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된 유령들 The accumulated ghosts

2019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상반기 주제기획展   2019_0322 ▶︎ 2019_060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322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윤수_김윤경숙_김원진_이규식 이수진_조소희_편대식

「2019 상상정원」 체험 2019_0529_수요일_01:00pm~06:00pm_야외조각공원

후원 / 청주시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관람료 / 문의문화재단지 입장객에 한해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CMOA Daecheongho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Tel. +82.(0)43.201.0911 cmoa.cheongju.go.kr/daecheongho/index.do

이 땅에 인류의 흔적은 어디까지 남아있게 될 것인가? 지구 표면에 지각이 생성된 약 38억 년 전부터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약 1만 년전 시기까지 지질시대라 부르며, 지층과 화석에 담긴 단서들을 통해 지구의 연대를 구분한다. 현시대의 지질학자들은 인류의 출현 이후 새로운 지질연대 1 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인류가 이 땅에 출현한 이후 급속한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의 변화, 그리고 여러 생물종의 급격한 멸종까지 인류가 지구상에서 행하는 흔적들은 고스란히 퇴적되어가고 있다. ● 아주 먼 과거로부터 현세까지 지구환경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층과 같이, 인류는 자신들이 경험한 상황이나 사건을 문자와 기호,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여 역사로 남기고 있다. 더불어 미술의 역사 또한 과거로부터 동시대까지 수많은 예술가의 행위와 몸짓 그리고 작품을 통해 전복과 해체를 거듭하며 여러 사조를 구축하고 미학적 담론의 층을 이룬다. 이렇듯 퇴적된 시간과 그 층위에 쌓인 예술가들의 흔적은 시간이 멀리 흘러가도 여전히 지금, 존재하고 있다.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2019 상반기 주제기획 『퇴적된 유령들』전은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긴 시간과 노동집약적인 행위로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는 작가들을 조명한다. ● 이번 전시에 초대된 7인의 작가는 각자의 조형적 언어로 가볍거나 얇은 혹은 쉽게 소멸할지도 모르는 연약한 물질을 주요소재로 사용하여, 수행하듯이 오랜 시간을 두고 완성한다. 빠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시간을 거스르듯 그들의 작업은 가늠하기도 힘든 긴 시간과 사유로 퇴적되어 있다. 우리는 그들이 기록하고 구축한 예술적 지층을 통해 시대의 한 단면을 더듬어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퇴적된 유령들』은 관람객이 미술관에 들어간 순간부터, 작가들이 구축한 연대기 속으로 들어가는 전시이다.

이규식_李규식_벽면에 드로잉_가변크기_2019

첫 번째 층서 - 1층 로비 ● 관람객은 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섰을때 '문자쓰기'로 빼곡하게 채운 이규식의 작품 「李규식」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업은 과거에 건물 현장에서 진행했던 직접 쓰기 방식을 확장 시킨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모든 시설을 자신의 이름으로 덮어버린다. 작가는 1층 로비 시설물 – 현관문, 유리벽, 기둥, 가벽 뿐만 아니라 전시 기록과 설명이 담긴 안내 사인물, 과거 로비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액자 등 - 그 사이 틈새까지 노란 형광색 분필로 빈틈 없이 일정한 크기와 간격으로 채운다. 정갈하게 쓰인 글씨들의 무대는 전시장을 벗어나 미술관 로비를 점거하고 있다. ● 작가가 덮은 로비는 최근 몇 년 동안 실험과 창조적 공간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장소이다. 대청호미술관의 역사가 스며든 공간을 자신의 이름으로 덮은 이규식 작가의 행위는 미술관의 과거 위에 퇴적되어 새로운 지층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편대식_Moments_한지에 연필_285×5400cm_2017_부분

두 번째 층서 - 1전시실 ● 1전시실은 지층의 단면처럼 층층이 쌓인 재료의 물성을 통해 시간성을 드러내는 김원진, 편대식의 작품으로 구성한다. 대형 한지 롤 위에 연필로 검게 채운 편대식의 회화작품 「순간」은 대청호미술관 1전시실의 콘크리트 벽면을 감싼다. 종이와 연필이라는 기본적인 재료로 제작된 이 검은 회화는 종이 위에 단단히 밀착시킨 흑연 막 외에 어떤 대상의 재현이나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연필의 흔적들과 수만 가지 선위에 치열하게 화면을 마주한 작가의 흔적들이 거칠게 남아있다. 이 작품은 2014년 리모델링으로 날 것으로 드러난 1전시실 벽 전체를 덮는데, 이는 개관 이후 15년 동안 이어진 전시들로 인해 생긴 못, 페인트 자국 등이 그대로 남은 흔적 위에한 겹의 층을 이뤄 전시실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형성한다. 따라서 작품(전시장) 내부에 들어선 관람객은 두 개의 층이 생긴 시간의 벽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김원진_깊이의 바다_기록물을 태운 재, 밀랍, 석고_ 각 22.5×15.2cm(책판형), 가변설치_2017~8 김원진_너를 위한 광장_기록물을 태운 재, 밀랍, 석고_가변크기_2018

