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展 / LEEEUNHO / 李銀鎬 / painting   2019_0306 ▶︎ 2019_0319

이은호_순환-1730_162×1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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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H GALLERY H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Tel. +82.(0)2.735.3367 blog.naver.com/gallh hongikgalleryh.modoo.at

순환-시간 ●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순히 작가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라 사상을 부어 넣는 철학적인 행위에 해당한다. 작가는 자기 작품의 정신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다양한 방법론을 찾아 고심한다. 그러나 고전도 현대도 그것은 작가가 어떠한 것들을 섭취 하느냐하는 영양소일 뿐, 온전히 자기화 과정을 통해 개성있는 예술의 영역은 탄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은호_순환-1830_130.5×162cm

"2000년대 초반까지 나의 그림은 인간의 심리를 주제로 하여 일상적 관계들 속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나타내는데 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주체 항상 인간이었고, 조형요소로서 자연과 일상의 이미지를 해체하여 혼돈스러운 감정을 이입했다. 젊은 날에 보았던 세상은 너무 크고 알 수 없으며, 자신은 너무 작고 약한 존재였다. 경험하는 것들이 처음일 때 마다 혼돈 속에 빠졌고 그 답을 찾느라 방황했다. 그 방황과 혼돈의 시간을 그림을 그리며 지탱해 왔다."

이은호_순환1901-밤_135×68cm

최근 작업의 주제는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순환'이다. 이는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작품에는 자연과 인간,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이미지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상징적 의미의 형태나 기호로 나타나는데, 증식하듯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뜻한다. 각 형태들은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한 마디 와도 같다. 그 생각의 마디들이 얽히고 설켜 한 작품을 이루는 것이다. 세상의 잡다한 이해관계와 분별의 늪에 빠져 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마지막 다다르는 곳은 어디일까?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소멸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을 벗어 날 수 없다. 자연의 이치 속에 있는 것이다. 소멸한 존재의 자리에는 새로운 싹이 튼다. 근시안적으로 보면 소멸했으나 결국 또 다른 것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생장(生長)한다. 화면 속의 인물도 자연의 순환 원리 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특별한 대상이 아니다.

이은호_순환1902-낮_135×68cm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가 되고 아이들은 자라고, 나와 나의 친구들의 모습과 삶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지위의 높고 낮음도, 재물의 많고 적음도, 기쁨과 슬픔도 지속되지 않고 변화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연의 원리안에서 모든 것은 다 특별하기도, 또 특별하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 . ."

이은호_순환-1903_50×64cm

' 꽃이 내가 되고 내가 꽃이 되었다.' 이는 장자의 물화(物化)의 사상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며, 나의 작품 안에서 주체와 객체의 분별이 없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을 하니 소재의 형태나 크기, 색채의 닮음 등이 중요해지지 않았다. 발상에 대한 확장과 자유로움이 생겼다. 발상에 대한 확장은 표현의 확장을 동반한다. ● 이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근거한 사적인 자기표현이었다면 최근의 작업은 근원적 물음에 대한 탐구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연의 일부로서 나를 바라보면 나는 점점 작아짐을 느낀다. 순환의 원리 속에 놓인 작은 나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낀다. 지나고 나면 부질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다. ● 커다란 한지위에 먹물로 애송하는 시(詩)와 기도문을 써 내려간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잠시 잊는다. 천천히 쓰면 먹이 너무 번져 필선(筆線)이 뭉게지므로 숨을 멈추고 붓의 먹물이 다 할 때까지 빠르게 몰입해서 쓰기 때문이다. 쓰여진 글씨는 화면위에 붙여져 하나의 조형적 요소로서 작용한다. 그것은 달도 되고 해도 되고, 또 꽃잎이 되기도 하고 여인의 옷이 되기도 하며 다양한 소재로 치환된다. 꽃 역시 명칭과 닮음이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인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마음을 담는 호수도 되고, 눈과 마음을 빼앗는 세속의 욕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삶을 찬미하게 하는 사랑스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은호_순환-1905_68×135cm
이은호_순환1906-새와 달_68×135cm

나는 대부분 정제된 표현을 지향한다. 직접적인 감정분출보다 시간을 갖고 하나씩 쌓고 덜어내고 지워가며 마음을 닦듯 그림을 그린다. 본성이 곱지 않고 감정의 기폭이 심해서 그대로 드러내면 후회가 많아진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며 나를 안정시키고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할 때도 많다. 한편으로는 화면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혼란스러움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이는 형태의 유사성이나 조형적 안정감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주고, 의문이나 불편함을 갖게 하기위한 의도된 장치이다. 지금 나이에 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인간들의 모습은 자라면서 배우고 들었던 것들과 많이 다르다. 그 난해한 세상과 복잡한 인간사를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한 경우이다. ● "삶은 심미(審美)하는 것이다" 이 말은 너무나 감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이런 마음이 없다면 삶은 너무나 잔인하고 흉포하며 힘들게만 느껴진다.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여러 사건들과 관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발견들을 그려냄으로써 마음의 위안과 삶의 생동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 이은호

Vol.20190303c | 이은호展 / LEEEUNHO / 李銀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