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Theory

김홍식展 / KIMHONGSHIK / 金洪式 / print.photo.iInstallation   2019_0220 ▶︎ 2019_0525 / 일,공휴일 휴관

김홍식_I-Prefer_양극판에 혼합재료_82×64cm×4_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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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22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파라다이스 집 Paradise ZIP 서울 중구 동호로 268-8 Tel. +82.(0)2.2278.9856 www.p-zip.org

다시 환기되는 이미지의 본질 ● 김홍식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강렬하다. 80여년이 되었다는 주택의 거친 건축재료들이 노출된 전시장 환경에서도 그 이미지들이 발산하는 분위기는 위축되지 않는다. 판화라는 장르가 급격히 위축되는 동시대 미술계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김홍식은 오랜 기간 판화의 본질적 속성을 토대로 새로운 복합매체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들은 판화의 복제성을 초월하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으로 수렴된다. 김홍식이 자신의 작업을 서술하면서 말하는 '통합된 미디엄'은 그러한 복합매체적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활용한 작업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작품의 매체적 특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이미지들이 갖는 이중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의 작품들은 평면에 재현된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이미지들은 평면의 한계를 초월하여 돌출된 풍경으로서의 속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러한 이중성은 전시된 작품들의 한 축인 뮤지엄의 전시장 풍경이나 거리의 풍경을 다루는 다소 넓은 화각의 연작들에서는 물론이고, 대조적으로 내부 구조가 돌출된 여성 하이힐 이미지나 과장된 붉은 입술 이미지 등 대상이 간명하게 드러난 계열의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미지 자체의 구성이나 사실성 보다 다루는 재료에 대한 장악력에서 비롯된 작가의 표현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홍식_B Theory展_파라다이스 집_2019
김홍식_The number of desire_스페인레스 스틸 부조에 먹, 실크스크린_176×126cm_2019
김홍식_The number of desire_스페인레스 스틸 부조에 먹, 실크스크린_176×126cm_2019

전시장 2층에 배치된 작품들 중 다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의 전시장 풍경을 담은 것들이다. 미술관을 방문한 김홍식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미술관 내부에 산재하는 유명한 작품들보다 그것들을 보기 위해 운집한,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스펙터클이었다. 요즈음 미술관의 풍경들이 그렇듯, 작품 속 관객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꺼내들고 작품의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대상의 이미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디엄에서 재현되는 이미지가 공존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대상과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하나의 시선의 대상으로 환치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중의 풍경은 두 개의 거울이 마주한 공간에서 끝없는 환영의 공간이 연출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 이중성은 작가의 터치에 의해 개입된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는 금색 프레임을 통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유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풍경에서도 등장한다. 작품에는 금관이나 초상화 앞에서도 여전히 대상을 관조하기보다 새로운 수단으로 대상을 매개(mediation)하는 관객들의 풍경이 재현된다. 작품 앞의 사람들이 취하는 어색한 제스쳐는 유물이 가진 역사성이나 화려함 등과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상황은 전시장 공간의 이미지 매개와 그로 인한 이국적 장면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뮤지엄이라는 공간의 본성을 이루는 기념주의적 태도가 빚어내는 풍경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었음을 알게 한다.

김홍식_Orsay_Little Dancer_스페인레스 스틸 부조에 먹, 실크스크린_143×100cm_2017
김홍식_B Theory展_파라다이스 집_2019
김홍식_대화_스페인레스 스틸 부조에 먹, 실크스크린_86×59cm_2019
김홍식_시 간Between Seen_스페인레스 스틸 부조에 먹, 실크스크린_94×144cm_2017/2019

2층의 작품들이 갖는 공간감에 비해 1층에 배치된 작품들은 확대된 오브제의 초현실적 분위기를 기저에 두고 있다. 굽이 떨어져나간 하이힐의 단면은 의뢰로 섬뜩하다. 또한 분리된 하이힐은 원래의 대상이 가진 미적 속성을 완전하게 배제한 상태로 존재하기에 매우 생경하다. 신체를 받쳐주기 위해 존재하는 구두의 형태적 완결성이 파괴된 단면에 섬뜩하게 드러나는, 날카로운 나사못 같은 것들은 마치 여성의 신체 일부가 탈각된 듯한 섬뜩함과 혐오감 사이의 기묘한 감정을 연상시킨다. 대상을 더 이상 대상으로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전도된 감정의 흐름은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말하는 아브젝트(abject)를 연상시킨다. 과장된 붉은 입술에 닿아 있는 섬뜩한 드릴의 날은 그러한 분위기를 더 강화시킨다. ●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오늘날, 이미지는 이제 손쉽게 획득하고 버릴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이미지의 소비는 결국 이미지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섣부른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여전히 이미지가 가진 다양한 속성들을 능란하게 재현하는 김홍식의 작품은 수시로 잊어버리는 이미지의 막대한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재료와 물성을 능란하게 조율하여 평면 이미지의 한계를 종종 초월하는 작가의 역량이 배후에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고원석

