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 : Matters of Women

2018_1227 ▶︎ 2019_0224 / 월요일, 2월 5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227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고등어_노승복_리금홍_박자현_양유연_임춘희 장파_정정엽(입김)_정혜윤_조혜정_홍인숙 총 11명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설날 휴관

서울대학교미술관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Tel. +82.(0)2.880.9504 www.snumoa.org

2010년대 후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사회적 이슈를 거론한다면 다름 아닌 양성평등에 입각한 여성주의 운동의 재점화일 것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 국제적인 흐름이기도 했다. "여성주의 운동"이 이토록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양성 평등'이라는 진보적인 의제 하에서 정작 원초적이고 원색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 남녀 여론전의 모순은 무엇일까. 이러한 현실을 접하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사회의 세련되지 못하고 미성숙한 모습에 비관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충돌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의 인식과 경험의 질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성숙해가는 현상으로서 일견 격렬하게 전개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 서울대학교미술관은 2018년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주의 운동의 격렬한 움직임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예술의 필터를 통해 '조용한 목소리'로 현시대에 반응하는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성들이 사회 구성원이자 작가로서 인생에서 마주하는 개인적, 사회적 층위의 문제들과 세대에 따라 다변화되는 상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 본 전시는 11명의 작가 작업을 소개함으로써 세대를 거쳐 감에 따라 여성이 겪는 다양한 '일'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성 미술가들 또한 여성이라는 이름 하에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을 포착한다. 본 전시는 여성의 제문제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등어, 박자현, 양유연, 임춘희, 장파 그리고 홍인숙은 작가의 정체성 발현과 개인사적 서사를 통한 여성으로서의 내면적 표출을 드러낸다. 나아가, 노승복, 리금홍, 정정엽(입김), 정혜윤, 그리고 조혜정은 현실에서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사회적 맥락에서 고찰하려는 시도들에 집중한다.

임춘희_사랑받고 싶은_종이에 과슈_36×26cm_2014
임춘희_세상의 눈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5

임춘희(1970-)는 여성적 '공감능력'을 통해 외부세계와 사물을 자신에 이입하고 투사하며 내적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간다. 개인의 내밀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임춘희의 작업은 마치 고흐의 작품이 그랬듯이 무엇을 그리든 간에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자신 외부의 대상에 스스로를 투사하는 작업방식은, 그리는 대상의 본질에 다가서기 보다는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세계의 내면화'를 이루어낸다.

고등어_엷은 밤_종이에 연필_51×31.5cm_2018
고등어_엷은 밤_종이에 연필_51×31.5cm_2018

고등어(1984-)는 자신이 공감할 수 없는 "남성의 욕망"을 관찰하고, 이를 타자화하여 냉소적이지만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을 부각시킨다. 출품작 「엷은 밤」 (2018) 시리즈는 "언제나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지만,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욕망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관계하지 못하는" 남성의 신체가 서서히 '신체성'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그린 드로잉 연작이다. 각각의 드로잉은 관람객의 시선에 의해 유기적인 연결고리와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며,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적 욕망의 허무함과 실현불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양유연_낮게 드리워져_장지에 아크릴채색_45×45cm_2014
양유연_쇼윈도우_장지에 아크릴채색_149×210.8cm_2015

자신의 신체에 생긴 다양한 '상처'들을 관찰하여 작업한 양유연(1985-)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순수하고 예쁜' 소녀(젊은 여성)에 대한 인식에 차분하게 저항한다. 작가는 헐벗고 빈약하고 지저분한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하여, 징그럽고 누추하지만 자기 실체를 마주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인식해 나가는 모습을 포착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흠결들은 작가 자신이 세상과 마주하며 생계를 위한 다양한 업무와, 창작을 위한 지난한 과정을 겪어왔음에 대한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박자현_일상인_종이에 펜_162×120cm_2011
박자현_무제_종이에 펜_116.8×91cm_2007

