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ALUABLE

윤보연展 / YUNBOYEON / 尹寶姸 / mixed media   2019_0109 ▶︎ 2019_0115

윤보연_Re_디지털 프린트_각 61×61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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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109_수요일_05:30pm

후원 / 갤러리 나우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0)2.725.2930 www.gallery-now.com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 ● 국내 학부에서 환경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했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서 사진인터미디어로 다시 석사학위를 받은 윤보연이 귀국 후 첫 개인전을 갖는다. 환경·공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를 해 왔고 이러한 노정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작가에게 건넬 수 있는 덕담이란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작가가 걸어온 길이 탐구와 도전의 열정으로 채워져 있음을 전제한다면 전공의 다양성은 오히려 그의 작업을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데뷔전을 치루고 있는 윤보연에게 예술과 공학을 아우르며 체득한 경험과 융합적 사고의 결실들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미술계에도 반가운 일이다. ● 윤보연이 이번 전시에 내건 주제는 'INVALUABLE' 즉 가치에 관한 것이다. 유용성에 대한 물음은 대개 사물에 관한 것으로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재에 관한 물음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볼 일은 작가의 경우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의 문제는 예술 작품의 형식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존재의 본성이 불교철학에서 말하는 비어있음(空)이나 무아(無我)의 개념으로 설명될 때,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관건은 그 성찰이 어떤 조형언어로 구현되고 있는가에 따라 차별화된 가치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예술의 문제는 언제나 철학적 의미구조를 품고 있지만 결국 예술의 형식과 원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윤보연_Rebirth_Sound Card_디지털 프린트_111.8×165cm_2016

윤보연은 이번 전시에 '순수사진'과 '인터랙티브 오브제' 그리고 '영상설치' 시리즈를 선보인다. 여기에 전깃줄을 절단한 후 그 점 조각들을 조형요소로 삼은 '평면작업' 시리즈도 있는데 '손의 노동'이라는 전통적 과제를 여전히 품고 있는 작가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 우선 '순수사진' 시리즈는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해체해 찾은 부속 하나를 카메라로 포착해 대형 화면에 확대 전사한 것이다. 이 작업에서 개입된 작가의 역할은 컴퓨터 부속의 정밀한 구조에서 어떤 세계를 발견한 것, 그 발견된 부속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진 이미지로 재현한 것, 새로운 재현을 통해 이미지에 어떤 가치를 부여한 것 따위로 정리될 수 있다. 도시의 야경이거나 인물의 초상 혹은 뇌의 신경계를 연상케 하는 사진 이미지는 김춘수 시인의 싯귀를 떠오르게 한다. 꽃을 향한 시인의 궁극적 바람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의미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내가 그의 의미가 되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로 남기를 바라는 시적 메시지가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윤보연이 컴퓨터 부속 이미지에 유용한 가치를 부여하는 예술적 방식이란 무엇인가. 앞선 설명처럼 일상의 영토에서 사물을 발견하는 눈과, 접사 프레밍을 통해 그것을 사진으로 재현하는 세밀한 기술과, 오직 예술 작품으로서의 유용성 이외의 기능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전치(데페이즈망)의 원리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윤보연_Rebirth_2G Cellphone_Cellphone Screen_MP3_각 101.6×66cm_디지털 프린트_2016

두 번째 시리즈인 '인터랙티브 오브제' 작품들은 버려진 스마트폰 몸체에 센서를 연결해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만든 설치작업이다. 신의 손으로 불리우는 스마트폰은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도구이지만 새로운 버전의 등장에 의해 2-3년을 주기로 폐기되는 운명에 처해 있는 사물이다. 작가는 서랍 속으로 안치된 스마트폰들을 다시 현실로 불러내어 관객들과 대면시킴으로서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새 생명을 얻게 된 고물 스마트폰은 자신이 광고의 희생물이자 과학의 시체이며 과잉된 소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애써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토해내는 발언은 소극적이다. 옛 주인이 사용하던 초기 화면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전자음을 반복적으로 재현할 뿐이다. 관객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는 듀얼 스마트폰의 몸짓은 즐거움을 파는 어릿광대처럼 애처러워 보인다. 서랍에 잠들고 있거나 폐기되거나 중고의 신체로 외국으로 수출되는 스마트폰의 존재는 생멸변화(生滅變化)하는 존재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경우 예술로서의 가치는 절대가치의 부재를 알리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의 이름 부르기라 아니할 수 없다.

