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irs of Busan

2019_0302 ▶︎ 2019_0321 / 백화점 휴점일 휴관

Memoirs of Busan展_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사진 / 이동근_문진우_윤창수 사운드 / 정만영_영상_이광기_변재규_이인미+김영조 영화 / 김이석

관람시간 / 11:00am~08:00pm / 금~일요일_11:0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SHINSEGAE GALLERY CENTUMCITY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35(우동 1495번지) 신세계 센텀시티 6층 Tel. +82.(0)51.745.1508 shinsegae.com

부산, 부산, 부산 ● 부산이란 단어가 사전에선 행정구역 구분을 위한 지명으로서 설명된다. 여기에 사는 사람이건 잠시 머무는 사람이건 똑같이 느끼는 값어치들이다. 그렇게만 받아들이기엔 너무 밋밋하다. 사람들이 부산이 궁금하다고 해서 사전을 찾지는 않는다. ● '짜장면'을 떠올릴 때 반죽의 정도, 면발의 굵기, 재료를 일반적으로 먼저 생각하진 않는다. 우선 까만색의 맛 난 면 요리를 이미지로 빠르게 떠올린다. 그리고 바로 내가 가장 맛있었던 짜장면과 중국집에 대한 추억에 한동안 빠져든다. ● 그렇다면 부산은? 부산이란 단어로 생각되는 것은? 대부분은 너무나도 쉽게 '바다'를 떠올린다. '바다'만큼 분명하게 부산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그러고 나서야 사진, 영상, 책과 같은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과 자신의 살가운 경험. 그 기억들의 뭉치로 부산을 떠올린다. 골목, 시장, 산복도로 등과 같은 장소의 기억, 예술, 대중문화, 음식, 그리고 부산사람.

Memoirs of Busan展_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_2019
Memoirs of Busan展_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_2019
Memoirs of Busan展_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_2019

부산은 바다다. ● 어린 시절 송도 해수욕장 흔들다리를 건넜던 생각이 아련하다. 그리고 중고등 학생 시절 교실 창밖 아래로 너무나도 쉽게 바다가 보였다. 어쩌다 하늘빛이 무지하게 좋은 날에는 대마도가 신기루처럼 아른아른 수평선에 맺혔던 기억이 난다. 부산을 사는 부산 사람에겐 마냥 바다가 흔하다. ● 어쩌다 단 하루라도 이 도시를 떠났다 돌아오면 바닷냄새가 얼마나 짙고 깊은지를 안다. 부산역에 도착해 문밖을 나서면 바닷바람이 달려들어 흥건해진다. 더할 나위 없이 짜고 비릿한 바다 맛이 배어든다. 어느새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는 안도감과 맞바꾸게 된다. ● 부산은 300km 되는 길이로 땅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 거기엔 다대포, 송도, 광안리, 해운대, 송정, 일광, 임랑 등 7개의 천연 해수욕장이 있다. 그리고 너무나 적당히 그 사이사이에 산자락과 강이 함께 있다. 부산, 그 단어 속엔 그냥 바다는 당연히 담겨 있다.

문진우_상실시대 76년 명지_1976
문진우_상실시대 88년 자갈치_1988
문진우_상실시대 94년 송정_1994

부산 사람은 골목에 산다. ● 바다는 열려있다. 그래서 부산도 열려있다. 항구는 바다와 운명적인 삶을 지니고 있다. 항구가 가지는 개방감은 많은 것들을 오래전부터 스스럼이 없이 받아들였다. 몰랐던 것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할 때도 그리고 힘들게 찾아 든 타인들의 삶과 함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 부산은 작은 포구였다. 나라를 잃었다가 찾고, 무서운 전쟁과 함께 한 시간은 이 도시의 아픈 시작점이었다. 넓지 않았던 땅은 갑자기 밀려든 사람들로 조밀해졌다. 삶의 간격마저도 빡빡해졌다. 그래도 함께 해야 했기에 최소한의 길을 남긴 채 반듯하지 않은 집들과 골목이 생겼다. 산동네가 서로 얽히고 얽혀졌고 부산은 갑작스러운 팽창을 짧은 시간에 감당해야 했다. 좁고 팍팍한 수많은 계단과 산허리를 휘감는 산복도로가 그 공간들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다른 습관과 문화를 지니고 살아온 이방인들이 그 속에 머물며 부산사람이 되었다. ● 그 골목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시간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새로운 색깔을 품고 있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감천문화마을, 비석마을, 깡깡이마을, 흰여울마을, 보수동 책방골목, 중앙동 인쇄골목, 먹자골목, 깡통시장, 자갈치……. 이제는 이방인들이 부산을 찾아오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동근_흐르는 길(light box)4-1_필름에 피그먼트 프린트, 라이트박스_120×150cm_2016
이동근_흐르는 길(light box)5-1_필름에 피그먼트 프린트, 라이트박스_120×150cm_2016
이동근_흐르는 길(light box)5-2_필름에 피그먼트 프린트, 라이트박스_120×150cm_2016