박자현(1981-) 역시 여성으로서 외부의 시선에 의해 재단되고 평가 받는 현실에 대한 반응을 드러낸다. 작가는 화면 속 여성들을 마치 자연도감 속의 점묘화처럼 작은 점들을 집요하게 찍어서 표현하였다. 이는 "20대 비정규직 여성"들을 상징적인 노동행위로서 드러냄과 동시에, 얼핏 견고해 보이지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불안정한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은유이기도 할 것이다. 박자현의 점묘화 속 인물들은 과장되거나 극단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보다는, 무언가를 (그것이 안정적인 삶이든,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의 일탈이든 간에) 욕망하기에는 버거운 현실 속에서 점점 무뎌져 가는 여성들의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세밀한 묘사를 통해 집요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장파_Drawing for Brutal Skins 시리즈_종이에 펜, 수채_가변크기_2018
장파_Drawing for Brutal Skins 시리즈_종이에 펜, 수채_가변크기_2018

외부세계의 젠더(gender)에 대한 재단과 구속 속에서 자의식과 내면을 드러내는 일군의 여성작가들 속에서 장파(1981-)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파의 작업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모티프는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여성의 (성적) 욕망의 주요기관인 '여성기'이다. 「Drawing for Brutal Skins」(2017-) 시리즈는 엽서 사이즈의 작은 종이 위에 여성기를 암시하는 유기체 군집들로 구성된다. 각각의 유기체에 돋아난 작은 "눈"은 이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기관으로서만이 아닌, 그 욕망을 직시하고 판단하는 지각의 바탕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욕망의 도치는 편협한 남성중심적 사회 속에서 여성이 자신의 타자성을 무기로 어떠한 전복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홍인숙_거룩한 썅_한지에 먹지로 그리고 채색_168×134cm_2018
홍인숙_어머나 행복한 세상_한지에 먹지로 그리고 종이로 찍음_153×210cm_2007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는 홍인숙(1973-)의 작품에서 좀 더 개인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은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여성에 대한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이상화된 '엄마'로서의 정체성은 수많은 부정과 극복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마치 원형(原型)처럼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각인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엄마의 헌신을 통한 가족의 행복은 당연히 하나의 허상이거나 여성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희생에의 강요일 수 있을 것이다. 홍인숙은 이러한 여성의 역할과,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이상화된 기억, 그리고 향수 어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신과 같은 여성에게 주어진 과중한 짐이었을 수 있음을 투박해 보이지만 예리한 필치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거룩한 썅」(2018))

정정엽(입김)_아방궁 종묘점거 프로젝트_한복치마_가변크기_2000

2000년, 정정엽(1962-)을 주축으로 한 여성예술가 8인이 결성한 예술그룹 "입김"이 기획한 「아방궁 종묘점거 프로젝트」는 조선왕조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적 가부장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종묘를 여성미술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이었다. 여성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리, 옷, 출산의 경험 등을 개입시켜 여성적 놀이문화를 통해, 부계혈통으로 이어지는 왕가의 묘소가 가지는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희석하고 해체하고자 한 이러한 시도는 전주 이씨 종가의 반발로 인하여 행사 당일 출품작들이 파손, 철거되었고, 이후 3년에 이르는 법정공방을 통해 미술계와 사회에 중요한 여성주의적 문제제기를 이루어냈다.

노승복_1366 프로젝트_아카이브 피그먼트 프린트_300×100cm×6_2018
노승복_1366 프로젝트_아카이브 피그먼트 프린트_100×200cm_2003

노승복(1969-)의 「1366 프로젝트」 (2003-)는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등의 아름답고 따뜻한 추상적 색면과 그 중 한 픽셀을 같은 크기로 확대한 사진으로 구성되었다. 따뜻한 아름다움을 가진 추상사진작품이라는 첫 인상과 달리 「1366 프로젝트」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멍 이미지를 확대하여 제작한 것이다. ('1366'은 "여성폭력 긴급 전화번호"이다) 노승복은 매 맞아 멍든 여성의 신체 이미지 자료를 확대하였다. 여성 신체의 기호적 상징으로서 모성, 혹은 사랑을 의미하는 분홍, 노랑 계열의 색채는 현상학적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가려진 사회적 문제로 전환된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느낌들은 역설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다. 노승복의 작품에서 이러한 색상을 야기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은닉됨으로써 한층 잔인하고 심각한 것으로 폭로된다.

