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바다 The ocean of the mind

강준현展 / KANGJOONHYUN / 康準鉉 / sculpture   2018_1226 ▶︎ 2018_1231

강준현_포획이 않는다 capture unable_스테인리스 스틸, 채색_109×109×133cm_2018

초대일시 / 2018_1226_수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5:00pm

비욘드아트스튜디오 BEYOND ART STUDIO 세종시 부강면 노호길 84 Tel. +82.(0)10.8644.8580 beyondart15.blog.me

강준현의 조각 - 물과 불의 연금술, 현실의 우화 ● 물고기와 용접, 물과 불의 연금술. 작가의 조각에는 각종 물고기, 오징어와 문어와 같은 해양생물들이 등장한다. 더러 황동과 같은 다른 재료들도 있지만, 주로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조각(패치)을 연이어 붙여나가는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형태를 만든다. 속이 텅 빈 표면조각이란 점에서, 말하자면 매스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이 꽉 찬 전통적인 조각과는 다르다. 여기에 하나의 단위구조를 반복적으로 덧붙여나가면서 형태를 만드는 식의, 일종의 패치조각이란 점도 이런 변별성의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조각조각을 용접해 덧붙여나가는 것인데, 여기서 해양생물과 용접, 물과 불의 관계가 흥미롭다. 작가는 말하자면 물에 사는 해양생물을 불을 매질로 한 용접을 통해서 만든다. ●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물과 불의 연금술을 통해서 조각을 만든다. 물과 불은 세계의 근원물질로 알려진 4대 원소, 이를테면 물과 불과 흙과 공기 중 핵심원소에 속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연금술은 중세에 화학의 원조였다. 물질과 물질의 관계를 이용해 제3의 물질(주로 금)을 만드는 것인데, 이후 연금술은 단순한 물질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상상력과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작가가 해양생물을 소재로 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해석이다. 여하튼 이로써 작가는 물고기와 용접, 물과 불의 관계에 일종의 신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쩜 단순한 조각의 차원을 넘어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관념이며, 조형에 대한 생각을 지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작가에게 조각이란 그리고 작업이란 연금술에서처럼 제 3의 다른 생각과 관념, 상황과 세계를 제시하는 것일 수 있겠다.

강준현_마주하다 confront_스테인리스 스틸_160×96×35cm_2017

삶에 대한, 존재에 대한 유비적 표현. 작가에게 조각이란 제 3의 다른 생각과 관념, 상황과 세계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작가가 조형한 물고기는 그저 물고기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 작가의 조각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단순한 물고기 이상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조각에 나타난 물고기와 변형된 형상은 동시대 상황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했다. ● 이를테면 물고기 한 마리가 거울을 쳐다본다(바라보다). 사실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패널에 반영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이로써 작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한, 나르시시즘에 빠진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풍자한다. 아니면 자기반성적 인간을 예시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가 있겠다. 그런가하면 평소 곰치는 어린 문어를 잡아먹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어 문어에 사로잡혀 발버둥치는 곰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뒤집히다, 역전). 매사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담았고, 혹 있을지도 모를 반전에 대비해 평소에 남들에게 잘 하라는 교훈을 담았다. ● 화면 안쪽으로 머리를 튼 물고기를 통해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자기에게 사로잡혀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전해준다(시선을 피하고). 그림처럼 액자형식을 도입한 것이나, 선조로 조형된 물고기 형상이 입체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것이 일종의 회화적 조각을 예시해준다. 그런가하면 민화의 전통적인 소재 중에 용이 된 잉어가 있다. 흔히 과거급제를 상징하는 좋은 의미를 담았는데, 작가 역시 주변으로 물보라를 튀기며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잉어를 형상화했다(하늘보기). 평면회화에선 흔한 일이지만, 조각에서 전통적인 민화를 차용하고 각색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어서 주목된다. ● 그리고 소라 고동과 귀가 하나로 통합된 유기적인(그리고 변태적인) 형태도 있다(바닷소리). 소라 고동과 귀의 형태적이고 의미론적인 유사성에 착안한 것일 터이다. 아마도 작가는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닷소리를 그리워한다, 라고 노래한 장 콕토의 시 「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콕토의 시에서 이미 귀와 소라껍질과의 유사성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귀도 소라 고동도 바닷소리를 그리워한다. 바닷소리 자체보다는 바닷소리에 실려 온 향수를 그리워한다. 흥미롭게도 소라 고동 안쪽에 태아가 웅크리고 있다. 아마도 모든 존재가 유래했을 존재론적 자궁이며 원형적 자궁일 것이다. 그런 만큼 그리움의 대상인 향수가 사실은 존재론적 원형에 대한 그리움(원형적 그리움)이었음을 말해준다. 그렇게 작가가 조형한 물고기는 삶에 대한, 그리고 존재에 대한 유비적 표현이었고, 우화 곧 동물에 빗대어 인간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형식이었다.

