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김태헌展 / KIMTAEHEON / 金泰憲 / painting   2019_0412 ▶︎ 2019_0630 / 월요일 휴관

김태헌_놀자展_봉산문화회관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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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412_금요일_06:00pm

워크숍 / 2019_0525_토요일_03:00pm

2019 기억공작소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2층 4전시실 Tel. +82.(0)53.661.3521 www.bongsanart.org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김태헌_놀자_캔버스에 유채_72.5×53cm_2015
김태헌_놀자展_봉산문화회관_2019

삶의 비가시적인 관계들의 복잡성에 관한놀子의 놀姿, 놀자 ● 전시실 입구에는 그동안 작가의 그림과 글을 함께 펴낸 출판물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작은 아카이브 공간이 있다. 그 곳을 지나 마주보이는 흰색의 높고 넓은 전시실 벽면에는 그림 1점, 53×72.5㎝크기 2015年作 '놀자'가 전시되어 있다. 이 '놀자'는 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의 표지 이미지 일부를 고쳐 그린 것이다. 작가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배우는 지식도 소비재가 되었고, 국내 학교에서 배우는 대개의 지식은 가치관과 실천적 삶이 분리되어 있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치장으로밖에 역할하지 못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이 질문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주제이자 전시 제목의 의미이기도 하다. '태극기' 대신에 '놀자기'로 바꾼 '놀자'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읽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면 예상치 못한 많은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된 광경을 맛볼 수 있다. 머리 위 높은 벽면에 'Big Boy', '나는 거짓말쟁이 화가', 큐빅으로 장식한 '여인누드', 빨간 똥으로 놀고 있는 개의 '똥밭' 등 7점이 걸려있고, 그 아래 천장 낮은 공간의 세 벽면에는 205점의 작은 그림이 꽉 차있다. 그림은 나의 오랜 친구라는 의미의 '그림아 놀자', '그림 장사 안하고 어딜 놀러 가냐'라고 말하는 개 그림, '수놓은 꽃과 말 오브제', 한판 붙자며 '빨간 글러브를 낀 놀자', '파란 캔버스를 칼로 찢은 여자 전사', 구겨진 산수화를 배경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놀자' 등등의 작은 그림들이 하나의 작업처럼 상호작용하며 연결되어 의미들을 산출하고 있다. 전시된 작업 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이 보인다. 우연한 기회에 몸 미술관 관장의 권유로 작업을 위해 기부 받은 상당한 분량의 가구와 물건들을 하루 종일 털고, 닦고, 해체하고, 버리고, 재조립하여 거기에 그림을 끼워 넣으며 오브제를 붙이고 잘 놀았다고 한다. 이 작업들이 '붕붕-놀자', '잠화-빅보이', '빅보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일부가 여기에 소개된 것이다. 전시 작업 혹은 자료집과 관련하여, 작가의 태도를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사건 중의 하나인 '연주야 출근하지 마'는 여행하며 그리고 쓴 것을 전시와 함께 출판한 책 이름이다. 이 책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을 살던 아내에게 그녀가 자신을 찾아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며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작가 자신과 함께 105일의 동남아 배낭여행을 실천한 '놀자' 행위의 흔적이다. ● 기존 미술에 관해 점점 소진消盡되어가는 공감 가치를 스스로 비판하고 대체하거나 확장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김태헌, 그는 자신의 작업을 잘 가꾸어진 정원이기보다 잡초들과 뒤섞인 '마당'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하늘 아래 산그늘 사이로 듬성듬성 잡초가 보이고, 담벼락 곁에 감나무나 살구나무가 서있고, 그 옆의 거름더미 사이로 콩이나 호박, 채소를 심기도하고, 비바람과 서리, 눈, 어떤 때는 태풍을 제몫인양 순순히 받아들이고, 식구들의 빨래와 추수한 곡식을 말리고, 손님을 맞이하거나 동네사람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는 그런 마당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조경 전문잡지의 화보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거나 반듯이 정돈된 관념적인 정원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복잡하고 충만한 실제 현실에 내 몸이 감각하고 정서적으로 직접 대응하는 우리네 마당을 닮은 김태헌의 태도와 그 미술행위를 엿보는 사건으로서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태헌_놀자展_봉산문화회관_2019

