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Layover

임나리展 / YIMNARI / 任나리 / photography   2019_0105 ▶︎ 2019_0119 / 월요일 휴관

임나리_In Between_Lara(프랑스어를 쓰는 할머니와 영어를 쓰는 외할머니의 미묘한 관계에 대하여 이야기)_피크먼트 프린트_53×5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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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1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율곡로 33(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작가는 변화가 컸던 이민의 과정에 얽혀 있는 기억과 의미를 생각하며 작업을 해왔다. 특정 과거의 이주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 친구들의 모습과 공간을 기록해왔다. 촬영된 장면들은 실제 외국인 친구들의 모습과 공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레이 오버(layover)를 생각해보고자 하며, 작가가 이해하는 레이 오버(layover)는 개개인이 여행하면서 경험하는 경유를 뜻한다. 정주하지만 언젠가는 이주해야 하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불안이 내재한 상태이다. 잠시 머무르는 공간, 그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 생활 방식을 드러내고 찾아가는 과정이 사진을 통해서 보여지길 원한다. 작가는 늘 이러한 경험을 하는 대상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참여를 구하고 함께 대화하는 방법에서 기록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일시적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모습을 그대로 포착한 작업들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작가는 단지 사진가로서 작가와 카메라, 카메라와 피사체. 그 간극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탐색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임나리_Your Layover展_갤러리175_2019

「In Between」에 나오는 인물들을 무의미하고 순수한 공간 그 자체인 흰 배경 위에 배치해 놓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Transient」는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친구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포착하는 작업이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는 사이마다 플래시가 발광하고 그 순간순간의 시간과 이야기들이 하나의 이미지 위에 쌓여갔다. 그들과 작업 주제에 대해서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일하는 곳, 또는 음식, 친구, 가족 등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특히 「Transient」의 경우는 체류하고 있는 평범한 공간에서의 이질적인 일상과 일시적인 환경을 공유했다. 「Your Secret is Safe with Me」는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마주했던 언어 장벽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나는 현지인들의 손짓, 발짓, 표정으로 말하는 내용을 이해해야 했는데 새로운 문화 속에서 생소한 언어와 문화적 코드들에 적응하며 낯선 타자들과의 소통을 익혔던 것 같다. 같은 학교의 외국 유학생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예술 분야 학생들에게 그들의 모국어로 자유롭게 비밀 이야기를 하게 했다. 다양한 언어들로 나에게 들려주는 사적인 이야기들. 그 장면들은 사진 영상으로 기록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그들의 비밀을 듣는 신뢰의 대상이 되어, 기록된 영상 파일은 소리가 제거된 작업물로 남게 하였다. 즉 인물들이 화면에서 발화하는 그 모습을 포착하고 그 과정에서 읽을 수 있는 여러 비언어적 표현들이 단서로 주어진 것이다. 결국 참여자들의 비밀은 비밀 자체로 남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참여자들을 모집했던 전단지와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임나리_Your Layover展_갤러리175_2019

'Your Layover' 전시는 한국을 거쳐 가는 이방인들의 일시적인 삶의 장면들을 통해서 개개인이 가진 문화와 관습들이 얼마나 표면적으로 현지화된 장면들과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더불어 각자가 살아가는 정착된 공간이 얼마나 불안정한 장소로 보일 수 있으며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시적 흔적들이 사진들을 통해서 읽히길 바란다. 이러한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생활의 모습들이 얼마나 우리에게 이국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또한 발견된 한국적 특징들이 이 인물들과 섞여 있을 때 얼마나 한없이 임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그 교차 지점들을 찾으며 관찰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그간 사진의 기록적 요소를 통해 관객 역시 사진을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더 폭넓은 사회로 이해될 수 있을지 열린 해석을 하기 바라며, 개개인이 가진 세계관과 바탕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임나리