김홍식_B Theory展_파라다이스 집_2019
김홍식_B Theory展_파라다이스 집_2019

『김홍식. ZIP: B Theory』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진과 판화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매체를 구축해 온 김홍식 작가가 2년 만에 개최하는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인 'B theory'는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며 과거, 현재, 미래 모두 동일하게 실재한다는 시간 철학 개념에서 차용했다. 그동안 '장소', '시선' 에 관심을 두고 도시, 산책자, 미술관 시리즈 등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초기 작품을 모티브로 한 신작과 그동안 제작해 온 대표작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 오랫동안 작품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 해 온 작가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가, 초기 작품의 모티브를 그동안 발전 시켜 온 자신만의 매체로 표현함으로써 그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과거의 모티브에 현재의 매체를 더하여 탄생한 작품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한 작품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실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작과 함께 그동안 제작해 온 대표적인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시간 철학 B theory와 닿아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안에는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이 담겨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한 김홍식 작가는 잡지 등 기존 매체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판화로 제작했다. 판화 작업을 거듭하면서 원판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판에 새겨지는 각인, 밀도, 재료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잠재성을 발견하였다. 그 이후 알루미늄, 스테인리스스틸 등 원판의 재료를 다양화하였으며, 원판을 작품 제작을 위한 수단이 아닌 과정과 결과물이 통합된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매체와 물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사진 혹은 판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김홍식 만의 매체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러한 자신만의 독특한 매체를 두고 작가는 '통합된 미디엄(Synthetic Medium)'이라는 중간 결론을 내린다. ● 지금까지의 전시들이 주로 '외적 시선'을 이야기 하였다면, 이번 전시는 '내적 시선'이라고 할 수 있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고민의 결과인 '통합된 미디엄'을 주제로 하고 있다. '통합된 미디엄'의 핵심은 모든 재료나 과정들이 그 자체로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되는 것으로, 방법과 재료가 통합되어 목적이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전시장 1층은 모티브가 된 원작과 그 원작에서 파생되어 탄생한 신작으로 구성되어 재맥락화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발전되고 확장되는 매체를 선보인다. 2층에서는 판화에서 사용되는 틀과 지금까지 제작해 온 작품들로 구성되어 매체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통합된 미디엄의 발전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지하 1층에는 작가의 작업실이 재현되어 작품 제작을 위한 수단이자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되고 있다. ● "누가 묻는다. "이 기법이 뭐예요?" 설명이 길어진다. 산으로 간다. 미술에 있어서 매체의 개념은 작품의 표현수단이나 매체로서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 형식 혹은 목적으로 전이되고 있다. 2017년의 환기미술관에서의 전시는 그 동안 나의 작업 중에서 산책자의 시선-미술관의 시선, 작품 안의 시선, 관람자의 시선, 등 시각적인 면에 대한 논의 어느 한 점을 찍었다면, 보다 근본적인 물음, 즉 내 작업의 정체성 혹은 자체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되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의 작품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나 과정들은 그 자체로 작품의 형식이 되거나 내용이 된다. 모태로서의 '원판'과 '제작과정'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태도가 형식이' 되고 그 형식이 태도가 되는 것이다. 이를 나는 잠정적으로 통합적 미디엄(Synthetic Medium)이라 부르기로 했다." (김홍식) ■ 파라다이스 집

* '통합된 미디엄'이란 물리적인 현상만을 말하지 않고 그 과정과 그 작업 안에 담긴 컨텐츠들의 시선의 통합 또한 포함한다.

Vol.20190220a | 김홍식展 / KIMHONGSHIK / 金洪式 / print.photo.i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