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展 / PARKJONGYONG / 朴鍾勇 / painting.installation   2019_0119 ▶︎ 2019_0127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문의 / Tel. +82.(0)33.461.2780

주최 / 백공미술관

관람시간 / 11:00am~07:0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서초동 700번지) 제7전시실 Tel. +82.(0)2.580.1600 www.sac.or.kr

묵언默言의 수행과 노동의 기록1. 미술이 탄생한 이후 미술은 간절한 꿈이 있었다. 그것은 박진감 넘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림이나 조각으로 생생하게 재현再現 하는 일이었다. 화가들은 현실의 리얼한 재현을 위해 원근법, 해부학, 명암법 등을 발명했고, 이 놀라운 도구들을 이용하여 박진감 넘치는 현실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재현할 수 있었다. ● 미술가로서 박종용의 관심사도 주변 현실을 리얼하게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는 빼어난 묘사력을 바탕으로 원하는 세계를 화면에 그려냈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었다. 풍경에서부터 인물과 동물 그림, 그리고 상상의 신선세계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매우 다양했고, 그는 원하는 장면을 능수능란하게 그려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재현이라는 마술 같은 그림의 세계에 만족하며 작품 활동을 지속해왔다.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18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97cm_2018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박종용은 미술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술의 본질이 사물의 겉모습, 즉 이미지를 물감으로 재현하는 일이란 말인가?" "사물의 외관을 본 떠 묘사하는 재현작업이 미술의 진실이란 말인가?" 박종용은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고민 끝에 진짜 자연의 본질 표현에 매진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찾아낸 자연의 진실은 세상 만물이 지닌 '결'의 표현이었다.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18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60×130cm_2018

결은 나무나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세상 만물은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다. 결은 미세한 요철이나 조직의 상태로부터 느껴지는 물체 표면의 느낌을 말하는데, 금속 · 도자기 · 플라스틱 · 유리 · 목재 · 종이 · 옷감 등 모든 물체는 각기 다른 특유한 재질감을 지닌다. 결은 외모를 꾸미거나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결과이다. 우주가 시작된 이후 지상에 생겨난 세상 만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왔다. 결은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결은 단순한 외면상의 패턴이 아니라 그 물체의 역사이며 그 자체이다.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45.5×112cm_2018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91cm_2018

2. 대상이 없어진 박종용의 화면에는 다른 무엇이 드러난다. 캔버스와 그림을 구성하는 재료들의 미묘한 물성物性이다. 박종용은 매순간 정신을 집중하여 정교하게 한 점, 한 점 열정을 다하여 색 점을 찍어나가며 결을 형상화해 나간다. 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은 오랜 시간 동안에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박종용의 작업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 박종용의 작업은 단순한 예술활동을 넘어 묵언默言의 수행이자 노동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흙, 돌, 나무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변화무쌍한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작품으로 구현하는데, 그의 작업에서 흙과 캔버스와의 만남은 매번 다른 형상으로 쌓여간다.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91×72cm_2018

무수한 색 점들이 화면에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는 박종용의 작품세계는 단순한 영감과 직관에 의존한 작업이 아니라 오랜 세월 재료와 색채에 대한 연구의 결과이다. 규칙적인 색 점들의 나열로 보이는 그의 작업은 자세히 보면 한 점, 한 점 크기와 균형이 각기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은 동일해보이지만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삶과 철학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박종용의 회화 작품은 때론 둥글게, 때론 한 줄로 평범한 조화를 이루는 듯 보이지만 색 점들의 간격과 크기, 각기 다른 모양이 만드는 한편의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박종용_무제_캔버스에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박종용이 캔버스에 색 점을 찍는 일은 단순한 일상적 행위의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숨을 내쉬며 찍고 숨을 들이쉬며 찍는 작품의 탱고를 추는 것과 같은 긴장감 넘치는 작업이고 처음 출발할 때의 기대와 끝남의 희열도 느낄 수 있는 작업이다. 특히 순백의 흰 색과 고급스러운 멋의 구현은 오랜 시간의 색채연구와 단청을 그리면서 아교와 단청 흙의 장점을 파악하여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오랜 노력의 결과이다. ● 매순간 한 점, 한 점에 열정을 다하며, 붓의 누름이 세게 눌리거나 적게 눌림에 따라 점의 크기가 달라지고 원의 중앙을 향해 방향을 맞추어가며 통일된 크기로 작품을 제작해 나가는 박종용의 회화 제작과정은 고도의 정신집중과 열정의 결정체이다. ■ 박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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