를 들어갈 무렵 누나들은 인천으로 출가를 하였다. 누나들과 같이 쓰던 방은 오롯이 나의 공간이 되었고 군대를 다녀와 방 청소를 위해 오래된 창고를 정리했다. 그곳에는 누나들이 두고 간 우리의 과거가 있었다. 오래된 사진, 카세트 플레이어, 일기장, 다이어리 같은... 나는 순간 타임머신을 탄 듯 그때의 향수를 진하게 들이마셨다. ● 어른이 되려면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성숙한 불안 또한 내가 배워야 할 어른의 것이었을까. 어렸을 적 나의 전부였던 모든 것들은 유치한 것들이 되어 있었고 뚜렷한 형체 없는 불안은 깊고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만화영화는 다 거짓이었을까. 현실에서 언제나 이기는 것은 괴물 쪽이었다.

강덕현_Analog Channel (영심이)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53×45.5cm_2018
강덕현_Analog Channel (이상한나라의 폴)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53×45.5cm_2018

그래, 만화! 어렸을 적 전대물 비디오 속 괴수들을 물리치는 용감한 영웅이 내게 필요했다. 과거, 자욱이 먼지가 쌓인 유치한 나의 과거. 나는 나의 영웅을 찾기 위해 과거 여행을 시작했다. 아직 현실에서 타임머신은 공상과학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나는 타임머신이 없어도 과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때의 이미지, 그때의 냄새, 그때의 촉각, 그때의 소리, 그때의 행동으로. (예를 들면 그때 보았던 만화를 다시 찾아본다든지 그때 샀던 장난감을 다시 모은다든지 그때 했던 생각들을 다시 생각한다든지 하는... 이 행위들은 곧 작업과 연결됐다. 그때의 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보면)

강덕현_Analog Channel (토이스토리)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53×45.5cm 2018
강덕현_귀주대첩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162.2×130.3cm_2018

어렸을 적 우리 집 텔레비전에는 지금처럼 케이블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그 당시 나의 기억으로는 12개의 유선채널과 그 외 해적 채널이 전부였던 것 같다. 유선채널을 지나 해적 채널을 지나갈 때는 마치 미지의 섬을 탐사하는 것 같았고 채널 100번을 넘어가는 것은 금기의 땅으로 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미지의 섬들 중에 나는 나의 판타지로 가득한 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채널에서는 아침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옛날 만화 영화를 틀어주었다. 어느새 텔레비전은 항상 나와 마주 보고 친구처럼 앉아 있었다. 만화 영화 속 세상은 화려했고 특별했다. 힘이 세고 멋진 주인공, 거대한 로봇, 무서운 악당, 신비로운 세계... 나는 그 세상을 동경했고 장난감 가면을 쓰고 플라스틱 칼을 휘두를 때면 잠시나마 그들이 된 것 같았다.

강덕현_바베큐 파티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162.2×130.3cm_2018
강덕현_Analog Channel (마스크)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53×45.5cm_2018

이렇듯 다양한 방법으로 나는 과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 흐릿해져가는 과거의 이미지들 속에서 나는 그때의 나를 마주했다. 나의 과거에서 나는 언제나 무적선역이었다. 그때 나는 언제나 괴물을 물리쳤고 현재의 거대한 괴물 앞에서 나는 과거의 내가 필요했다. ● 이 여행의 끝은 만화영화처럼 언제나 해피엔딩일까. 오늘도 나는 낡은 타임머신에 올라탄다. ■ 강덕현

Vol.20181126g | 강덕현展 / KANGDEOKHYUN / 姜徳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