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bowroom : 자유활동 범위

김용현展 / KIMYOUNGHYUN / 金鏞賢 / painting.video   2019_0308 ▶︎ 2019_0331

김용현_take a walk_단채널 영상_2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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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308_금요일_06:00pm

2019 무소속연구소 공간지원展

후원 / 무소속연구소

관람시간 / 11:00am~11: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 PROJECT SPACE 00 YEONHUI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Tel. +82.(0)2.337.5805

김용현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Elbowroom』을 드디어 무소속연구소 공간에서 열게 되었다. 예술인파견사업, 연희동아트페어 등 무소속연구소 행사를 같이 치루며 나름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개인전 준비를 통해 그의 세계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앞서 열었던 개인전과 달리 이번에는 대형 유화작업, 영상 퍼포먼스 등 김용현 작가 스타일 전체를 한 곳에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 'elbowroom'이란 말 그대로 팔꿈치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 활동할 수 있는 여유, 여지를 의미한다. 신차 광고에 얼마나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작지만 넓은 공간을 만들었는지 경쟁하듯 광고를 한다. 즉, 'elbowroom'은 나의 생각, 활동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의미하는 긍정적 단어이다. 단채널 비디오작품 'take a walk(산책)'이 가장 이번 전시 제목을 잘 설명해준다. 그가 사는 동네 주변을 걸으며 쉽게 인식되지 않는 공간들과 사물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재배치하여 그가 원하는 풍경으로 변화시킨다. 골목주차한 차와 담벼락 사이의 공간을 통과해보고, 불법주차 방지용 기물들을 조금씩 움직이고, 재활용 쓰레기들을 색깔별로 예쁘게 배치해본다. 남들이 보기에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을 그의 것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한다.

김용현_keyman_단채널 영상_2018~9

"우리의 아주 작은 행동양식도 사회규범과 교육 속에서 익혀왔고 실행되고 있다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소하지만 사회의 잠재적 질서로 작용하고 고정된 흐름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나의 작업은 이런 일상에서의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출발했고 이런 행동을 주변을 의식하고 행하면서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내가 사회 안에서 행할 수 있는 행동, 할 수 없는 행동, 지시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주체적인 것, 그렇지 않은 것 들을 구분하고 구별하게 합니다." ● 작가노트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사소한 것과 일상적인 것을 관찰하며 혹시 그 곳에 숨어있는 억압이나 오류 등을 발견해내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재배치, 재인식 하는 과정을 겪는다. 'Take a walk'는 결혼 후 이사 온 동네를 이런 방식으로 천천히 탐색하고 자유활동 범위를 파악한 뒤 '나의' 동네로 받아들이는 김용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이제는 거주하는 동네를 벗어나 지방이나 외국까지도 프로젝트를 확대하려고 계획 중이다.

김용현_i want body_단채널 영상_2018
김용현_i want body_단채널 영상_2018

반듯한 외모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작품 설명하는 김용현 작가의 학창시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산책하며 현재 이사 온 동네를 한 틈씩 증명해 나가듯, 청소년기에 자신이 왜 학생이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해 한 동안 학교를 결석하며 증명해 나갔다. 그렇다고 비행청소년은 아니다. 동네 뒷산에서 운동하고, 목욕탕에서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경치 좋은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다. 그러다 우연히 미술학원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학생이여야함을 찾아냈다. 그림을 더 그리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가 질문하지 않은 것에 질문하는 그만의 특성은 'Want Body'시리즈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전자 체중계를 들고 다니며 다양한 공간에서 몸무게를 잰다. 평평하지 않거나, 물렁한 바닥 위에서 재면 몸무게가 가볍게 나간다. 체중계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외국과 달리 몸무게를 직접 언급하는 일이 많은 한국에서, 대다수의 국민이 집착하는 숫자에 작가는 의문을 갖고 과연 나의 무게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결정되는지 재차 실험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김용현_Chaelin_캔버스에 오일파스텔, 오일바, 페인트, 아크릴채색_90.9×72.7cm_2017
김용현_Yellow legs_캔버스에 오일바, 페인트_259×150cm_2016

그의 삶, 그리고 작업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가 아마도 '비결정의 결정'일 것이다. 이 것은 나태하거나, 딴죽을 걸거나, 비행청소년이 되는 것과 다르다. 단지 완전한 수행적 증명과 수긍이 이루어질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는 것이다. 그의 그림 그리는 방식 또한 '비결정의 결정'으로 수행된다. 평면 작업들을 화려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속에 주변 사물들이 스물스물 보인다. 2017년도 작 'Chaerlin'은 노란 바탕에 인디안 패턴 같은 지그재그 라인들이 화면을 구성한다. 반쯤 눈을 뜨고 다시 보면 가운데 동그란 돌림판 위에 흙작업을 할 수 있는 심봉이 묶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혼을 하며 조각가인 아내의 심봉을 무심히 그렸다. 작가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을 선택해 그 형태와 본질을 물감과 패턴으로 덧입히며 사물을 온전히 그의 것이 되면 붓을 놓는다. 요즘은 화려한 패턴이 이미 인쇄된 천위에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김용현_Opium poppy_캔버스에 페인트, 아크릴채색, 오일파스텔_191×140cm_2015
김용현_color lasagn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오일바_90.9×72.7cm_2018

김용현의 유화작업을 보면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는 어느 날 나타난 커다란 조약돌 모양의 비행물체가 지구에 도착으로 시작한다. 비행물체 안에는 7개의 다리를 지닌 헵타포드(heptapod)가 있었고 주인공과 외계인은 다리(혹은 팔)에서 뿜어 나오는 먹물의 모양의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서로 언어를 맞춰간다. 먹물을 흩뿌린 듯한 원형의 이미지는 전혀 언어같지 않았지만, 외계인의 언어는 단순이 단어들의 정보를 선형적으로 나열하는 인간의 문자와 달리 과거, 현재, 미래를 동등하게 다루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면 인간도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2015년작 'Opium Poppy'는 오피엄 퍼피라는 그 당시 김용현 작가의 가장 친한 사람을 그린 것으로 오피엄이 좋아하는 색상을 바탕으로 시작하여 그가 주로 사용하는 언어, 표정들을 드로잉하며 화면을 구성하였다. 그 이후에는 첫 화면이 오피엄이라 생각하고 작가와 화면이 관계 맺는 방식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화면을 겹쳐가며 완성하였다. 김용현 작품의 설명을 듣고 나면 단순한 패턴들이 원시적이거나 장식적인 것이 아닌 시간과 감정을 모두 압축해 놓은 외계인의 새로운 언어 같다. 증명하듯이 덧입힌 색과 형태들은 인간의 언어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과 소통하게 도와주며 비결정된 듯 보이는 상황에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다. ● 김용현은 좋아서 그림 그리는 작가다. 그는 마음이 움직이고 붓을 들고 싶을 때만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의 감정은 고스란히 그림에 묻어나고 주변 사람들까지 영향을 준다. 작가는 대학원 졸업할 때쯤 예술교육 기획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기획자로도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수업을 듣는 참여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자신의 (예술)행위가 좋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준다'고 전한다. 작가와 대화를 나눈 뒤, 왜 우리가 예술을 만들고 감상하는지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돈도 명예도 얻기 힘든 예술활동을 하는 이유는 좋아서 하는 것 말고 더 좋은 답변이 있을까? 너무 당연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예술의 본질을 김용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 임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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