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서재 시 소리 숲

민주주의자 故김근태 선생 추모展   2018_1221 ▶ 상설전시 / 월요일,1월 1일,설·추석연휴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아카이브 설치 / 이부록 영상감독 / 박문칠_김월식

기획 / 김근태재단

관람시간 / 09:30am~05:30pm / 월요일,1월 1일,설·추석연휴 휴관

민주인권기념관 Democracy and Human Rights Memorial Hall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 5층 조사실 15호 Tel. +82.(0)2.6918.0102~6 dhrm.or.kr

도심 한가운데 알 수 없는 건축물 작은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하철 1호선 남영역 플랫폼에서 보이는 7층의 검은 벽돌 건물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서있다.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유달리 5층 좁은 창이 눈에 와서 박힌다.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이다. 5층 끝 방 515호는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선생이 1985년 9월 4일부터 26일까지 물고문과 전기고문 구타를 당했던 조사실이다.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은 그들의 폭력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민주화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김근태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고문을 자행하였다. 김근태 뿐만 아니라 많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인사들이 고문당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5층엔 16개의 조사실이 있다. 현재 모습은 2000년경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박종철 열사가 숨진 509호를 통해서 당시 형태를 짐작할 뿐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목재 타공된 방음벽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음벽은 이곳에서 일어난 반인륜적 범죄를 지켜본 목격자이자 고통당한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감춘 은폐자였다. 모든 흔적이 지워진 것처럼 보였던 515호에서는 무수히 많은 구멍속으로 빨려들어 간 고통의 역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근태서재 시 소리 숲展_민주인권기념관_2018

남영동 515호에 전시된 근태서재 시 소리 숲은 아카이브 설치 작가 이부록이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선생의 서재를 상징적으로 복원한 작업이다. 작가는 조사실의 방음벽을 노출시켜 최대한 고통의 기억을 가리지 않고 서재를 재현하였다. 방음구멍이 보이는 서재조형은 비둘기집을 의미하는 고대의 납골묘 형식 콜룸바리움columbarium 양식을 모티브로 515호의 기둥이나 공조기로 굴곡진 공간에 벽감을 조성해 평평하게 만드는 의미로 차용하였다. 크고 작은 벽감을 통해 새롭게 노출된 벽을 만들고 원래 있던 방음벽을 뒤로 후퇴시켰다. 다양한 크기의 벽감에는 고인의 유품 및 오브제를 배치했다. 서재는 유품과 수감 중 읽었던 시집 25권, 방음 구멍을 재구성해 인두-점으로 필사한 시의 언어와 어록, 책 자료, 추모전시를 통해 창작된 기억사물, 삶을 기록한 영상 등으로 구성되었다.

근태서재 시 소리 숲展_민주인권기념관_2018

전시된 시집 25권은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선생이 수감되었을 당시 읽었던 책을 재현한 것이다. 그는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번갈아 당한 이후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거나 먹지도 못하였고, 두통이 심해 읽고 쓰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오직 '시' 읽기만 가능했다. 예술의 언어로 회복을 꿈꿨던 그의 흔적을 찾아 다시 남영동 515호로 가져왔다.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이들의 비명소리를 가둬버린 방음벽과 구멍 깊숙이 여전히 남아있을 고통의 소리를 감싸 안고 다독일 수 있도록 위로의 시를 준비했다. 시의 언어를 읽고 선택하고 낭송하여 소리를 남기는 과정을 통해 515호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는 관람객 참여 전시이다. 이부록 작가는 515호 공간에 다양한 상징과 메시지를 담았다. 서재조형은 무덤 형식인 콜룸바리움을 상징하고 그 안에 배치된 시집 책과 인두로 필사한 텍스트는 마치 묘 비석처럼 새겨져 존재한다. 영원히 잊지 않도록 불 인두로 아로새긴 민주화의 역사와 고통의 역사를 필사必死적으로 필사筆寫한다.

근태서재 시 소리 숲展_민주인권기념관_2018

남영동 조사실의 욕조는 물고문을 위한 시설로 설계되었다. 욕조가 갖춰진 조사실은 다른 수사기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사례라고 한다. 비록 현재 515호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남영동에서 조사 받은 사람 중 대다수가 물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칠성판'은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위한 도구로 다른 조사실보다 넓은 515호에서 사용하였다. 칠성판은 본래 시신을 눕히기 위해 관 바닥에 까는 얇은 널빤지인데 북두칠성을 본떠 일곱 개의 구멍을 뚫은 모양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원하는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515호 고문실로 끌려와 알몸으로 칠성판 위에 묶여 죽음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해야 했다. 작가는 조사실 가운데 전시된 파놉티콘을 형상화한 테이블에 '칠성판'을 연상시키는 오래된 나무를 배치해 전시하였다. 515호 공간 전체는 동심원 구조가 변형된 패턴을 구축한다. 방음구멍, 문에 달린 감시창 등 원형 구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징은 감시와 통제의 개념인 파놉티콘에서 가져왔다.

