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 Handle with Care

안세은展 / ANSEEUN / 安世恩 / Installation.painting   2019_0329 ▶︎ 2019_0428 / 월요일 휴관

안세은_취급주의_골판지 박스_40×40cm×80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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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은 홈페이지_www.anseeun.com

오프닝 퍼포먼스 / 2019_0405_금요일_06:00pm

안무 / 최수진(McArt 예술감독) 노래 / 바리톤 오세민(콰트로 마에스트리 대표) 피아노 / 이지혜(작곡가, 앙상블 더모스트 리더)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수애뇨339 SUEÑO 339 서울 종로구 평창길 339 Tel. +82.(0)2.379.2970 sueno339.com

1. 오늘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의사소통한다. 빠르고도 간편하다. 시간도 공간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 얼굴을 마주하거나 혹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던 과거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이 공감한다고 할 수 있을까? ●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무한대로 수집하고 편집하며, 타인의 삶을 엿보거나 자신의 삶을 노출하며, 듣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강요받고, 하지 않아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쏟아낸다. 요란스러운 상황과 자극적인 현상 앞으로 떠밀려가서는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는 깊어진다.

안세은_handle with care_포맥스_가변설치_2019

2. 20년 넘게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니며 짐을 꾸리고 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이삿짐 상자엔 '취급주의', 'fragile', 'handle with care'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전하는 '물건의 주인이 누구든, 내용물이 무엇이든, 부디 주의해서 소중히 다루어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로 읽혀 괜스레 위안이 되곤 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뜨내기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내게 그들이 보여준 호기심과 경계심, 배려와 반감, 호의와 적의 속에서 '취급주의'라는 문구가 내게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안세은_handle with care_캔버스에 유채_50×50cm×9_2018~9

수없이 보내본 이삿짐인데도 물건들 앞에서 언제나 예외 없이 갈등한다. 가져갈 것과 남겨둘 것, 버릴 것과 간직할 것, 먼저 가져갈 것과 나중에 받을 것을 분류하며 늘 망설인다. '실용성'을 우선하겠다고 기준을 잘 세워두고도, 지불 가격 대비 쓸모를 계산해 주저하고, 세월과 추억을 떠올리며 머뭇거린다. 과연 '취급주의'를 당부할 물건인가 고민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그것은 애초에 세웠던 기준이 잘못된 때문인 것 같다. '실용성'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 문제다. 내게 중한 것은 '실제적인 쓸모'가 아니었나보다.

안세은_Handle with Care_캔버스에 유채_50×50cm_2019

한동안 머물렀던 곳에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게 여러 번 되풀이했는데도, 쉬워지거나 익숙해지지 않는다. 실제적인 쓸모와는 별개로 세월을 함께 한 물건들은 인간관계의 기억과 얽혀있다. 분류 너머의 것이다. 선뜻 버리기도, 오래 간직하기도 난처하다. 공간과 시간, 사람이 뒤범벅되어 함부로 어찌할 수 없는, 뭐라 정의 내리기 힘든, '취급주의'를 바라는 '무엇'이 되어있었다.

안세은_handle with care_단채널 영상_가변설치_2019

3.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했다. 지인들에게 그들만의 '무엇'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다양한 이미지들이 도착했다. 낡은 인형, 가족사진, 속마음을 담은 일기장, 감동받은 글귀,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음악가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비슷한 듯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다듬고 어루만져 한 공간 안에 담았다.

안세은_handle with care_단채널 영상_가변설치_2019
안세은_handle with care_단채널 영상_가변설치_2019

사적으로 소중한 '무엇' 하나를 보았다고 그 사람을 다 알게 되었다거나, 일부를 내보였다하여 온 마음을 나누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이삿짐을 꾸려 미지의 세계로의 출발을 목전에 두고 있기에 이번 전시 '취급주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고요히 주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백여 명의 마음 단편이 전시된 곳이 마침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기에 의미 나눔의 경험이 배가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안세은

Vol.20190329e | 안세은展 / ANSEEUN / 安世恩 / 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