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시성

이수철展 / LEESOOCHUL / 李樹喆 / photography   2018_1221 ▶︎ 2018_1230

이수철_Moro Tower-01_종이에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100×66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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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122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cafe.daum.net/gallerybresson

非同時性 ● 작품구상의 거의 끝나갈 무릎, 전시제목을 고민하든 중 비동시성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비동시성의 단어의 정의를 위해 비동시성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 해보았다. "비동시성" 동시성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영상과 음향이 일치하지 않는 것. 예를 들어 연주를 할 때 악기가 서로 박자가 맞지 않는다거나,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입모양과 노래가 싱크로 되지 않았을 때 이 용어로 정의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동시성과 항상 붙어 다니는 개념 「에른스트 블로흐」의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다. 그는 독일사회를 연구하면서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과거의 가치와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새로운 관념을 내세운 이들의 이질적 요소들이 모두 한 시대에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의 공존을 의미하고 있었고, 이 모순된 공존은 현재와 과거가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뒤엉켜있는 것이다. 빛 자체가 이미 과거의 것인 것처럼 지금 보이는 것이 현재라고 보여도 결국 머릿속 잔상에 불과하다. 이러한 시간대가 겹쳐져서 남기는 잔상 즉, 사진이 가진 시간의 특성을 토대로 비동시성이란 작업을 시작했다. 한 곳의 촬영장소가 결정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시간의 틈을 두고 촬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작업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되면, 그 사진 안에는 사계절의 시간을 모두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작업은 같은 장소의 중복된 이미지를 각기 다른 계절과 시간대에 촬영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것이다. 사진은 사실성을 갖고 있는 매체다. 또 한 사진은 시간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의 양에 따라 작품의 이미지는 달라지고 의미와 해석도 달라진다. 내가 표현하고자한 비동시성은 같은 시공간에 과거와 현재가 비이성적으로 시간을 공존시키는 것이다. 사진은 회화와 달리 기록된 그 시점에서 이미지가 주로 회자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진은 찍히는 순간 그 시점의 한 장면은 영원히 박제되어 그 순간만의 시간성을 가진다. 이 번 작업이 시대를 관통하는 긴 시간의 의미는 담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장소에서의 다양한 시간대와 계절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담으려 노력했다. 여러 시간대에 걸쳐 촬영된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시점의 이미지를 발견 할 수 있을지 이 또한 보는 이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 이수철

이수철_Tokyo Dome_종이에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66×100cm_2018
이수철_Tokyo Tower_종이에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66×100cm_2018

시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 ● 이수철은 사진을 '만든다'. 덧칠하거나(아키텍처 포토그라피) 합성을 하거나(환상의 에피파니) 포개서(비동시성-제주) '만든다'. 사진이란 사실적인 매체라고만 알고 있던 내게 이는 낯선 세계처럼 보였다.

당신은 어느 시간대에 속해 있었을까 ● 이수철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업을 '비동시성-제주'라고 명명했다. 작가가 말하는 비동시성이란 '같은 시공간에 과거와 현재가 비이성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동시성-제주에는 하나의 사진 안에 사계절이 모두 들어있다. 특정 장소를 계절의 틈과 시간의 틈을 두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에 걸쳐 찍은 후 포갰다. 당연한 일이지만 상당히 유니크한 사진이 만들어졌다. ● 이수철의 사진을 감상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다시 말해 겹침 현상 그 안쪽까지 들여다봐야하기 때문이다. 상상너머의 것을 보고 안 보고는 오로지 감상자의 몫이다. 단순히 일별하고 지나간다면 아름다운 사진을 음미한다는 것 외에 더는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 했던 보물찾기 놀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유심하게 자세히 감상해볼 일이다. 작가는 알고 싶어 한다. 예측이 용이하지 않은 이들 사진 이미지를 보면서 관객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에 대해. 이는 사진을 만든 작가의 입장에서 궁금히 여기는 지점인 동시에 두근대는 가슴으로 기다리는 반응이기도 하다. ● 이수철이 촬영한 사계는 수없이 많은 겹침 현상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예외 없이 사진의 어느 한쪽에는 선명한 부분이 자리하고 있다. 중첩되어 나타난 사진과 대비를 이루면서 도드라져 보이는 이 생생하고 분명한 이미지는 모두 네모꼴 안에 들어있다. 직사각형 또는 정사각형 안의 이미지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사진의 모습이다. 이 부분은 작가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하나를 살짝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방법인 것 같은데 작가야 뭐라 하건 나는 이것을 현시점이라 인식하겠다. 명료하고 또렷한 바로 지금의 시간, 현재 말이다. 그렇다면 초점이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중첩된 부분은 지나가버린 시간과 기억일 터인데, 거기에는 무수히 스쳐지나갔을 바람과 비와 먼지가 그리고 그 주변을 걸었거나 뛰었거나 혹은 울면서 한숨지으며 지나갔을 사람들의 흔적 같은 것도 오버랩 되어있을 것이다. 그 장소에 잠시잠깐이라도 머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보면서 한번 상상해 보라. 저 겹쳐 보이는 사진에서 당신은 과연 어디쯤에 속해 있었을까.