부산은 영화가 된다. ● 바다, 산, 강이 산뜻하게 어우러진 도시, 이곳에 찾아들고 살아온 이들의 시간과 공간의 켜가 너무나 많은 도시. 이런 부산의 매력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을 솔깃하게 만든다. 게다가 23년 동안 지켜온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의 도시가 되었다. ● 부산이 무대가 되고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해운대」, 「친구」, 「국제시장」,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보안관」, 「황해」. 「부산행」... ● 영화도시의 첫걸음을 내디뎠던 'BIFF 광장'이 있는 구도심엔 새로이 '영화체험박물관'이 생겨 그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해운대엔 '영화의 전당'이 있어 다양한 결을 가진 영화 프로그램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화는 부산이 앞으로도 애써 돌보고 키워가야 할 소중한 자식과도 같다.

이인미_영도다리 2010 01_2010
이인미_영도다리 2010 05_2010

신세계갤러리가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자리를 잡고서 열 번째 봄을 맞이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시간의 무게가 생긴다는 건 무엇인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이젠 이방인이라기보다 부산다워졌다. 부산다워진 신세계갤러리가 전시 『Memoirs of BUSAN』를 준비했다. ● 부산을 늘 솔직하게 기록하고 담아낸 작가들의 작품으로 부산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사진과 영상, 소리라는 형식을 통해 과장하거나 치장하지 않은 부산사람의 삶과 부산의 시간을 보고 들을 수 있다. ● 사진작가 문진우, 이동근, 윤창수의 사진에는 화장기가 전혀 없는 부산과 부산사람이 담겨 있다. 요란하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투박한 생명력, 제대로 된 부산을 느끼게 한다. 설치작가 정만영은 소리 채집자이기도하다. 바다와 부산 곳곳에서 삶의 소리들, 부산을 시각정보 없이 '듣는다'는 행위만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영상작가 변재규와 이광기는 각자 다른 움직임의 템포로 부산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담아낸다. 변재규의 작품은 빠른 움직임으로 동영상의 제맛이 넘쳐난다. 그래서 부산이 더욱 강렬하다. 이광기의 작품은 움직임은 없지만 LED불빛만으로 텍스트를 표현한다. 메시지 전달이 통쾌하다.

윤창수_개나리가 환하게 반겨주는 집_2018
윤창수_텃밭으로 변한 집_2015

사진가 이인미와 영화감독 김영조는 영도와 영도다리를 각자 영역의 방식으로 기록했었다. 그것을 하나의 형식으로 다시 엮었다. 표현은 영화적이고 기억의 주재료는 영도다리 해체와 복원을 기록한 사진이다. 사진과 영화는 부산에 가장 단단하게 자리한 예술의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이 두 형식의 콜라보가 색다르다. ● 작품전시 이외에도 책을 통해 부산을 만난다. 부산이 담겨 있는 단행본과 어린이 책을 '부산북테이블 Busan book table' 위에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영화평론가 김이석 교수가 쓴 책 『부산, 영화로 이야기하다』에 소개된 부산의 영화들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그중 일부 영화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풀타임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진짜 부산영화를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이광기_그때왜그랬어요(1)_자갈치시장 네온사인 설치작품_2017
변재규_925장의 부산타워_사진 284_2009

이것만으로는 부산을 다 담을 수 없다. 지극히 일부분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오로지 부산이다. 잠시라도 부산을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는 나긋한 시간이 될 것이다. ■ 김철진

Vol.20190303f | Memoirs of Busa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