근태서재 시 소리 숲展_민주인권기념관_2018

공간 안의 모든 것은 원래 감시와 고문을 위해 고안된 것처럼 배치되어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방음벽은 내부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다른 방의 소리도 들리지 않게 고립시켰다. 자해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실 내 침대, 책상, 의자는 바닥에 단단히 볼트로 고정시켰고, 좁고 긴 창문은 탈출기도나 자살시도를 막았다. 조사실 상단 검은색 창 안에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모든 상황은 3층 모니터실로 연결되어 수사관이 없을 때에도 늘 감시를 받았다고 한다. 완벽한 감시와 통제의 공간에 작가는 다시금 파놉티콘 무늬를 바닥에 펼쳤다. 그 위에 등대를 상징하는 모형의 테이블과 조명스피커를 세웠다. 이 스피커에서는 함께 만드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듯 여럿의 목소리로 낭독해 만들어진 시가 울려퍼진다. 어두컴컴한 바다에서 외로이 희망의 불빛을 쏘아 올렸던 역사 속 등대지기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관람객은 이 테이블에 앉아 등대지기의 빛을 받으며 서재에 전시된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출구를 찾는 등대지기를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근태서재 시 소리 숲展_민주인권기념관_2018

전시를 통해 515호 전체는 감시와 통제, 폭력의 공간에서 무덤과 묘비로 상징된 추모의 공간이자 시를 낭송하는 위로와 치유의 공간, 필사적으로 필사하는 역사 기록의 공간, 그리고 빛을 쏘아 올리는 희망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여러 상징들로 겹쳐져 새로운 의미가 형성되는 공간으로 거듭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고통의 기억만을 안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추모의 마음, 따스함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가길 간절히 소원한다. ■ 김병민

근태서재 시 소리 숲展_민주인권기념관_2018

What happened at a small room in an anonymous building in the middle of the city in 1985? A narrow window on the fifth floor of a seven-story dark-brick building captures your eyes, a so-called Namyeong-dong anti-communist building occupied by a notorious secret police unit run by a ruthless dictatorship at that time. Room 515 at the end of the fifth floor is an investigation cell where the late Democracy Advocate Kim Geun-tae was mercilessly and inhumanely tortured with water, electric shock, and beating for two weeks from September 4 until September 26, 1985. The military dictatorship of Chun Doo-hwan tortured Kim to break him both physically and mentally for taking the lead in exposing the brutality of the regime and advocating democracy. It was not just Kim but innumerable pro-democracy and labor activists who were torture there in sixteen investigation cells on the fifth floor. Today, after building refurbishment in 2000, only wooden perforated sound-proof walls bear witness to the inhumane past, stifling torture victims' screams of pain and terror. ● The exhibition, "Geun-tae's Study: Poem, Sound, Woods" set up in Cell 515 of Namyeong-dong, is a symbolic reconstruction of the study of the late Kim Geun-tae by archive installation artist Lee Boo-rok. The overall shape of the study was modeled after columbarium, an ancient charnel house. Various sizes of niches were created on the columns and recessed areas, exposing new walls, whereas existing soundproof walls were retreated. The late Kim's relics and objet were placed in the niches. The study is composed of 25 books of poetry he read while in prison; recomposed sound-proof perforations expressing the language of poem and analects; related books; created objects from other exhibitions in his memory; and a film screen that plays his life. ● 25 books of poetry displayed are collection of books that the late Kim read while he was in prison. Alternating attacks of water and electric-shock torture left him unable to walk or eat. Suffering splitting headache, he could neither read nor write. Somehow, he was able to read poems, in which he sought solace with language of art. Consoling the screams of pain locked inside the holes of the sound-proof wall, poems of solace are prepared. By selecting and reciting the language of poem, the audience leave their voice and participate in remembering the history of Cell 515. ● Artist Lee Boo-rok has planted various symbolic messages in the space of Cell 515. Books of poem and texts, transcribed with a soldering iron and placed in the columbarium of the study, stand there like a tombstone. Prints inscribed with a soldering iron indelibly transcribe the history of democracy and of pain. The bathtub in the investigation room, originally designed for water torture by the police, existed only in Namyeong-dong building, not in other investigative units. Though the bathtub is gone in Cell 515 now, a great majority of past victims testify that they were tortured with water. The dreadful Chilseongpan, a bottom lining board of a coffin, was used only in Cell 515 that has a relatively bigger space than other cells. If investigators failed to get the answer they wanted, they tied down the victims, strip-naked, on Chilseongpan and started to torture them with life-threatening water and electric shocks. At the center of the cell, the artist placed an old wood on the table shaped after panopticon to indicate Chilseongpan. Cell 515 has a modified pattern of circle. Soundproof perforations, a surveillance port on the wall, and other repetitive circular structures were derived from panopticon, a symbol of surveillance and control. All objects in the space are placed as if they are for surveillance and torture. Perforated soundproof walls isolate sounds across the walls from within and without. The bed, desk, and chair in the cell are bolted down to the floor to prevent suicide and self-inflicted injury. A narrow, long window keeps a victim from escaping or from an attempt of suicide. A surveillance camera watches the inmate 24 hours a day. In the space of water-tight surveillance and control, the artist unfurls panopticon patterns on the floor, on top of which a table and a lighting-speaker are set up, symbolizing a lighthouse. Through the speaker, the room resonates with a poem recited by many voices altogether as if it symbolizes democracy. The late Kim, a democracy-lighthouse keeper, shoots up a ray of hope, alone, on the vast sea of political darkness. The audience may sit at the table and read all reading materials displayed under the warm light of the lighthouse keeper, who always found an avenue of hope in times of dispair and pain. ● Through the exhibition, Cell 515 transforms from a space of surveillance, control, and violence into a space of consoling memory with tomb and tombstone, into a space of solace and healing with poem, and into a space of hope with a ray of light. It is my sincere hope that visitors to this place, where many symbols converge into a transformative new message, will leave not just with the memory of pain but with a heartwarming message of hope in late Kim's honor. ■ Kim Byung-min

Vol.20181222f | 근태서재 시 소리 숲-민주주의자 故김근태 선생 추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