리금홍_규방가사-각명기_단채널 영상, 전각도장, 출판물_00:15:17, 가변크기_2012
리금홍_규방가사-각명기_단채널 영상, 전각도장, 출판물_00:15:17, 가변크기_2012

2012년 서울 창동의 한 노인정에서 할머니들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엮은 리금홍(1972-)의 「규방가사-각명기」(2012)는 할머니들의 생활 속 깊숙이 숨겨놓았던 자신의 이름과 그 유래를 살펴본다. 리금홍은 이렇듯 지금까지 주체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 할머니들의 이름을 낙관석에 새겨 도장으로 만든 후 그들의 사연을 기록하여 책자로 출판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남성의 존재에 가려져 기억의 뒤편으로 감추어진 여성의 이름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삶이 '지나간 옛 이야기'가 아닌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 현실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할 것이다.

조혜정, 조윤경_젠더와 제스츄어, 공간에 관한 실험_단채널 영상_00:15:57_2001
조혜정, 조윤경_젠더와 제스츄어, 공간에 관한 실험_단채널 영상_00:15:57_2001

조혜정(1973-)은 조윤경과의 공동작업 「젠더실험」(2001)을 통해 "사회적인 몸"이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여성성과 남성성의 사회적 코드가 결합한 몸을 낯설게 읽고 그 코드를 해체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몸"은 표정과 말투, 음성, 움직임 등을 포함한 제스처(gesture)부터, 생김새, 몸집 등 신체적인 특징이나 성형, 다이어트 등의 신체관리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작품은 한국 여성의 동작 중 전형적으로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간추린 후, 다른 촬영공간에서 남성들에게 이 동작들을 보여주면서 가능한 한 똑같이 따라 하도록 지시한다. 이 실험은 사람들의 몸이 무의식적이고 억압적인 성적 구분에 익숙해진 상황을 '낯설게 하기'의 방식을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성 역할 바꾸기"는 전화를 받거나 앉는 자세 같은 사소한 일상적 제스처조차도 그 차이가 사회적 성역할의 학습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함축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정혜윤_구.디. 2번 출구_재봉틀, 아두이노, 웹_가변크기_2018
정혜윤_구.디. 2번 출구_재봉틀, 아두이노, 웹_가변크기_2018

정혜윤(1986-)의 「구.디. 2번 출구」(2018)는 '구로공단'(현재는 '구로디지털단지')이라는 장소가 가진 노동집약적 역사성에서 여성이 세대를 거쳐 점유해온 부분과, 그 안에서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차별의 진행상황을 고발한다. 1980년대 여성 재봉공들의 집단 단순노동단지의 기억과, IT부흥 이후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는 단순 프로그래밍, 하청 디자인 종사자로서의 여성의 이야기는 급변하는 산업구조 속에서도 제한된 직종 이외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한다. ■ 서울대학교미술관

연계 프로그램 - 2019. 1. 24 (목) 16:00 - 18:30 - 서울대학교미술관 오디토리엄(1F) 1. 강연 16:00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양효실 2. 강연 16:50 여성이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발가벗어야만 하는가? –양은희 3. 대담 17:50 디너파티 ○ 큐레이터와의 전시관람 - 2018. 12. 26 (수) 14:00 - 2019. 1. 30 (수) 14:00

Vol.20181227e | 여성의 일 : Matters of Wome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