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의 미학과 크리스퍼(유전자 가위)

홍범_김정옥_진민욱_이영호_양기진展   2018_1228 ▶︎ 2019_0224 / 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228_금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19_0118_금요일_04:00pm

기획 / 복합문화공간 에무 기획위원회 진행 / 임수미(큐레이터)_이수연(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후원 / 사계절출판사_AGI society

자문위원 김선두(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 교수) 송기원(연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공휴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에무 Art Space EMU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B2 Tel. +82.(0)2.730.5514 www.emuartspace.com

올해로 8회를 맞은 '겹의 미학'기획이 『겹의 미학과 크리스퍼(유전자 가위)』란 주제로 2018.12.28. - 2019.2.24.까지 복합문화공간에무 갤러리에서 열린다. 근현대인의 정신적 토대인 휴머니즘이 '합성생물학'과 'AI공학'의 발달로 근본부터 무너지고 있다. 본 기획은 내년 전시 예정인 위 두 개의 주제('합성'과 'AI') 중 하나이다. 휴머니즘의 부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태주의 관점에서 미학적 담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 복합문화공간 에무

홍범_방안의 방_단채널 FHD 영상_가변설치_2018

홍범, 김정옥, 진민욱, 이영호, 양기진 5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인간생명에 대한, 전생명계 내의 위상적 표현에 도전하였다. 작가들은 지난 1년간 '크리스퍼'에 대해 알아보고(송기원 교수의 자문도 받음), '생명'의 보편성과 '겹'의 본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왔다. 5인 5색의 관점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명을 기계장치로 대하는 '합성생물학'과 그러한 '사회문화'를 향해서 발언하는, 동시에 예술표현의 미학적 완성도를 실험해 보이는 자리다. ● 이번 에무에서 하게되는 전시인, '겹과 결 그리고 크리스퍼'에서 보여줄 작업은 2016년에 시작해서 지금도 진행중인 온고잉 비디오 프로젝트인 '방안의 방' 작업이다. 이름 그대로, 전시공간에서 방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인상적으로 다가온 공간을 찍고 그 위에 기억의 조각들을 그린 그림들을 컴포지팅해서, 마치 그림들이 술래잡기하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표현했다. ● 어느 공간에 가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오래되었거나, 황페해진 집을 가보면 그 공간에 맺혀진 수많은 알지 못하는 기억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도 웃음과 슬픔이 담긴 여러가지 많은 기억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그 기억들을 만든 사람들은 사라져버려 이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 일부의 부서진 물건들이나 어쩌다 발견되어지는 그들의 사진같은 흔적들의 일부로 아주 막연한 추측만이 가능할뿐, 여전히 그 수많은 겹의 기억들은 봉인되어지고, 여기의 건물이 무너지고 황페해지는 것처럼 기억들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은 이와 같은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 사실 여러해동안, 작업의 레퍼런스로 공간을 비디오로 찍어왔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애니메이션을 만들때 도움이 되기위해서 시작된 촬영은 알수는 없지만, 끌리는 공간들을 위주로 찍어왔다. 공간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나의 상상을 불러내는 수없이 쌓여있는 기억들의 흔적들이 차고 넘쳐흘렀다. ● 그곳에서, 알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방법으로 시간에 맺혀진 기억들의 모습들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것들의 모습은 꽃일수도 있고, 물고기의 뼈가시처럼 날카롭고 마를수도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낡고 부서지는 모습들을 담고싶었다. 그림들은 마치 낙서처럼, 노트에 생각날때마다 그려나갔고, 공간에서 스케치를 해서 집에 돌아오거나, 근처 카페에 가서 마무리를 진것도 있었다. ● 공간에 그림들을 집어넣을때, 마치 그림들이 입체적인 느낌이 들수있도록, 어느 한부분에서 나와서 다른부분으로 삽입이 되거나 사라지게 해서 기억의 평면성과 동시에 입체적인 모습을 가진것으로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고, 사실 그림들은 분절되거나 잘라서 흩어지고 혹은 분리되기도, 그리고 겹쳐지기도 했다. 기억이라고 했지만, 공간에서 느끼는 느낌이나 정신적인 감응일수도 있고, 분해되어지고 있는 기억들의 모습들을 상상한 것이라도 할수있다. 그런 이미지들을 공간에 대입하면서, 아닌것은 자르고, 겹치기도 하면서, 해체되고 다시 모이는 과정을 통해 낮선 공간을 민나 반응하는 인식의 과정을 동시에 보여줄수있다고 생각했다. ● 이번 전시의 제목인 겹과 결 그리고 크리스퍼(유전자 가위)에 대해서 기억이 스스로 기억자체를 분해하고 다시 재조립하며 증식되는 과정을 떠오르게 되었다. 기억은 시간을 따라 쌓이면서 겹이라는 두께를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기억의 결을 띄게된다. 그런 고착화될것 같은 기억들이 항상 외부의 자극이나 기억 자체의 순환으로 인해 다시금 재분해되고 재결합되는 과정은 항상 놀랍다. 문득 생경한 곳에 가서 뜻하지않는 기억이 떠오르고 그 공간의 아떤 면과 연결되어지는 인식의 과정은 바로 그런 정신적 순환의 면모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수 있을것 같다. ●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작업인 방안의 방은 앞에서 말한 인식의 장에서 발생되는 기억의 분해와 재정립 그리고 외부의 자극으로 인한 기억의 순환에 대한 작업이라 할수 있다. 또한 기억으로 표상되는 정신의 겹침과 흐름을 나타내보고자 했다. 유전자의 정보를 잘라내는 가위를 뜻하는 크리스퍼는 사실 미생물이 이미 하고있던 활동과 특성이었던 것처럼 매순간 기억은 자연스럽게 분해하고 다시 겹치고 흐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 홍범

