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ppo Mania Meet the Painting

김병관_양경렬_유용선_이상원_이호억展   2018_1129 ▶︎ 2018_1215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20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터테인 스테이지 ARTERTAIN stag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아름다운 마초의 길 ●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다.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시골 외갓집 안방, 커다란 유리 재떨이 옆에는 반질반질하게 닳은 라이터가 있었다. 물론, 호랑이 할아버지가 사용하는 물건이라서 아무도 건드리지도 못했지만, 우리 어린 아이들에게 그 라이터를 만진다는 것은 세상의 결계를 깨는 것처럼 무서운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 만난 지포(zippo) 였다. 감히 건드리지도 못했던, 그 반질반질했던 물건을 나중에 조금 더 큰 시절에, 난 그것을 만졌고 뚜껑을 열어보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청명한 소리와 촉감을.. 그것은 깡! 하고, 열렸고 내가 만져봤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던, 가장 부드러운 금속이었다. ● 지포는, 1932년 미국 펜실베니아 브래드포드라는 작은 시골에서 최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Mr. Zippo'로 불리는 조지 G. 브라이스델 (Gorge G. Blaisdell)이 그 지포를 세상에 처음 알리게 된 사람이다. Zippo는 당시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송을 받았던, 지퍼 (zipper)처럼, 최고의 발명품임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었다고 한다. ● 그런, 지포가 만들어 졌을 때, 본의 아니게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한국전과 베트남전이었다. 2차 대전에서, 전투 식량을 데웠고, 거센 바람 속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전쟁의 공허함을 달래는 담배에 불을 붙였을 것이고, 특히, 내가 처음 접했던, 지포 라이터는 한국전을 겪으면서, 가장 부드러운 금속으로, 외갓집 안방에 왔을 것이고, 베트남전에서는 미육군 안드레즈 중사의 가슴으로 날아 온 총알을 막아 준 영웅적 일화로 유명세를 떨친 것 역시, 지포이기도 했다. ● 지포는 평생, AS로 유명하다. 망가진 지포는, 지포 박물관에 전시되고, 망가진 지포의 구매자들에게는 새로운 지포로 바꿔준다. 그들이 사용했던 시간이 묻어있는 지포가 지포 박물관에 전시된다는 것. 엄청나게 멋있는 발상이다. 지포는 절대 일회적인 제품이 아니라 항상, 우리의 곁을 밝히고 따뜻하게 만드는 말 그대로 라이터라는 자부심인 것 같다. 그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 인 것이다.

김병관_The AD_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cm_2018
김병관_The AD_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cm_2018
양경렬_We have nothing to fear_리넨에 유채_73×91cm_2017
양경렬_windy girl_리넨에 유채_90×90cm_2018
유용선_STUCK(the happy k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 _2018
유용선_T-본 스테이크와 음료가 있는 정물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53cm_2018

마초는 남자를 일컫는 스페니쉬다. 너무나 남자다운 나머지 그 반대적 성향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부정적 의미의 남자를 일컫는다. 마초. 그들은 항상 담배를 물고 있고, 지포로 그 담배에 불을 붙인다. 지극히 나는 마초, 남자임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들이 깡!하고 지포의 뚜껑을 열고 담뱃불을 붙이는 것이 하나도 멋지지 않지만, 소중하게 그 지포를 간직하고 의미를 두는 모습을 보면 절대 마초 같지 않다. 따라서 마초는 그냥 남자를 일컫는 말.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님을 알게 된다. 지포에 대한 무궁한 애정으로. 그들의 삶은 마냥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아름다운 마초의 길. ● 그 마초가… 아니 지포가 그림을 만난다. 여태까지의 콜라보레이션은 제품에 그림을 아무런, 맥락도 없이 그냥 옷처럼 입혔다. 말하자면, 컵에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그대로 얹히고, 이건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티셔츠에 작가의 이미지를 그대로 얹히고 이것도 역시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었다. 여태까지의 콜라보레이션은. 해서, 본 전시는 지포는 지포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각자의 길을 걷는 식으로 콜라보레이션이 된다. 지포에 미쳐있는 매니아들은 자신이 그 동안 컬렉션했던, 지포들을 보여주고, 작가 다섯명은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 물론, 주제는 지포이기는 하다. 하지만 철저하게 작가 자신이 느끼는 지포일 뿐이다.

이상원_Students_종이에 수채_32×42cm_2014
이상원_우산_종이에 수채_43×31cm_2017
이호억_빈 집_장지에 식물성 안료, 석채, 분채_92×79cm_2018
이호억_운장산_화첩에 석채_50×35cm_2018
Zippo Lighter poster 1949

김병관작가는, 거칠지만 정제된 스트로크로 말보로맨을 그렸다. 양경렬 작가는 특유의 반사적 이미지로 불꽃을 그리고, 유용선 작가는 지포를 자신의 캐릭터 레서피 작업 속에 놓여진 스테이크로 표현했다. 이상원 작가는 군중들을 표현함으로써, 지포의 유용함을, 이호억 작가는 거친 필묵으로 지포의 불길을 그려냈다. ● 지포는 이렇게 다섯의 작가들을 만난다. 물론, 반대로 다섯의 작가는 지포를 만난다. 그리고 생겨날 시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은 각자의 길을 명확하게 가져 갔을 때, 먼저 만남이 이루어진 후에 생겨난다. 그 만남이 애처로워 도저히 그대로 끝날 수 없다면, 좀, 거친 말이지만, 지포에 작품 이미지를 그냥 얹히는 방식이라도 서로 만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만남 그 자체로 서로를 조금 알았다는 것. 그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울 수 있는 만남이지 않을까. 첫번째로, 지포가 만난 그림. 첫번째로 그림이 만난 지포. 반갑습니다. ■ 임대식

Vol.20181129h | Zippo Mania Meet the Paint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