1전시실 한가운데 얇은 판형의 오브제들과 불안정한 형태로 세운 얇은 기둥으로 이루어진 작품 「너를 위한 광장」, 「깊이의 바다」는 김원진의 2년여의 기록물과 수집한 책을 태운 재를 석고와 밀랍을 섞어 제작한 것이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깊이의 바다」는 전시기간동안 파편으로 바스러지도록 설치하고, 그 중심에 얇고 길게 쌓아 올린 「너를 위한 광장」은 조금만 건드리면 무너질 것만 같이 긴장된 상태로 세워져 있다. 그의 작품은 이 수많은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망각되거나 다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왜곡되기도 하는, 기억의 연약하고 불명확한 속성들을 상징하며 인류의 역사가 절대적인 것이 아닌 불완전한 연대기로 형성되었음을 은유한다.

조소희_Daecheongho Museum of Art where..._실, 그물코뜨기_가변크기_2019

세 번째 층서 - 2전시실 ● 2전시실은 눈에 보이지 않은 시간을 공간에 시각화하거나 자연 현상을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한 김윤수, 조소희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한다. ● 뜨개질 된 얇은 실이 백색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관람객은 이 손노동에 깃든 삶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 조소희의 「Daecheongho Museum of Art Where ...」은 가늘고 연약한 실들이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으로 서로 맞물려 넓은 공간을 채우며,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과 노동의 과정으로 엮인 실선들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겹쳐 보이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다가오며, 우리를 깊은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김윤수_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_바람드로잉이 인쇄된 360장의 종이 쌓기, 그 옆면에 색연필_10.3×32×21.5cm_2016

조소희의 작업이 시간과 노동의 축적을 담고 있다면 김윤수는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그린다. 출품작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는 자연을 응시하며 몸의 감각이 흘러가는 대로 쓴 시와 바람결이 살포시 지나가듯 고요하고, 섬세하게 시간의 결을 은유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종이 위에 바람 드로잉을 하여 아코디언 형식으로 접거나, 360장 쌓아올린 바람 드로잉 옆면에 들꽃이 가득 핀 계절의 평원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이는 바람이라는 자연의 현상이 인간의 유한한 삶과 만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가의 면밀한 관찰과 예민한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윤경숙_망상의침몰_단채널 영상,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네 번째 층서 - 3전시실 ● 마지막으로 3전시실은 시대의 환경과 상황에 대한 단서가 기록된 지층과 같이 현재의 삶과 사회의 한 단면을 작품에 담은 김윤경숙, 이수진의 작품으로 구성한다. 김윤경숙은 개인의 비극적 경험이 단순히 개별적인 상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붉은색 테이프로 벽면을 감싸고 다시 뜯어내며 원상태로 돌리는 과정을 기록한 「망상의 침몰」 속의 반복적인 행위, 샹들리에 유리장식에 붉은 선을 빼곡하게 채운 「그 날」, 매일 일기를 쓰듯이 기록한 드로잉은 삶의 상처에 대한 위로이자 아픔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스스로 행하는 제의식과 같다.

이수진_Glass Landscape ver.3 : 함께함을 위한 앙상블 ensemble for the togetherness_수집된 폐유리, 유리부표, 가변테이블,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9

이수진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이주와 정주', '개발과 재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간극에 주목한다. 그녀가 사용하는 폐유리, 나일론 실 등과 같은 물질들은 산업화 사회에서 부스러져 나오는 잔여물들이다. 이번 전시 출품작 「Glass Landscape ver.3:함께함을 위한 앙상블」는 청계천 주변에 있는 트로피 수공상점이나 유리 가게 등에서 제작하고 버린 자투리 유리들을 수집한다. 청계천은 급속한 산업화로 변화의 진통을 앓은 서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층의 한 단면과 같다. 그곳에서 작가가 수집한 유리 조각들은 그 역사의 증거이자 화석이다. 이 발굴한 화석을 모아 재조합하고 새로운 공간에 이주하여 화려하지만 날카로운 도시의 이면을 보여준다. ● 미술관으로 퇴적된 작가들, 그들이 겪은 삶의 한 단면들과 시대를 비추는 언어들이 이곳으로 밀려 들어와 쌓여있다. 지층의 얇은 층상 한 줄에도 수천만 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것처럼, 그 언어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으며 절제되고 추상적인 이미지 혹은 비언어적인 형태로 발현하고 있다. 이 고요한 침묵은 관람객에게 깊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 이연주

Vol.20190322e | 퇴적된 유령들 The accumulated ghost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