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기계, 자동차 그리고 도시 Archive: Machine, Car and City

정정호展 / JUNGJUNGHO / 鄭正呼 / photography   2019_0402 ▶︎ 2019_0420 / 월요일 휴관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413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0×2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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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호 홈페이지_www.jungjungho.com

초대일시 / 2019_0403_수요일_06:00pm

주최 /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실 도시활성화과 협찬 /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사진위주 류가헌 Mainly Photograph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장안평의 기록 ● 정정호는 원래 분쟁지역 기자를 꿈꿨을 정도로 인간의 욕망과 이념, 가치 등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사진작가가 된 이후로도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그곳에 다가가려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할아버지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를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어떠한 기록도 명예도 갖지 못한 채 한국전에서 전사한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장안평 자동차산업단지 기록 작업도 크게 보면 한국의 근현대사를 미시적으로 횡단한다는 관점과 마주친다. 하지만 장안평 작업은 기존 작업과는 그 바탕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우선 장안평 아카이브는 시민참여 프로젝트로 기획되었고, 정정호는 작가라는 수식을 지우고 서울시민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작가로서의 비평적 입장을 앞세우기보다 장안평 자동차산업단지의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는 본인 스스로 부여한 의무감을 들 수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4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재현한다는 필연적 한계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평면에 담긴 세계는 어쩔 수 없이 착시효과를 만들어낸다. 덕분에 평범함 피사체가 갑자기 특별한 사연을 가진 대상으로 돌변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점이 또한 사진에 매료되는 지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이러한 사진은 현실을 허구화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정호는 되도록 사진의 극적 효과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하여 평면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우리가 장안평 사진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진의 재현과 그 윤리와의 관계에 있다. 사진술은 현실을 재현하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만 담아내지는 않는다. 왜곡, 과장, 삭제 등을 통하여 대상을 극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바로 사진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안평의 모습은 우리가 품고 있는 지역에 관한 선입견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조용했다. 최근 해외무역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경기둔화의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거리나 업장 모두 차분한 분위기였다.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064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9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407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8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929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9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410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18

또한 시선을 지배할 정도의 강력한 스펙터클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규모 사업장으로 이뤄진 면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노포가 주는 강력한 향수나 적재된 기계부품이 압도적이지도 않았다. 중고자동차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하게 세차된 다종다양한 자동차들이 열을 맞춰 세워진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어서인지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다. 평일이라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호객하는 딜러의 전형적 말투, 상가 건물의 간판과 서체, 거대한 성벽처럼 우뚝 서 있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와 재개발로 문을 닫은 재래시장의 황폐함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었다. 장안평 사진은 집적된 자동차 부품과 장안평 단지의 내·외부, 두 개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작가가 사물 사진이라 부르는 첫 번째 유형은 고철, 기계부품, 재조합 등의 열쇳말을 연상시킨다. 정정호는 조금의 사적인 감정을 투사하지 않고 이 사물들을 기록한다. 두 번째 유형은 장안평 단지 건물의 안팎을 조망한다. 재개발을 앞둔 시장을 경계로 다세대주택과 아파트단지를 담은 풍경과 인적이 드문 거리를 장악한 부품들로 채워진 정비소 거리의 모습은 시간이 비껴갔다는 낭만적인 묘사보다는 기능만을 탑재한 거리에 더 가까워 보인다. 황현산 선생은 "삶이 진정한 기억으로 그 일관성을 얻지 못하면, 이 삶은 왜 사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삶이 그 내부에서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밖에서 생산된 기호로 그것을 대신할 수밖에 없"(191쪽)다고 강조한다. 포항, 울산, 창원 같은 대규모 산업단지는 일상과 분리되어 또 다른 하나의 도시로 존재한다. 한편 도시 내 산업단지는 일상에 가까이 존재하기에 정체성이 모호한 경우가 발생한다. 정정호는 섣불리 장안평의 정체성을 기호화하지 않았다. 또한 관음적으로 내부를 적나라하게 재현하거나 표현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현재의 장안평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 가치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문래, 성수, 청계천, 장안평 등의 도시산업단지는 맹목적으로 외연을 키우기 위해 시각적 기호로 본질을 가리지 않았다. 대신 정정호는 장안평의 거리에서 어둡고 차가운 계절의 날씨와 생존하기 위해 쌓아 올린 기계 부속들과 기름때의 냄새를 사진으로 포착한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가운 느낌은 촬영 기간이 이번 겨울에 이뤄진 탓이다. 기록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연스레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도 담기게 될 것 같다. 오늘의 아카이브는 무엇보다 개인, 일상의 기록에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다소 양식화되는 것 같아 노파심이 생기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들의 목소리, 감각, 경험과 기억을 어떤 그릇에 담아낼 것인가에 있다. (중략)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047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8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965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9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059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19

