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고요한

변대용展 / BYUNDAEYONG / 卞大龍 / sculpture   2019_0321 ▶︎ 2019_0504 / 일,월요일 휴관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_FRP_300×300×137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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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9_0326_화요일_11:00a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트소향 ART SOHYANG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 중앙로 55 B1 Tel. +82.(0)51.747.0715 www.artsohyang.com

스토리텔러에서 자기서사로... ● 전시장에 들어서면 시선의 아래, 즉 깊은 지하에 날개를 접고 조용히 앉아 있는 거대한 좌상이 나의 시선을 잡는다. 이 시선의 생경함이 변대용작가의 '날개 단 인간의 형상'이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의 젊은 시절 날아오르지 못했던 좌절감에 대한 표현 이라고 했다. 날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인간의 부러움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인간 사고에 원형처럼 자리 잡아 꿈, 자유, 힘, 욕망, 공간의 초월, 고귀함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나타난다. 단순히 날 수 있는 능력의 동경이든 다가 갈수 없는 신의 영역에 대한 욕망이든, 불가능한 것에 대한 오래 시간 인간의 집착은 수많은 창작물로 탄생하게 되어, 날개 단 인간의 형상은 비현실적임에도 편안함과 친숙함의 정서를 일으키는 대상이 된다. 따라서 날개 단 형상 그 자체는 특별한 것은 아니나 작품이 놓인 공간에 대한 작가의 이해력 혹은 연극적인 연출력이 작품과 결합되면서 정서가 고양되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_FRP_300×300×137cm_2019

날개를 단 모든 것들은 우리의 시선을 무의식, 혹은 본능적으로 위를 향하게 한다. 나의 시선 보다 한 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날개를 단 형상을 본다는 것은 날개가 있음에도 날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처연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계단을 따라 인체상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보면 그 처연함은 사라지고 시야를 압도하는 거대함에서 오는, 지금은 날개를 접고 앉아 있지만 곧 날수 있을 거라는 잠재된 가능성에서 오는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지난한 시간들을 견디고 결국은 날아올랐다는 작가의 자기서사이며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작가가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이며 이번 개인전 작품 중에서 가장 내러티브가 강한 작품이다. ● 변대용의 이전 작업은, 각종 매체를 통해 작가가 체득한 타인의 이야기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적 특성이 강한 조형을 보여 주었다. 이야기는 우리의 삶의 헤아릴 수 없는 여러 단층과 여러 구성원의 숫자만큼 이나 다양하다. 이는 중요성 혹은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리고 의미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관계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우리들의 삶과 더불어 존재하여 왔다고 롤랑 바르트는 언급하였다. ● 변대용작가는 이렇게 우리의 삶에 공기처럼 떠돌고 있는 이야기를 본능적 촉에 의해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가진 기존의 틀에 자신의 이야기를 붙여서 감상자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소통력을 가진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의 관심과 감성을 비교적 안전하게 이끌 수 있는 장치인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난, 작가 내면을 관조하는 자기서사에 대한 것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며 이런 변화의 과정을 통해 안주를 거부하는 작가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_FRP_250cm, 가변설치_2019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_FRP_250cm, 가변설치_2019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_FRP_250cm, 가변설치_2019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_FRP_250cm, 가변설치_2019

작품에서 내러티브 즉 전달하고자하는 상징이나 메시지가 약해지면 공간과 물성이 부각된다. '공간'이라는 명사에,/ 조사 '을',/ '채우다'라는 동사가/ 연결된 '공간을 채우다'라는 문장이 어색하지 않음은 언어로써의 규칙성과 사회성을 오래전에 획득한 것이리라. 이는 언어적 사회성을 넘어 인류가 가진 공통된 욕구 혹은 욕망으로 확대되어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되는데, 종교나 철학에서 물리적, 심리적 비움의 행위를 강조함은 이를 반증한다. ● 8개의 복제된 흑백의 거대한 흉상과 두상들이 주는 풍경은 공간의 점유를 넘어선 압도감을 느끼게 한다. 복제된 이미지는 원전에 대한 아우라가 사라졌음을 선언하면서, 하나의 장치로써 화려하게 현대미술의 장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변대용작가의 복제된 형상들은 이러한 해석보다는 공간을 뭔가로 채우려는 '用器'로 본 아리스토텔레스의 공간론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 한다. 자아를 방어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적 경향이다. 따라서 강하지 못하고 불안했던 젊은 시절에 대한 위로와 현재의 힘을 과시 하듯 8개의 복제된 상들과 바둑돌 같은 단단한 질감은 힘과 압도감으로 다가온다. 작품으로 공간을 총체화 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작가적 욕망일 것이다. 공간을 채운다는 것을 의지와 힘, 그리고 욕망의 표현으로 해석 해본다.

변대용_고요한 공기_FRP, 우레탄 페인트_780×1200×400cm_2017
변대용_고요한 공기_FRP_230×340×100cm_2019
변대용_고요한 공기_FRP_230×340×100cm_2019

변대용작가는 이번 전시의 입체감이 생략되고 선적인 인체상의 조형적 특성과 질감을 흑백의 바둑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설명이 없었다면 바둑돌과의 관련성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며 이는 일상적 사물에서 시작되어 확대, 변화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 작가는 인체상 정면의 볼륨감은 과감하게 생략시키고 작품의 공간 배치도 프로필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오도록 설치하였다. 옆모습들이 공간에 그린 듯 읽혀진다. 입체이면서 동시에 평면적이고 선적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바둑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으로, 그가 어린 시절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평면적이고 선적인 만화적 도상에서 연유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작가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 방식은 그가 삶을 걸쳐오면서 무의식에 새겨진 습관이며 믿음이다. 그는 탁월한 모델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것을 피하고 익명성을 띤 그리고 작가 자신의 기준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도상적인 인체상을 만들어 낸다. 나아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익명성의 인체상들을 통해 자신의 서사가 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변대용_고요하고 고요한展_아트소향_2019

흑백은 색이 아니면서 모든 색의 시작, 신의 색, 빛과 어둠으로 상징되는 생명의 근원을 나타내는 색이다. 흑백은 감정선이 가장 약한 중성적인 무채색이며 이런 연유로 신의 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정이 절제된 흑백의 형상들은 작가의 불안했던 20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불안, 불편했던 그 당시의 감정은 객관화, 대상화 될 수밖에 없다. 경험했던 살을 에는 찬바람은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 있지 더 이상 살을 에지는 않는다. 이런 점이 힘든 과거를 표현했음에도 전시장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은 이번 개인전의 전시제목처럼 "고요하고 고요한"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변대용작가는 이전 작품에서는 타인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붙이는 형식으로 직접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이번 개인전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배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함에 있어서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단순화 시키고 도상적인 형태와 중성적인 색채를 통해 우회적인 표현을 한다. 그리고 지난 시간 속의 20대 변대용과 지금 20대들과의 연결고리를 언급하여 자신의 서사가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상기 시키며 연민과 위로를 건넨다. ■ 유미연

Vol.20190322g | 변대용展 / BYUNDAEYONG / 卞大龍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