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POSITION

권진숙_나영자_박옥경_박재남_이병권_이환준_이현정展   2019_0123 ▶︎ 2019_012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경인미술관 Kyung-In Museum of Fine 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5전시실 Tel. +82.(0)2.733.4448 www.kyunginart.co.kr

사진의 입장들 ● 사진 작업을 위해 사진가에게 주어진 처지와 입장은 모두 다르겠지만 사진 매체와 대상 그리고 '나'라는 3가지 요소는 근본적으로 주어진 조건이다. 피사체로서 대상과 나의 처지는 유동적이고 선택의 문제이지만 사진 매체의 입장은 피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나만의 차별화되는 작업이 어렵다. 사진 이미지는 글과 그림과 다른 매체다. 문제는 사진 작업을 기존의 예술형식인 문학과 회화와 혼동하는 데서 사진예술의 어려움이 있다. 나만의 고유한 사진 작업을 위해서 먼저 사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그리고 대상과 나와의 관계를 직시하고 작업과정 중에 발생한 문제들을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권진숙_후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권진숙_후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나영자_나뭇가지 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나영자_나뭇가지 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그럼에도 나의 입장과 대상이 놓인 상황과 사태들은 사진 이미지만으로는 정확히 전달 불가능하다. 이것이 사진이 처한 입장이다. 똑같은 대상을 그림으로 보여주거나 글로써 보여주는 것이 다르듯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사진은 사진가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사진에 찍혀진 대상 또한 그것이 왜 그렇게 놓여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사진은 전적으로 보는 자의 의식에 의해서만 재구성되는 이미지다. 따라서 사진의 입장은 글과 다르고 그림과 다르다. 거기에는 사진가의 존재는 무시되고, 대상의 존재를 가름할 수 없다. 사진가의 입장을 대변하려면 사진이 글이 되거나 그림으로 번역되어야만 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사진을 그런 식으로 활용했고, 사진을 문자로 읽고 그림 보는 것처럼 만들었다. 사진가들은 자신이 작가로서 글을 쓰듯, 그림처럼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 오해한다. 그러는 사이 기존의 규범화된 예술체계에 길들어 졌고 사진 이미지의 고유한 입장은 망각되었다.

박옥경_물을 생각하다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박옥경_물을 생각하다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박재남_루이스(?) 로스코(?)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박재남_루이스(?) 로스코(?)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이병권_인계로 17번길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이병권_인계로 17번길_피그먼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사진의 입장은 작가의 처지와 입장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작품 해석의 문제를 제기하는 혁명적인 매체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사진 앞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사진가의 잘 찍은 솜씨와 구도 상징질서가 부여한 친절한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불편하게 찍혀진 대상의 존재론적 차원의 어떤 실재를 추측하게 만드는 상상력의 복원과 감각이다. 그때 비로소 사진에 찍힌 대상 저편의 드러나지 않았던 감성적 차원의 회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사진은 사실 비평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비평은 일종의 해석 문제인데, 이제껏 문자와 그림이 예술형식으로서 과잉된 해석과 의미부여의 지배적 산물이었다면, 사진의 입장은 이것에 균열을 내고 틈을 비집고 들어가 해석에 반대하는 현상이다.

이현정_노랑과 파랑이 있는 공간_가변크기_2018
이현정_노랑과 파랑이 있는 공간_가변크기_2018
이환준_카메라유희로 그린 불꽃놀이 사진_가변크기_2018
이환준_카메라유희로 그린 불꽃놀이 사진_가변크기_2018

감각이 모자란 습관화된 사진가의 두려움은 이 해석의 빌미를 제공하는 자신의 작업에 과도한 친절과 자기검증의 강박에 있다. 해석은 사진전문가들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지식인들의 비평적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진의 입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상징적 질서에 닫혀있다. 그에 비해 일반 관객은 자신이 모르는 것만큼 더 잘 열려 사진의 입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자유롭고 마음대로 볼 수 있으며, 더 감성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염려스럽게도 그것은 변덕스럽게 금방 닫힐 위기이다. 이때 진정한 사진가의 역할은 관객이 사진의 입장에 충분히 노출되도록 작업을 배치해 이것은 단지 예술작품일 뿐이라는 실체를 느끼도록 감각을 깨우는 일이다. ■ 이영욱

Vol.20190123a | 입장 POSI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