윤보연_Rebirth_Cassette Player_디지털 프린트_44×77inch_2018

윤보연의 이번 전시 하이라이트는 세 번째 시리즈인 영상설치 작업이다. 30개의 세라믹 안면 조각이 벽면에 흩어져 부착되어 있고 그 위에 실존 인물의 얼굴 영상이 순차적으로 비추어지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음성이 스피커에서 나오도록 되어 있다. "I am Melanie Stepro!, I am Jake Sneath!"전시장 공간에서 다양한 인종의 마스크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낯선 상황과 대면하고 있는 것은 관객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축성된 공간인 전시장을 방문한 관객이 영상설치 작품이 건네는 인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프로젝터가 발사한 빛을 받아 지명된 존재들이 순차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상황은 어느덧 작은 사건(해프닝)이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상황에 내가 개입되는 것이다. 나의 의식은 어느덧 벽면의 군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내 스스로를 소개한다. "나는 000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작가의 전략에 따라 존재하는 나에 대한 성찰의 단계로 전환되는 순간의 나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윤보연_I Am Here_휴대폰, 동작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 전자부품_가변크기_2016~7

이상의 세 시리즈 저변에 흐르고 있는 공통적인 요소는 INVALUABLE(매우 유용한, 귀중한)이라는 전시주제에 의해 하나로 수렴된다. 사물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묻고 있다. 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의 성찰'은 철학적 논쟁의 중심적 화두로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 동서를 막론하고 이어져 온 주제였다. 그것은 비단 철학의 영역뿐만 아니라 종교와 예술의 영역에서도 지속되어 온 화두였다. 인간의 문명사 전체가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묻고 규정해온 역사라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서양의 존재론에서 의미론 그리고 해체론에 이르는 방대한 철학적 영역의 논쟁은 인간의 지각과 인식 체계가 무한하게 열려있음을 보여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 불교의 연기론(緣起論)과 공사상(空思想)이 드러내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의 정의는 명증함과 장쾌함을 제공한다. 더불어 노자의 도가사상은 존재의 실체와 가치를 이해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윤보연_I am..._영상, 설치_150×275cm_2017

노자의 도덕경 제1장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즉 "말할 수 있는 도는 항상 하는 도가 아니고, 명명할 수 있는 이름은 항상 하는 이름이 아니다." 이 말의 의미는 세상의 존재는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다는 것이며, 역으로 해석한다면 언어로 규정된 존재는 그 존재의 속성과 다른 차원의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네 인간의 삶과 의식과 역사는 모두 언어로 정리되어 있다. 언어로 정리되어 있는 세상은 따라서 존재의 본성과는 별개로 의미를 부여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문화나 문명이 모두 이 언어적 체계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큰 의미로서의 언어적 법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어로 짜여진 문화나 문명의 세계는 불완전하며 임의적이고 규약적인 체계안에서 작동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우리가 이해하고 나면 우리 앞에는 두 가지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언어 이전의 세계와 언어로 짜여진 세계다. 예술은 언어를 통해 언어 이전의 세계와 소통을 지향한다.

윤보연_At Last_패널에 혼합재료_116.8×91cm_2018

윤보연의 첫 개인전에 부쳐 방대한 동서의 철학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윤보연의 작품들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유의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예술의 이름을 덧붙인다면 윤보연의 작품들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서 예술적 언어에 관한 성찰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철학적 담론 자체가 아니라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예술적 언어의 방식이 논점이 된다. 버려진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의미를 품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사연과 그것이 품고 있는 가치에 관한 '예술적 고찰'이 작가로서 그녀가 앞으로 심화시켜야 할 과제일 것이다. ●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변혁기를 살고 있다. 예술과 공학이 융합되고 인공지능이 미래가 되는 시대에 예술에 대한 정의와 본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일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변환의 시기에 윤보연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언어적 '인식'을 넘어 '깨달음'이라는 명제로 풀어내 온 전통이 우리에게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9.1) ■ 김영호

