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Haiku : Incheon Cider Chiba)

고정남展 / KOJUNGNAM / 高正男 / photography   2018_1221 ▶︎ 2018_1228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9.5×3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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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남 블로그_blog.naver.com/arirangseoul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 SUNKWANG ART MUSEUM (SUNKWANG CULTURAL FOUNDATION)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4(중앙동4가 2-26번지) Tel. +82.(0)32.773.1177 www.sunkwang.org

고정남은 싱겁고 가벼운 사진을 심각하고 엄격하게 찍는다. 일상적으로 어디선가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좋은, 남길 만하지도 않고 별로 기념이 될 만하지도 않을 것 같은 사진을 빈틈없이 열심히 찍는다. 제목이 암시하듯 그는 자기가 살고 있는 인천의 한 지역과 일본 유학 초기 시절에 몇 달 살았던 일본 '치바(千葉)'에서 겹쳐지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이쿠(俳句) 같은 압축적이고 번쩍이는 섬광 같은 일상의 진실을 사이다(Cider) 거품처럼 가벼운 사진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일상의 경험과 사물 속에서 열일곱 자로 압축되는 절정의 시를 쓴 마츠오 바쇼(松尾芭蕉)처럼 "모습을 앞에 두고 마음은 뒤에" 두는 심심한 사진을 찍은 것이다. 텍스트를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구성하는 시와는 달리 이미지를 하나의 프레임에 중첩적이고 지표적으로 구성한 사진을 고정남은 찍은 것이다. 무의식에 녹아 있어서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사물, 건물, 풍경, 상황 등을 찍은 그의 사진을 일본의 저명한 사진가 호소에 에이코우(細江英公)가 "초평범(Super Normal)"이라고 명명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일상의 단면을 사진적으로 표현했다고 평한 것이다.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가 초평면(Super Flat)이라고 명명한 자신의 미술적 근거를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유키요에(浮世絵)에 근거한 것과 논리적 유사성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나는 고정남의 작품을 평범이 초월적으로 특징 지워져 있는 메타-평범한 사진이라기보다는 골계를 매개로 하여 평범한 일상을 일상의 틀 안에서 일상을 변형하거나 새롭게 발견한 결과로 느꼈다. 일상을 관념적으로 대상화 시켜서 개념적으로 고찰하고 파악하기 보다는 일상을 골계, 특히 해학을 통해서 재발견하는 세계로 파악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게 존재해서 있는 지도 모르고 지나치던 사물이나 상황이 카메라 프레임 속에서 새롭게 발견되고 인식되는 세계라는 점에서는 리얼리즘과 괘를 같이 하나, 리얼리즘이 갖는 공격성이나 비판성이 고정남의 사진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풍자도 없다. 그냥 무심하게 따뜻하고, 차별 없이 포용적이다. 비루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그 일상에 동화되어 있는 사람이나 사물, 풍경, 상황을 은근슬쩍 조작하고 재구성하여 자연스럽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찍혀 있다. 그러나 조작과 구성을 은폐하여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이며, 매우 엄격하고 엄밀하게 찍는 것이다. 하이쿠적 간결성과 단순함은 이런 태도와 노력 속에서 까마득하게 구현되는 것이다.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8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3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8

골계를 하나의 예술적 장치로 일찌감치 분석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의 "시학"에서 비극만큼 체계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비극에 대비해서 희극을 추하고 비루한 대상을 볼 때 느끼는 기쁨으로 설명하였다. "희극은 저급한 유형의 인물들을 모방한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파괴적이 아닌 어떤 결함이나 추함 속에 깃들어 있다"고 그는 "시학"에서 말했다. 잘난 이를 모방의 대상으로 동일시하여 간접적으로 비극을 체험하여 카타르시스를 통해 대상과의 동일시를 해소하고 분리한다는 것에 반해서, 희극은 처음부터 웃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기는 대상과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게 하여 대상을 내려다보면서 방심하게 한다. 긴장하다가 마음을 풀어놓으면서 발생하는 후련함과 통쾌함이 희극에서 골계가 주는 효과라고 한다. 이 분리와 거리가 발생시키는 소격효과로 웃기는 자는 자기를 대상화 하여 스스로를 맥락이나 구조에 비틀어진 틈 사이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이 착오적으로 되어 불능화 되고 무능화된다. 베르그송은 어려운 것이 쉬운 것으로, 복잡한 것이 단순한 것으로, 강한 것이 약한 것으로 전환되면서 적응하는데 동원되면서 사용되는 에너지격차에서 잉여에너지로 방출되는 것이 웃음이라고 한다.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8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5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8

고정남의 사진에서 잉여의 양은 매우 적다. 드라마틱하지 않다. 사진 속 배경도, 찍히는 사람이나 사물도, 또 이것들로 구성되는 상황도 너무 사소하게 자연스러워서 한 장, 한 장 사진으로서는 그 진면목을 캐치하기가 쉽지 않다. 전시를 통하여 집적되고 배치되면서 맥락이 재구성되면서 미세한 잉여가 증폭되고 별로 사진적이지 않던 사진들이 사진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별스럽지 않아서 찍힐 만 하지도 않고 또 딱히 사진으로 남길 이유가 없던 시시한 것들이 사진으로 재현되면서 볼 만하게 되는 것이다. 눈에 확 뜨이지는 않는데, 보고 나면 거머리처럼 기억에 흡착되어 수시로 뜬금없이 그 이미지의 상황들이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풍선에 바람 빠지듯이 나는 피식거리며 실없이 웃었다.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50cm_2018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50cm_2018
고정남_하이쿠-인천사이다치바#0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50cm_2018

이런 싱거움이야말로 고정남 사진의 골격이다. 무의식처럼 배치된 일상의 한 부분을 발견하여 포착하고, 스스로 그 포착된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설정하고, 그 거리를 해학으로 매개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일상을 매우 비일상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비일상적인 사진들이 전시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초'일상적인 씬(scene)으로 관객에게 제시되는 것이다. 이 싱거움을 위해서 피사체와 주관적으로 거리를 설정했어야 하며, 그 주관적 정서적 거리를 객관적 물리적 거리로 대체하기 위하여 사진 찍는 행위가 진지하고 엄밀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적 이미지 그 자체야 사진적 프레임 속에서 완결될 수밖에 없지만 그 이미지를 있게 한 행위 그 자체는 이미지의 지시적 상황과 분리될 수가 없다. 이러한 구성적 지칭성 속에서 사물과 사물이 프레임 속의 맥락에서 미끄러지거나 어긋나면서 맹렬한 아이러니나 갑작스러운 비현실성, 웃어도 될지 모르는 공포나 슬픔에 대한 무표정, 진지한 농담이 배치된다. 표면에서 멍청하고 웃기는 상황이나 행동이 배치되면 될수록 심각하고 무거운 어떤 감정이 담기는 것이다. 그 결과 사진이 가지는 매체적 특성보다는 사진이 사용되는 방식과 그 사진이 전시되는 방식으로 표현의 중심이 이동되고, 사진이 더욱 사진 너머에 있는 이미지가 가지는 의미의 중첩성을 환유적으로 확장하여 개념적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사진 아닌 사진 같은 느낌이 채워져서 사진이 시시하고 싱겁게 보이는 것이다. 사이다의 탄산 거품같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진인 것이다. ■ 김웅기

Vol.20181221f | 고정남展 / KOJUNGNAM / 高正男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