임나리_Transient_Bret's place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7

방랑자의 노래 ● 임나리 개인전 'Your Layover'는 '정주하지만 언젠가 이주해야 하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불안이 내재한 상태에서 자신의 고유 생활 방식을 드러내고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전시다. 다시 말해, 익숙함과 이질감 사이를 오가는 동안 품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끌어내는 데 목적을 둔 여정이라는 뜻이다. 전시는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애로사항을 털어놓는 이방인의 모습을 포착한 「In Between」과 모국어로 비밀 이야기를 하는 이방인을 기록한 「Your Secret is Safe with Me」, 우리나라에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사적인 공간을 담아낸 「Transient」로 구성된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는 최신작인 「Transient」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 「Transient」는 일견 공통된 무언가를 기록하는 '유형학적 사진'을 표방하는 듯하나, 세심하게 살펴보면 어딘지 모르게 낯선 부분이 있다. 비슷한 대상을 모아놓음으로써 사회·문화적 의미를 도출한다는 거시적인 틀은 유지하되, 칼 같은 수평·수직과 일정한 헤드룸 (Head-room) 등의 요소들은 작업에 적용하지 않은 모양새다. 더불어,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어색함도 묻어난다. 그러나 '서투른 유형학적 사진'으로 인해 낯설게 다가왔던 작업의 첫인상은 이내 '친숙함'으로 전환된다. 흔히 삶이라 불리는, 인간이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완벽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의도처럼 보이는 사진 속 서투른 외적 요소들(구성, 형식 등)이 친숙한 우리의 '미완성 인생'을 암시하는 것만 같다.

임나리_Transient_Lydie's place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7

또한, 「Transient」 근간을 이루고 있는 '흔들리는 정체성'은 굳이 '이주와 정주'라는 커다란 차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친근한 개념이다. 며칠 여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불현듯 생활 반경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 새로운 애인이 생겼는데 전 애 인이 좋아했던 말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이처럼 '정체성 혼란'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서투름과 어설픔으로 점철된 평범한 삶 속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덕분에 임나리의 작업과 마주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개 인적인 것에서 시작해 자연스레 사회적인 것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는 '서툴다'라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알아내고 밝혀내기 위한 밑거름인 것과 진배없음을 의미할 것이다. ● 개인적·사회적 이슈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Transient」의 모티브는 '어린 시절 경험한 필리핀으로의 이민'이다.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지역 한가운데 혼자 덩 그러니 놓인다는 것은 겪어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고통일 것이다. 문제는 어린 나이에 느낀, 이민자로서 겪었던 소외감과 정체성의 혼란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어졌다는 것. 임나리에게 자신의 뿌리가 있는 한국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머리와 입에서 몇 개의 언어가 엉키는 것은 다반사였고, 몸에 배어있는 필리핀에서의 습관은 한국 생활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디에서 왔니?"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TCK(Third Culture Kid,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느라 어느 문화권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가 겪는 전형적인 문제들이었다.

임나리_Transient_Kevin's place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7

아무리 '혼종'을 시대적 가치로 여기는 세상이라지만, 그 무게감을 견디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을 터. 작업은 그 무게감을 덜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임나리는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사진 속 인물들은 어린 시절 임나리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공간을 '잠시' 떠나있는 한국 거주 이방인들이다. 공통적인 속성을 보여주기 위해 '유형학적 방식'을 차용했다는 것과 손 앞에 놓인 오브제가 인물의 고유문화를 상징한다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인물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차지한 오브제들이다. 공간에는 곧 떠날 것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한국적인 실내장식과 모국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혼재되어 있다.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제격인 장치들이다. 익숙함과 이질감이, 안정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이 교차하는 지점과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도 파악된다. 당연히 '나는 누구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내리지 않는다. 사진 너머의 것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인 듯하다. ● 이 나라 저 나라를 방랑하는 자들의 설움과 혼란스러움을 말하는 「Transient」에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속뜻이 숨겨져 있다. 한국은 경제적 차별로 둔갑한 인종차별이 만연한 나라다. 외국인 대상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출연자 대다수가 예쁘고 잘생긴, 부유한 사람들이다. 미디어는 그들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 만 부각한다. 버스와 지하철, 동네 시장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의 생활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편향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개개인이 가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작업이 존재감을 드러내 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임나리_Your Layover展_갤러리175_2019

그렇다면 임나리 작업이 존재감 표출을 넘어 사회에 자극을 줄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이라는 일시적인 매체를 매개로, 일시적으로 만난 작가와 인물이 탄생시킨 이야기를 지속해서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다. 다만, 여기에서 사진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더 많은 방랑자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담는 것', 그리고 '직관적인 미디어와 달리 레이어의 간극을 보여줌으로써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사회에 균열을 내겠다는 지난한 작업의 마지막 퍼즐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귀결되는 결론은 한결같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관심. 작업이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른 사회적 사안에도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하지만 미약 한 관심조차 없다면 이런 유형의 작업은 언제나 '허공의 메아리'로 머무를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하는 우리의 서투른 현실처럼 말이다. ■ 박이현

Vol.20190105c | 임나리展 / YIMNARI / 任나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