윤보연_Once Again BW and WR_캔버스에 혼합재료_33.4×24.2cm, Mixed media on canvas, 2018

Value of beings ● Boyeon Yun has her first solo exhibition: invaluable. After her undergraduate degree in environmental science and computer engineering, she went to graduate school to study about photography. She moved to the United States and studied further Photography and Intermedia from Herron School of Art and Design, Indiana University Graduate School. Appreciating her academic background of different fields, both engineering and art, I would like to say that we are blessed to live in a world where everything is possible. Based on her previous path filled with experimental and ardent studies, her academic diversity can surely characterize her photo works. The first solo show of Yun is not only a chance for her to present the achievement after the long effort and integrating thoughts, but a news that the art world should celebrate. ● The title for the exhibition is "Invaluable"─ it deals with value. Any questions of value may start from objects but tend to end with an ontological question of existence. I would like to spotlight the way Yun shows the value of existence through the form of her works. While Buddhist philosophy explains the nature of existence with impermanence (空) or not-self (無我), the art focuses on different values given to the being depending on what artistic language is used to visualize it. Concerns in art are always related to philosophical questions and are destined for the matter of artistic form and principle. ● Photographs of fine art, interactive objet, and video installation are on the exhibition. Especially with the series of 2D work, in which the cut surfaces (or the dots) of electric wires are framed as object, we can see the willingness Yun is taking toward the conventional question of 'manual labor.' ● In the first series of fine art, she dismantled her own computer tower to magnify one of its parts on a big screen. From finding a certain world in the structure of a part, to reproducing into a photograph to give meanings to the world, and to granting certain value to the image, she plays an important role in each step. Some of her works looking like night city view, a portrait, or the nervous system in brain remind me of a verse in a poem by Kim Chun-su, a renowned poet in Korea. As the poet's ultimate desire in the poem, I hope that a meaning is born when I call one's name and that somebody call my name so I become a meaning to him. We all hope we remain as a meaning that is never forgotten. And the poetic message is successfully depicted in her work. Then, what is the artistic method that Yun uses when she determines the value of the image? As mentioned above, it comprises of an eye for discovering an object in everyday life, a detailed technique that visualizes the object on a photo image through the close-up framing, and a process of displacement (dépaysement) that removes any pragmatic value from the material instead to allow a new artistic value. ● Interactive objet, the second series, is installation art works of used smartphones that have sensors to detect and react to movements of viewers. Although smartphones are one of most essential items in a modern life, it is their fate to be thrown away every two or three years because of the incessant advent of new models. Yun takes out the old gadgets from a drawer and gives a new value by display them in front of people. The reanimated smartphones claim they are victims of marketing, corpses of science, and leftovers from excessive consumerism. But their language is passive. What they can do is just showing their home screen set by its old owner or playing an electronic sound repetitively. Flip phones wide open to people seem pitiful like clowns getting laughs with their slapstick. Whether abandoned in drawers, discarded, or exported to foreign countries, smartphones reflect the existential nature of being: birth, death and change(生滅變化). It is an irony that artistic value is added by revealing the absence of absolute value. ● The exhibition reaches the climax at the third series, the video installation. Ceramic relief sculptures of thirty faces are attached to a wall and a face of real people is projected onto one of the sculptures randomly and a brief introduction is played at the same time. "I am Melanie Stepro!, I am Jake Sneath!" We need to pay attention to the fact that viewers in the exhibition are the ones that face these ceramic masks of various races introducing themselves. How are the viewers supposed to react for the greetings from such an artificial setting? The images created by a projector introduce themselves in turn and this becomes a "happening." You will spontaneously get involved in the situation not because you call other's name but they introduce themselves to you. Your mind is drawn to the crowd on the wall. You introduce yourself. "I am (your name)!" Then you get to ask yourself. Who am I? Interestingly, viewers will experience a transition of thoughts and be led to self reflection, as Yun intended, ● The common element encompassing the three series is "invaluable," the main theme of the exhibition. The show raises a question about value of existing beings from lifeless objects to humans. Introspection on value of beings has been the enduring topic in philosophical discussions all over the world. Not only philosophy, but the realms of religion and art understand its significance. One can hardly dissent from the idea that through the course of human civilization we have tried to find answers for what the meaning or value of existence is. The vast philosophical debate in the western world from ontology to semantics and to deconstructionism shows that the human perception and recognition are open to an infinite extent. In contrast, the eastern philosophy provides a clear definition or an answer with the theories of causality(緣起論) and impermanence(空思想) in Buddhism. Taoism attributed to sage Laozi laid the foundation stone for better understanding of the question. ● The ancient philosopher's book Tao Te Ching starts with the following line.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 The Tao that can be spoken is not the eternal Tao / The name that can be named is not the eternal name ● It means a being has a quality that can't be defined in a language, which in turn means the language may add a new dimensional value to the being. Language is the medium of the process of our perception, life, and history. Thus the world described in a language will inevitably have some additional value that doesn't belong to it. Since our culture and civilization are set in the linguistic system, they tend to follow linguistic principles. Because of this characteristic, the world is trapped in the imperfect, regulatory, and temporary system. Once we understand the disparity, we will acknowledge the existence of two different worlds: one detached from language and the other established on the language. Art seeks the language to communicate with the former. ● Yun attempts to introspect existing things and the ancient philosophies can help you understand her photographs in the exhibition. To be precise, her works represent her contemplation. By intriguing deep thought on beings, the photographs examine an artistic language. What is important is not the philosophical discourse itself but the way of artistic language attracting the discourse. Yun will have to deepen her artistic contemplation on the journey and value of things like old computer towers or smartphones coming back to life as a piece of art. ● We are living in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Today when art and science are being fused and artificial intelligence dominates our future, a new definition and quality are needed for the art more than ever. Since we have the long-lasting tradition which approaches the philosophical question about existing beings with enlightenment beyond linguistic recognition, we look forward to the artistic path Boyeon Yun will take hereafter. ■ Kim Youngho

Vol.20190109c | 윤보연展 / YUNBOYEON / 尹寶姸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