아카이브는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니다. 정정호의 사진은 아카이브를 위한 최초의 기록으로, 앞으로 사람들은 이 기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점으로 장안평을 담아낼 것이다. 사상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도시에 대한 권리"(Le Droit à la ville)를 주장한 바 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 소비의 삶은 필요와 욕구 사이의 불일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르페브르는 이런 불일치가 결국 개인의 소외를 야기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로 소외의 연쇄가 일어나고 궁극엔 공동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도시에 대한 권리는 역사와 자본에 얽매인 삶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하여 서열화된 사회구조를 해체함으로써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요컨대 작품으로서 도시 공간을 전유하고, 도시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 이것이 도시에 대한 권리가 말하는 근원적 요구들이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이상적인 사상이지만, 도시에 대한 권리는 곧 시민의 권리와 마찬가지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가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시대에 도시를 고작 부의 획득과 경쟁에서의 우위를 다투는 것으로 사용하는 건, 도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장안평을 기록하는 행위도 예술적 이념 이전에 삶의 한 형태이자, 모더니티의 시공간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일 것이다. ■ 정현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057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9
정정호_Archive_Machine, Car and City_051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8

Records of Janganpyeong ● Jungho Jung has a sharp interest in human desires, ideologies, and values like a reporter covering hot spots of the world. After working as a photographer, he has imagined a better future and conducted experiments to gain access to this. Last year he worked on his grandfather's unknown past. It was a work tracing the life of his grandfather who was killed in battle during the Korean War without leaving any records or having any honor. In a broad sense, his work documenting Jaanganpyeong used car sale district takes the perspective of cutting across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history. All the same, his Janganpyeong work is different from his previous practices. Jung has participated in the Janganpyeong Archive project as a citizen participant, not as an artist. Another factor is his self-imposed mission to represent the auto industrial complex as it is rather than depending on any critical stance as an artist. The work of taking photographs starts from the inevitable limit of representing four-dimensional space in two-dimensional space. The world captured on a flat surface unavoidably brings about an optical illusion. Due to this, an ordinary subject has abruptly changed into an object with a special story. We are perhaps attracted by this photographic hallmark. Strictly speaking, however, such photography fictionalizes reality. Jung's photographs for this project are flat to restrain photography's dramatic effect. Janganpyeong photographs address the relation between photographic representation and ethics. Photography reproduces our reality but does not capture reality as it is. It brings about a dramatic transformation of objects through distortion, exaggeration, and elimination. The actual aspects of Janganpyeong are considerably different from those we have as preconceptions. First of all, Janganpyeong had a quiet atmosphere. Both its streets and shops remained entirely calm, probably influenced by the recent economic slowdown caused by decreased foreign trade. ● It was a place without spectacle to catch the eyes. The used car sales market here was also the same. It was hard to get a new feeling from the varieties of used cars perfectly washed and aligned in rows and lines because it was already so familiar to me. Dealers barking deals on their cars in their typical way, signs and their fonts attached to commercial buildings, name brand apartment buildings standing tall like colossal fortresses, and the run-down traditional market appeared somewhat unrealistic. Jung's Janganpyeong photographs are largely divided into two categories: accumulated auto parts and the interior and exterior of Janganpyeong used car sales district. The first type of photographs Jung calls photographs of things are reminiscent of keywords such as scrap iron, machine parts, and recombination. Jung documents these things without projecting any private feelings. The second type takes a view of the interior and exterior of Janganpyeong buildings. The scenes of both row houses and apartments on the border of the market to be redeveloped and the scenes of car repair shops filled with auto parts that occupy a deserted street seem functional rather than romantic or immune to time. Hwang Hyun-san articulates that "If your life is unable to gain any consistency from veritable memories, you do not know why you have to live. If your life cannot bring about any significance from its inside, you may replace it with symbols produced outside of your life." A large-scale industrial complex in Pohang, Ulsan or Changwon is separated from everyday life and exists as another city. Its identity at times appears equivocal as it is close to everyday life. Jung did not rashly symbolize Janganpyeong's identity. He also did not explicitly represent or portray its interior. His way perhaps represents veritable aesthetic value Janganpyeong currently has. The urban industrial complexes in Mullae, Seongsoo, Cheonggyecheon, and Janganpyeong do not mask their nature with visual symbols while trying to extend their outer scale only. Instead, Jung has captured gloomy, cold weather, machine part stacked up for survival, and the smell of oil stains in his photographs. His photographs are dark and gloomy in general because they were photographed during this winter season. His work of documenting something will last. His photographs will feature those living there and their stories. An archive today above all includes records of each individual or everyday life but it seems stylized at some sense. What matters is how to contain their voices, sensations, experiences, and memories. (…) ● Archive materials are not only for records. Jung's photographs are the first records for an archive: others will capture facets of Janganpyeong from various angles based on his records. The philosopher Henri Lefebvre has advocated the right to the city (Le Droit à la ville). He proposed this idea because a life trapped in capitalistic consumption brings about a disagreement between need and desire. Lefebvre considered this disagreement to cause each individual's alienation. As a result, a chain of alienation takes place and a community will after all collapse. The right to the city is to overcome centrism by deconstructing hierarchical social structures for the purpose of recovering the nature of life occupied with history and capital. "The elemental requests the right to the city comments on are to appropriate urban space and to take part in urban politics."7) Perhaps, the right to the city is overly ideal but we have to pay heed to the assertion that it is nothing less than a civil right. The world is primarily made up of innumerable cities in our era. It is not a proper to use a city only for acquiring wealth or gaining a competitive edge. The act of documenting Janganpyeong may be either a form of life that is more than any artistic ideology or serves as an opportunity to hold the space-time of modernity as it is. ■ Jung Hyun

Vol.20190406b | 정정호展 / JUNGJUNGHO / 鄭正呼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