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조은필展 / CHOEUNPHIL / 趙恩畢 / installation   2019_0403 ▶︎ 2019_0423 / 월요일 휴관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105j | 조은필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기획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instagram.com/sarubia_official

색이 대신해 온 것들 ● 어떤 형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 그 정보가 지각되는 순서는 누구에게나 동일하지 않아 논리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형상과 풍경과 세계를 바라볼 때, 무엇이 먼저 보이는가는 흔히 그 반대편의 자리에 서서 지각하는 눈과 머리와 몸과 마음에 따라 서로 다른 답들에 닿게 된다. 그 사이의 비어있는 거리만큼이나 수많은 지각의 경로들이 열려있고 저마다 다른 속도를 가지게 된다. 본다는 것은, 본 것에 대해 안다는 것은, 그래서 그 경험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극한 차이를 각자의 내부에 그려내는 "불확실한 시각 주체"에 의해 연쇄적으로 지속되는 시지각의 상이한 위상을 환기시킨다. 그토록 불확실한 것임을 알면서도 내가 본 것에 대해 어떤 이미지로 지각의 차원에 붙들어두려는 강박은, 어쩌면 그 대상과의 관계를 "확실함"으로 실체화하려는 시각 주체의 페티시적인 욕망에 가까이 닿아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조은필의 경우, 그간의 작업에서 이러한 사유의 단초를 예외 없이 드러내오곤 했는데 필히 그가 붙들어 왔던 색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말 그대로, 그는 무의식적 충동에 가까울 정도로 사물의 표면을 파란색으로 일제히 뒤덮고 그 단색의 형상이 시지각을 압도해 버리는 스펙터클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반복해 왔다. 조은필은 특히 전시공간으로 특정된 일상의 실제 공간에 파란색을 서슴없이 가져다 와서 형상과 배경을 색으로 크게 대비시킴으로써 일체의 시지각적 분산을 차단이라도 하려는 듯 비현실적인 선명함을 강조했다. 이때, 형상과 배경은 일반적인 공간 구성의 논리를 벗어나 파란색과 파란색이 아닌 것으로 새롭게 구획되어 공간이 재배열되는 착시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이를테면, 특정 장소의 건축적 조건에 개입하여 파란색의 물질 혹은 파란색의 형상을 마술처럼 새롭게 배치해두었던 「Blue beyond the blue」(2016), 「Blue Feather」(2015), 「Like An Icecream」(2011) 등을 보면, 여기서 색은 3차원의 공간이 지니고 있던 합리적이고 관습적인 질서를 전복시켜 공간에 대한 일체의 시각적 위상-내부와 외부, 크고 작음, 중력과 낙하, 원근감과 소실점 등-을 의심케 한다. 한편, 형상과 배경의 구분을 파란색으로 남김없이 지워버린 「Mad Blue World」(2005)의 2차원적 폐쇄성은 지속적으로 임의의 사물들로 옮겨 붙어, 「내방의 존재하는 사물들과는 다른 것」(2018), 「Blue Moss-From Reality To Illusion」(2017), 「The Feather」(2015)로 이어져왔다. 이러한 과정은 사물 그 자체를 단일한 색의 표면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사물 고유의 특성을 모두 그 표면 아래 숨긴 채 오직 형태가 지닌 총체로서의 2차원적 윤곽(정면성)만을 부각시켰다.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그렇다면, 파란색을 고집하며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가 지속해 왔던 일련의 작업들에서 과연 "색"이 대신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색을 통해 임의의 대상과 관계 맺으며 실체화하려 했던 강박은 무엇이었을까? 조은필은 주체가 겪(었)을 외부세계에 대한 혼란스러운 시지각적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면서, 일련의 불완전한 시지각 체계를 뚫고 (불가능한) 형태의 윤곽만을 온전하게 검출해낼 일종의 시약으로서 파란색 물감을 채택해 온 것으로 보인다. 선명하게 형태를 과시하는 사물 혹은 세계의 모습에서, 그가 보고자 했던 유일한 것은 총체적인 윤곽으로서의 "형태"였던 것 같다. 이파리부터 잔뿌리까지 온통 파란색으로 덮어버린 나무의 현전은, 그것이 나무라기보다 나무의 형태로 인식되기를 요청하는 작가의 속내를 드러낸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외부세계와 자신의 물건을 구분 짓던 파란색에 대한 유년기의 집착을 훗날 조각가로서 배경과 구분되는 조각의 표면적 윤곽에 집착해야 했던 입장들로 전이시켜, 그 접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것이라 가늠해 볼 수도 있을 테다. 또한, 조은필에게서 "색"은 사물의 질감 혹은 물성을 초월/초과하여 지각되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일상의 물건들부터 이끼나 나무 같은 자연물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 형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정체성이 가늠되기 이전에 이미 과도한 파란색이 시지각적 정보로 충만하게 전달되는 효과를 내세워왔다. 그것은 마치 조각에서 형태를 재현하되 그 질감은 조각 재료의 물성에 충실했던 조각적 관습을 전유해, 다시 조각적 제스처를 부분적으로 따름으로써 그가 채택한 파란색을 조각적 재현의 도구로 삼는다는 인상을 남긴다.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조은필_반음 Half Tone-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9

그러한 작업의 오랜 연속에서, 이번 전시 『반음 Half Tone』(2019)은 무엇보다 기존 작업에 대한 일종의 각주 같은 성격이 강하면서, 그로 인해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는 현재의 임박한 상황을 환기시킨다. 그동안의 "색"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 맞닥뜨린 "빛"의 조건에 의해 무효화됨으로써, 색이 대신 했던 (배경과 구분되는) 형태의 윤곽과 그것을 이루는 실제적인 물성에 대한 대체 효과 등을 빛에 의해 재매개하거나 재구조화하는 태도를 내비친다. 결국 빛에 의해 갱신되는 주체의 시지각적 능력은 불확실함의 토대 위에서 허상일지 모르는 실체와의 끝없는 견줌을 시도하게 된다. 유독 공간과 빛의 접점이 시지각적 실체로 연결되는 이번 전시 『반음』에서도, 그는 파란색이 담당했던 형태의 3차원적 윤곽을 의식하면서 실재하지 않으나 3차원에 현전하게 되는 한시적인 윤곽선을 강조하며 그 아이러니를 붙들고 있다. ■ 안소연

Vol.20190404j | 조은필展 / CHOEUNPHIL / 趙恩畢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