김정옥_My shining fish_장지에 먹_182×226cm_2018

My shining fish ● 노량진 어시장을 소재로 좁은 수족관에 가득 들어찬 물고기를 통해 익명의 인간군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어시장 사장의 뜰채 외에 출구가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쓰임을 기다리는 물고기와 사회의 쓰임을 위해 생을 견디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 어시장 좁은 수족관의 물고기는 비록 식탁에서 소비될 익명의 존재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요동치며 살아 숨 쉬는 한 마리의 '빛나는 물고기'다. 인간의 삶 역시 수많은 군상 속에 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한다. 나는 어시장 물고기 작업을 통해 수많은 익명성 속에 감추어진 각자만의 'My shining fish'를 제안하고 싶었다. 왜 물고기는 두발, 네발 달린 동물, 식물, 물과 바람, 또는 다른 무엇이 되면 안되는지 생각한다. 그들을 통해 이 시대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자 했다. ■ 김정옥

진민욱_관매산금觀梅山禽_비단에 수묵담채_100×140cm_2018

상춘지경 常春之景 ●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이상적 정경을 그리고 있다. ● 주로 도심풍경을 원경과 근경에서 관찰하고 다시점으로 관찰한 대상의 이미지를 화면에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상춘(常春)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상춘(常春)은 원래 별천지, 압도적인 풍광에 대한 경탄, 상록(常綠)을 뜻하는 문학적인 용어이며 작가는 특히 상(常)이 함의하는 영구한 시간성을 주목한다. 작가는 문학적 개념인 '상춘'을 시각화하기 위해 '중첩', '투명함' 표현을 연구하였으며 비단에 묽게 푼 석채안료를 중첩하여 쌓아올리는 투명한 수묵담채효과로 자연대상과 조우하며 느꼈던 즐거움과 감동을 작품에 귀환하게 한다. 또 작가의 작업은 과거 동양에서 낙원이 꿈에서 본 풍경이나 선비가 은거하는 깊은 산속으로 묘사되었던 것과 달리 도심 속에서 낙원을 찾는다. 도심 속 자연물을 꼼꼼히 묘사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낙원을 찾아가는 작가의 태도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 「관매산금」(2018)과 「관매산금」(2018)은 모두 가창면 삼산리의 버스정류장에서 1년 내내 보았던 매화를 소재대상으로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한그루의 매실나무의 모습을 화면에 모아 그린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눈의 한계를 벗어나 대상의 온전한 모습을 찾고 실제 경험한 시공간을 그려내려 하였다. ● 「미미경微美景」(2018)은 서울 도심을 산보하며 수집한 사진, 나뭇가지, 돌등의 수집물을 화면에 꼼꼼히 옮겨 일상생활의 경험으로 구성한 이상경의 모습을 구현하려 한 것이다. 하나의 사물은 하나의 사건을 의미하고 사건의 누적을 통해 누적된 시공간을 평면에 압축하여 그려내었다. ■ 진민욱

이영호_Interpèrte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_ 장지에 석채, 목탄, 먹_130.3×163.2cm_2018