이수철_고성1길5_종이에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66×100cm_2018
이수철_법환동326-1_종이에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66×100cm_2018

계절과 시간이 만들고 간 궤적 ● 이수철이 2008년 무렵 작업했던 '아키텍처 포토그라피(architecture photography)'와 2011년의 '화몽중경', 2016년 'day dream' 그리고 이번에 내놓은 '비동시성-제주'에는 일관된 이미지의 표현방식이 있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두 '시간'이다. ● 이수철은 과거 어느 한때 오래 되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거나 철거당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특히 철근이나 철골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낡은 건축물들이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위로해주고 싶었다. 작가가 결정한 위로의 방식은 이 아무 쓸모없이 버려진 건축물을 꾸며주자는 것이었다. 찍어놓은 사진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마치 염장이가 주검의 얼굴을 화장하듯이 사진을 치장했다. 작가의 손을 거치자 더럽거나 낡았거나 보기 싫었던 건축물이 고운 녹색이거나 신비로운 보라색 혹은 아름다운 청색으로 변모했다. 리터칭을 통한 미화작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작가가 사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작한 결과물이었다. ● 아키텍처 포토그라피가 의도적으로 조작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그 다음 작업이었던 화몽중경은 조작되어지지 않는 꿈 즉 작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붙잡을 수 없지만 붙잡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애썼으며 이를 위해 필드용 4X5카메라를 사용했다. 화몽중경 시리즈는 초현실적 꿈의 세계를 앵글에 담아낸 작품들이다. ● 비동시성-제주에서도 그 이전의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수철은 시간을 다뤄보고 싶었던 것인데,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계절과 시간이 만들고 간 '궤적'을 표현했다는 점. 그러자니 과거 작업들에 비해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공력도 많이 들어갔다.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아무리 짧게 잡아도 일 년 세월이었을 것이다. 음식으로 치자면 기다림과 숙성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짐작컨대 한 계절에만도 서울과 제주 사이를 수차례 오갔을 테니 그 수고야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품을 들인 만큼 좋은 사진이 나왔으니 보람 또한 클 것이라 미뤄 짐작되지만, 모름지기 작가란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니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이수철_추사로93-1_종이에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100×66cm_2018

시간을 붙들 수만 있다면 ● 이수철의 사진을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홍대 앞 '하루키'에서였다. 하루키는 당시 작가가 운영하던 일본식 선술집 상호다. 어느 야심한 밤 하루키에 앉아서 정말이지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당시 내가 본 사진은 월간 현대문학 표지화를 통해서였으며 화몽중경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다. 다분히 몽환적이었다. 꿈, 환상, 몽상 같은 이미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새롭고 신선했다. 그 사진에서 나는 설핏 이야기를 읽은 것 같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서 이름을 빌려다 썼다고 했을 때 대뜸 알아차리긴 했다. 이 작가의 사진에는 서사가 들어있겠구나! 꿈속의 풍경을 물감으로 그린 것 같은, 말 그대로 '화몽중경'이었다. 사진이 사진으로만 여겨지지 않았고 아주 잠깐 꿈의 세계로 들어선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알코올이 빚어낸 판타지였을지도. ● 비동시성-제주에서 나는 특히나 작품 '서귀포-1'이 썩 마음에 든다. 아, '서귀포-2'도 함께 포함시키고 싶다. 이번에 내놓은 작품 모두가 훌륭하게 여겨지지만 특정사진을 가려서 집어내는 이유는 겹침 현상이 각별히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점이 내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분간되지 않아 어리어리하게 보이는 사진들은 몽중인 듯 현실인 듯 신비롭게 여겨지면서 그만 내 마음에 안착하고 말았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안쪽에 얼마나 많은 기억과 시간의 조각들이 겹쳐 들어있을지 궁금한 나머지 이 비선형적 도형을 한 겹 한 겹 들춰서 들여다보고 싶을 지경이다. 그러면 지나간 시간을 찾아낼 수 있을까?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 90년대 홍콩영화 뉴웨이브를 이끈 왕가위의 영화 「동사서독」은 시간의 로맨스라 불리는 영화다. 갖지 못하더라고 잊지는 말자고 말하는 이 영화에 의하면 인간에게 번뇌가 많은 것은 기억력 때문이라는데 여기, 마시면 모든 걸 잊는다는 술 취생몽사가 등장한다. 주인공 중 하나인 동사 황약사는 기억을 잊고 싶어 취생몽사를 마시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서독 구양봉은 마시지 않는다. 나는, 아니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일까. ● 이수철은 시간을 작품 안에 붙들어두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대로 사라지지는 것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 신중선

Vol.20181221i | 이수철展 / LEESOOCHUL / 李樹喆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