강준현_시선을 피하고 avoid eye contact_스테인리스 스틸_26×57×13cm_2017

재생, 리사이클링. 작가의 조각은 표면조각이고 패치조각이란 점에서 전통적인 조각과의 차별성과 함께 형식적인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또 다른 형식적 특징을 더하자면 생활오브제의 광범위한(그리고 자유자재한) 차용을 들 수가 있겠다. 각종 기성오브제들이 적재적소에 쓰임새를 위해 차용되는데, 이를테면 하나의 단위구조가 연이어져있는 연쇄구조의 체인으로는 관절이나 뼈대를 대신하고, 크고 작은 리벳이나 주발(쇠 밥그릇)로는 눈을 대신하고, 세탁기 내부의 통돌이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올록볼록한 구조물로는 굴곡진 평면의 오징어의 몸통을 대신하고, 악보를 놓는 대로는 발이나 받침대를 대신한다. 작가는 평소에도 새로운 소재를 찾아 곧잘 고물상을 찾는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형태적 유사성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미론적인 유사성에로까지 확장될 것이고, 덩달아 작업의 의미내용이며 표현영역도 확대될 것이다. 단순히 기성품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를 넘어, 자기 작업으로 하여금 현실성을 확보하게 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강준현_증식하다 proliferation_스테인리스 스틸_53×49×13cm_2015

이외에 작가의 조각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점으로는 집과 물고기가 어우러진, 그 사이로 폭포가 흐르는 조형물이 일종의 풍경조각을 예시해준다는 사실이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회화조각의 가능성과 함께, 조형의 일부로서 이야기(서사)를 끌어들여 조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개연성을 열어놓고 있다. 풍경조각, 회화조각, 서사조각의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가하면 작가의 조각 중 개인적으로 끌리는 것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조각으로 하여금 또 다른 가능성을 예시해주고 있는 경우가 「꽃 시간」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꽃을 소재로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면서 흩어지는 과정과 모양새를 형상화한 것인데, 일종의 프로세스아트로서, 고정된 한 순간의 포착에 머물고 있는 조각의 표현영역을 확장시킨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단순한 형식 확장의 경우로서보다는 그 상황논리가 전해주는 시적표현이며 서정적인 느낌이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다. ● 그리고 추상적인 관념을 표현한 경우도 있다. 파문을 그리면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물결). 물결이라는 감각현상에서 시작해 파문, 파장, 파동으로 이는 마음속 울림(내적울림? 우주적 공명?)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하나의 단위구조가 자가 증식하는 형태와 과정과 꼴을 형상화한 작품도 있다(증식). 아마도 존재를 이루는 최소단위로서의 세포의 생리를,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최소단위원소로서의 모나드며 단자의 운동성을 표현한 것일 터이다. 부분과 전체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추상적으로 그리고 관념적으로 표현한 것일 터이다.

강준현_증식하다II proliferation2_스테인리스 스틸_57×26×13cm_2018

그리고 조각(직조)의 미덕에 대하여. 최근 들어 조각 작가가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다. 예전 같지는 않다 해도 매년 배출되는 조각 베이스 예비 작가들이 꾸준하지만 그 작가들이 모두 조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조각은 직접 노동이 투여되어야 하는 만큼 가급적 노동을 피하면서 자기표현을 실현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이며 매체를 찾아나서는 것과도 무관하지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미술과 관련해 소위 탈장르 현상 혹은 장르 해체현상이 가장 뚜렷한 게 또한 조각이다. 말하자면 사진, 설치, 영상, 아카이브와 같은 다양한 형태와 경우들이 조각의 이름으로 수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론 이런 현실이기에 오히려 조각 작가들의 앞으로의 입지가 더 공고해지리라고 생각한다. 희소가치 때문이다. 노동과 감각이 만들어낸 조각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매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가의 조각에, 감각에, 노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기대를 믿어도 좋을 것이다. ■ 고충환

강준현_하늘보기 look into the sky_스테인리스 스틸_69×27×25cm_2015

제 작업은 마음속에서 유영하는 여러 가지 은유적인 형상을 금속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며 물성의 통념에 변화를 주기위하여 주 작업과정인 용접의 흔적을 여과 없이 드러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체작품에서 공간감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사이공간을 얼기설기 열어두어 작품 외부에서 내부, 그리고 다시 외부로의 소통을 위해 공간을 두어 작업합니다. 이러한 공간은 작품 주재료인 금속의 중량감을 좀 더 변화시키는 목적을 두기도 합니다. 현재 세종시 '비욘드 아트 스튜디오'레지던시 소속 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그룹전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강준현

Vol.20181226c | 강준현展 / KANGJOONHYUN / 康準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