나의 작업은 겉으로 보았을 때 서로 다른 오브제들의 나열로 읽혀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 그 이면, 외부현상을 통한 그 이면에 관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응시로부터 생겨나는 '섞인 풍경' 이라는 점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거리를 두고 접촉해 있다. 즉 서로 다른 공간, 특정 장소와, 생태적 환경에 따라 생성되고 변화하는 자연 요소들과 같이, 그 와 같은 궤도에 있다. 특정 사물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일련의 과정으로부터 작업 안에 거주하게 된다. 그것은 특정된 대상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나의 태도가 투영되며, 사물의 껍질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나의 시선과 인상이 함께 섞이게 된다. 그러므로 내 작업의 동기가 되는 지점은 보이는 것 과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사유의 과정으로서, 내 주변, 그리고 사물들과 관계를 통해 외부현상을 지각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 Interprète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 매개자 (2013-2016) / 거리를 두고 있는 접촉 (2015- ) ● 배경 작품의 「Interprète」 주제는 불어(라틴)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이라는 뜻이다. 사전적 의의번역, 통역, 매개자 와 같은 세부 늬앙스 들로 해석의 변주가 가능하다. 나는 나의 작업에 들여옴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면에 보이지 않는, 그 이면을 드러내는' 이라는 의미를 동반한다. 지각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거리감을 또 다른 방식으로 탐구해 보고자 한다. '본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물의 표피를 보는 것이고 동시에 표피 저 너머, 보이지 않는 것, 즉 '사물의 공동'을 보는 것이다. 또한 Interprète 는 이것과 저것의 매개자, 통역, 번역 이라는 의미를 동반한다. 트랜스, 즉 기존의 개념을 기조로 갖고 있으면서, 또 다른 지점으로 파생되는 가능성의 관점을 보여준다. 기존 작업들 간에 '거리'를 두고 접촉(소유)해 있는 지점에 대한 매개의 역할 또한 수반하게 된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거리를 갖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거리를 갖는다는 것은 촉각성 보다 시각성을 강조한다는 의미이다. 회화는 손으로 그려지는 촉각 예술이기 이전에 바라보는 시각예술이기 때문에 본다는 것은 만지는 것에 비해 거리감을 요구한다. ● 우리가 보는, 보이는 사물에 붙어있는 것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일상에서 일시적인 존재로서의 유형과 무형의 경계에 놓여있는 사물들에 시선을 모은다. 일시적 존재란 곧, 또는 물리적인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라질 것(물성), 또는 변화가 진행과정 중에 있는 오브제를 말한다. 일시적인 존재로서 내포된 시간성과 찰나, 고정되어 있지 않는 살아있는 이미지(L'Image et du vivant)에 관한 개인의 탐험이다. 특정된 사물의 껍질(표면)과 보이지 않는 그 이면에 시선을 모은다. 그러한 사물들을 지각하는 과정 안에서 사유하는 영역은 실제 이론적 배경을 동반한다. 실제와 허구가 교차하거나 여러 갈래의 가능한 이야기들이 동시에 이어지기도 한다. 사물을 이루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생태적 사유의 과정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해석과 그 사물의 주변, 그리고 '나'와 마주하는 그 지점들이 작업의 대상이 된다. ■ 이영호

양기진_증식_종이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그리기는 "내가 '아는 것'보다도 손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이 훨씬 풍부하다."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리기 행위를 통해 나의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사고 너머를 경험하고자 한다.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구체적 사물을 표현하기 위한 계획에 그리기 행위를 제한하고 싶지 않다. ● 이점에서 나에게 그리기는 어떤 고정된 내용을 갖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체적 사건이다. 나는 구체적 개념이나 대상을 미리 상정하지 않고, 특정 선을 반복하여 긋거나 점을 찍는다.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들(특히 유기적 속성의 자연물)처럼, 나 역시도 계속 선을 그으면서 이미지를 생성해 나간다. 선긋기의 과정과 결과는 스스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방향과 모습을 향해 나아간다. 그 중에서도 나는 유독 불규칙한 생성, 성장을 해나갈 것 같은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 이미지는 특정 세계 혹은 개체가 구체화되기 전, 무엇으로든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응축되어 있는 상태를 암시한다. 이미 구체화된 세상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무수한 가능성들이 가득한 지점이다. ● 앞서 언급한 그리기 태도는 특정 이미지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그리기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나는 그리기에 있어 우연성, 개방성, 가변성을 전제로 한다. 스스로의 이성적 사유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그리기 행위가 주는 즐거움에 순수하게 몰입하였을 때, 내가 창작을 통해 경험하고 보고자 하는 상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면, 완성된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그 과정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나의 그리기 방식은 잘 정돈된 정원이 아닌 여러 식물이 우거진 밀림과 같다. 시작과 끝도 알기 어렵고 우후죽순으로 여러 요소가 자라난다. ● 그려진 이미지는 화면의 상하좌우에 관계없이, 이미지의 흐름에 맞춰 다른 그림들과 조합된다. 그리고 점차 하나의 질서를 이루어 간다. 나름의 질서가 생성되는 과정 중에 화면요소들 간의 예상치 못했던 관계가 만들어진다. 새롭게 맺어진 관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세계의 단초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는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며, 앞서 언급한 과정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 양기진

Vol.20181228f | 겹의 미학과 크리스퍼(유전자 가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