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김보민展 / KIMBOMIN / 金甫珉 / painting   2019_0208 ▶︎ 2019_0228 / 월,공휴일 휴관

김보민_The Burning Heart(2)_비단에 수묵채색_17×17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기획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_12:00pm~06:00pm / 월,공휴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instagram.com/sarubia_official

먼 곳으로부터의 시선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의 이번 전시에서 김보민은 1899년 영국인 여행가 버튼 홈즈(Elias Burton Holmes)가 조선의 거리를 찍은 흑백 기록영상에서 추출한 몇 장면을 작품의 출처로 선택했다. 작가는 망건을 쓰고 있는 남자와 전통춤을 추는 여성들을 흡사 느린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속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과거의 자료들을 활용하여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풍경을 구성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대를 거슬러 올라가 하나의 장면을 오래도록 응시하는 듯한 시점을 부여한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망건을 쓰고 있는 남자는 얼굴을 제외한 실루엣만이 남겨짐으로써, 인물 자체보다 그가 허공 속에서 펼치는 느린 움직임의 잔상이 더 강조되었다. 춤추는 여성들의 몸짓 역시 배경의 어둠 속으로 소멸되어 버릴 듯하면서도 한 때 분명히 있었던 존재의 아스라한 흔적을 전한다. 김보민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과 작가 자신의 시선을 동일시하면서도, 장면의 재현을 통해 유령화된 것을 붙잡으려는 듯한 노력을 통해서, 상실된 세계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김보민_나는 멀리 있었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김보민_나는 멀리 있었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김보민_나는 멀리 있었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김보민_Fiery_비단에 채색_230×110cm_2019
김보민_나는 멀리 있었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최근 김보민은 서구문화의 이입에 의해 타자의 시선이 개입되는 개항기에 관심을 보여왔다. 개항 시기 제물포항을 통해 이입된 서구 문화에 의한 변화를 서사적으로 구현한 「두 번째 도시」(2017)나 철도역을 중심으로 지금은 단절된 서울과 평양을 가상으로 연결하는 「렬차」(2018)는 김보민의 주제의식이 근대적 서구문명의 이입과 더불어 사라져버린 세계와의 관계 회복에 천착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의 풍경화에서 일관적으로 활용되었던 현대 도시의 실경과 옛 동양화 풍경의 교차편집 방식은 전통과의 단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동양화가로서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김보민의 작품 속에서는 안견과 겸재, 19세기말 조선을 방문한 영국 여성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과 작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대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지면서 공간화된다. 이런 점에서 그는 과거와의 단절감을 넘어서기 위해 서로 다른 시간대를 왕래하는 시간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보민의 작업 근간이 되는 시간여행의 속성은 빛이 내려오는 작업실 안에서 시계추처럼 지구본이 회전하는 풍경을 그린 「햇빛」(2010)과 같은 작품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인 「방」(2018)에서도 빛이 경이롭게 반짝이며 방을 비추는 장면을 통해 작업실 안에서 실현되는 서로 다른 차원 간의 접점이 암시된다. 그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배, 기차, 비행기와 같은 이미지들 떠남, 혹은 여행과 관련된 도상이기도 하다.

김보민_흰 천(2)_비단에 먹과 호분_49.3×33.8cm_2018 김보민_흰 천(3)_비단에 먹과 호분_60.5×44.3cm_2018
김보민_나는 멀리 있었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유랑하는 여행자는 정박된 지표들을 거부하며, 물리적 경계 안과 밖을 오가며 자신의 시점으로 현실을 재구성한다. 김보민은 시간여행자의 시점을 통해서 상실된 것들을 호출하여 현실과 다시 연결시키고자 한다. 자료로서만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서 집단적 기억 안에 잠재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자리를 잃어버린 유령들의 세계를 재발견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보민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급격히 사라져버린 세계의 마지막 몸짓을 목격했던 외지인의 시선을 빌어서, 한 때 우리의 일부였으나 지금은 먼 곳에 있는 것들의 자취를 더듬어간다. 그가 이 여행자의 시선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의 폭압적 시선이나 그 반대급부인 전통에 대한 문화적 강박에서 자유로운 거리를 유지한 채로, 원래 우리의 일부였던 그 상실된 세계를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 이은주

Vol.20190210a | 김보민展 / KIMBOMIN / 金甫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