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분분 松花紛紛

김병종展 / KIMBYUNGJONG / ??? / painting   2019_0314 ▶︎ 2019_0407

김병종_송화분분 12세의 자화상_혼합재료_150×180cm_2018

초대일시 / 2019_0314_목요일_05:00pm

입장료 / 성인 3,000원 / 소인 2,000원 단체 20명 이상 20% 할인 학생(대학생 포함), 7세 이하, 64세 이상, 장애 3급이상 무료입장 두레유 식사시 무료입장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28 (평창동 97번지) Tel. +82.(0)2.720.1020 www.ganaart.com

송화분분(松花紛紛), 후기 생명의 노래 그 서막 ● 새 봄이 왔다. 송홧가루 날린다. '바람이 임의로 불메.' 발단을 알 수 없는 바람 송홧가루 흔들어 움직인다. 느긋하게 때로 급하게. 미세한 알갱이는 멀리도 날아 천지를 뒤덮는다. 움직였다 머무르고 멈췄다간 흔들리는 정중동(靜中動)의 연무. 쉼 없이 움직이는 노오란 가루 덩이 한 켠으로 뭉쳤다가 느슨하게 퍼져 빈 공간 가득하다. 생명 발아의 소명 온전히 바람에 맡긴 채 정처 없이 사방으로 흩어 천지는 봄기운에 황금물결. 노랗게 물든 환각의 세계. 파종의 미립자는 생명의 신비를 담아 화면에 앉는다. 뭉술뭉술 날아든 노란 입자들 세상이 화면이고 그림이 천지다. [...] ● 송화분분. 이 주제는 문학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완벽하다. 이는 개념이면서 표현이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생명입자인 송홧가루는 노란 미립자라 형상화시킬 것도 없이, 그대로 화면에 노란 색점으로 표현된다. 입자가 곧 색점인 것이다. 이렇게 기의가 곧 기표이고, 대상이 바로 표상이 되는 경우가 또 있던가? 여기엔 모사(mimesis)나 시각적 환영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시적 대상은 시각적 형상으로 바로 전이되는 것이다. 이 점이 그의 근작이 보여주는 가장 현대적인 특징이라 여기며, 그의 '추상'이 갖는 가장 독자적인 점이 아닐 수 없다. [...]

김병종_숲에서_닥판에 먹과 채색_162×260cm_2009~17
김병종_추산_혼합에 먹과 채색_162×259cm_2018
김병종_송화분분_혼합재료에 먹과 채색_180×210cm_2017

송홧가루는 분자화한 최소한의 단위이고 생명의 소립자이다. 노오란 송홧가루가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퍼지며 그림면에 묻어 회화가 된다. 소나무가 내보낸 생명의 씨앗이 화면의 재료와 내용이 되니, 대상과 표현이 혼연일체가 된 추상이다. 입자를 묘사할 수 있는가? 엄밀히 말해, 그의 송홧가루 가득한 회화는 각각의 입자를 환영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바람에 실려 퍼지는 입자의 운동성을 그린 그림이다. 이미지가 곧 재료이고, 모티프이며, 주제인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추상은 비(非)구상이란 의미의 추상과 완전히 다르다. 이 전면추상화는 송홧가루라는 재료와 그 휘날리는 동세라는 내용을 같이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서구 모더니즘의 시각적 추상과는 전혀 다른 종류다. 한 마디로 시각적 추상이 아닌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비서구적 속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김병종_송화분분_혼합재료에 먹과 채색_119.5×160.3cm_2017

한편 내용적으로 볼 때, 나무를 발아시키는 생명씨앗의 모티프는 김병종의 생명연가에서 근원적 의미를 지닌다. 다양하게 성장한 소나무들은 모두 다르지만, 최소한의 입자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생명의 최소 단위. 생명의 시원을 사색한 발로이다. 그런데 이것이 새 생명의 씨앗인가, 명이 다해 흩어지는 소멸의 잔재인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파종과 임종은 결국 만나는 것이리라. 어김없는 자연의 순환법칙으로 파종된 씨앗들은 공중에 퍼져 삼라만상을 뒤덮는다. 그렇게 세상이 하나가 되듯, 그의 화면은 수많은 색점이 부유하며 전면을 채운다. [...]

김병종_해바라기_혼합재료에 먹과 채색_40×100cm_2017
김병종_화홍산수_혼합재료_193×259cm_2017

그의 작품은 그림을 위한 그림이 아니다. 생활 속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고, 삶에 필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침실에 놓아 그 발간 온기로 잠을 달게 자고, 거실에 걸어 초록의 휴식을 취하고, 현관 입구에 붙여두어 하루의 세상사를 맞닥치기 전 스스로를 다잡게 만드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은 한옥에 특히 잘 어울리지만,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공간에도 꽤 잘 맞는다.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워낙 적응력이 좋은 그림들이다.[...] ● 풍부한 시적 변조를 담은 「송화분분」으로 후기 생명연가의 서막이 열렸다. 봄바람에 천천히 이동하는 송홧가루의 움직임처럼 우리의 생명은 정처 없이 어디로 가는 걸까.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그의 회화가 보여주듯,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는 것이다. ● 신비한 생명의 파종이 사방에서 시작되고 있다. ■ 전영백

Vol.20190314h | 김병종展 / KIMBYUNGJONG / ???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