김태헌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적 삶의 현실을 바탕으로 어떤 비가시적 요소를 포착하고 이미지와 언어를 작용시켜 낯설듯이 조형하는 미술 행위를 한다. 우리는 2001년, '김태헌의 화난중일기畵亂中日記'를 소개하며 황신원 큐레이터가 작가의 태도를 언급한 “'비딱하게 바라보기'의 방식은 그림을 눈으로 바라보고 읽으면서 생각하는 작품으로 변모시킨다.”를 기억한다. 작가가 지금까지 일기처럼 그려온 작은 그림들에는 동시대의 '역사성'과 '시대성'과 '사회성'이 녹아든 삶에서 '미술이 무엇인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대중과는 소통되는가?', '삶과 예술의 결합이 가능한가?' 등을 자문해온 작가 자신만의 '작가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는 이미 삶과 유리되어 양식화된 주류 미술을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의 차이差異로부터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다른 영역 즉, 민중미술, 공공미술, 드로잉, 여행스케치, 동화책 그림 등 다양한 작업 영역에 서서 미술행위의 폭을 넓히는 작가로 기억되어왔고,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까지 자신의 미술행위를 관통하는 '놀자'를 선보인다. ● 장자莊子를 좋아해서 자신을 '놀子'로 칭하기도 하는 작가가 말하는 '놀자'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소요逍遙, 산책散策, 산보散步인데, 작가 자신을 은유하는 팔색조이자 꿈틀거리는 욕망, 그림을 가볍게 해주는 장치거나 이미지를 연결하는 접속사, 화면을 흔드는 작은 울림, 손오공의 근두운, 말풍선, 장자莊子의 붕으로서 '붕붕鵬鵬'이 붕-붕- 하늘로 날아올라 이놈저놈, 이것저것, 요기조기 여행을 다니며 기웃거리고, 수다를 떨거나 활자 속을 걸어 자신 안의 나를 건드리며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작가는 '붕붕'에 대하여 “현실은 막강한 중력과 같아 철없이 세상 위를 날고자하는, 맥락에서 자유롭고자하는 나를 항상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래도 내 작은 그림을 빌려 타고 나는 매일매일 탈주한다. 현실이란 거대한 그놈, 거인을 향해 쨉을 날리며 붕붕 날아올라 논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 삶과 미술의 비가시성을 연결한 213점의 작은 그림들을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 '놀자'에서 김태헌의 미술행위는 미술을 그대로의 삶으로 느끼는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시대적, 사회적으로 감도는 대상들과의 조우遭遇로서 작동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기존의 관행적인 회화들과는 다른 사실적인 조우로서의 시각체험을 통하여,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우리그림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종구

김태헌_놀자展_봉산문화회관_2019
김태헌_놀자展_봉산문화회관_2019

기억 공작소 전시를 준비하며 ● 많은 게 넘치는 세상이다. 물질이 넘치고 정보가 넘치고 정신까지 차고 넘친다. 과잉의 시대에 대안으로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끼어든다. 점점 피로하다. 무언가 새롭게 만들어 소통하는 일 역시 피로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기가 좋아 작업을 시작한 지가 언제인지 돌이켜보니 까마득하다. 생각해보니 그림 전공자가 되고부터 작업에 목적을 앞세워 오랜 시간 치열하게 동행했다. 그림을 통해 새롭게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게 아닌데요"란 말도 배웠다. 시간이 더 흘러 화가로서의 포부를 세워도 보았고, 나는 '실체는 있으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작가'가 되고도 싶었다. 시간이 더 더 흐른 요사이 그림을 통해 삶의 목적을 자주 내려놓는다. 그러자 삶이 머~엉 때리기 시작했고, 피로와 멍이 덤불처럼 자라 일상을 뒤덮었다. 덤불을 뒤집어쓴 그 속에서 가끔 뭔가 해야겠다는 욕망이 죄책감과 함께 꿈틀대면, 그때마다 나는 목적 잃은 작업을 일으켜 세워 놓는다. 맥락 없는 멍한 작업이 모이면 이것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데, 역시나 정신없다. 그래서 좋다. ● 어느새 나의 삶이 '선택과 집중'으로부터 자유로워 작업형식과 내용이 흔들리다 못해 바람처럼 되었다. 이쯤 되면 작업은 잘 가꾸어진 정원이기보다 잡초들과 뒤섞인 마당이다. 그중 어떤 작업은 잡초에 가까워 쓸모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나도 알 수 없는 별거 아닌 것들이 새로운 무언가로 불쑥 내안으로 들어오면 땡큐다. 그것들과 함께 멀리 떠날 수 있다면 더더욱 땡큐다. 요 몇 년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것들을 작업으로 만들며 놀다보니, 넘치는 세상처럼 어느새 내 작업실도 그 모양이다.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은 것들이 모여 세상 밖으로 나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이야길 한다.

김태헌_놀자展_봉산문화회관_2019

내겐 두 개의 문이 있다. 문을 열면 하나는 내 밖으로 길이 나있고 다른 하나는 안으로 나있다. 그 길에서 나는 원하는 무얼 찾아 얻기보다 걸어가는 일이 지속되길 바라며, 그곳이 어디든 멈추지 않길 바란다. 그동안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 중엔 선택과 집중모드로 나를 잡아 세워 멈추게 하려는 분들이 있었다. 내가 어려 희망의 빛이 컸을 땐 그런 분들이 많았다. 모두 나의 미래를 걱정했던 분들이다. 한편, 나를 세워 어느 한 곳에 소속시키려 했던 사람을 만나면 대개 못들은 척 내 길을 갔다. 그러다 나를 붙잡아 세우는 일이 반복되면 벌컥 화를 내기도 했다. 사실 그들에게 응원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날 내버려두길 원했다. 여전히도 오리무중인 그 길에서 아이처럼 궁금한 게 많아 다행이고, 제멋대로여서 스스로에게 고맙다. ● LP판에 스크래치가 생기면 바늘이 튀며 노래가 반복된다. 반복되는 인생 역시 어딘가에 스크래치가 생겨 문제가 발생한 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은 지루한 반복'이라 말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인생은 노래 몇 곡으로 끝나는 LP판이 아니다. 자신에게 들려줘야할 인생의 달콤 쌉싸름한 곡이 아직도 많다. 그런데 벌써부터 판이 튀면 한마디로 X된 거다. 다행히도 나는 이 점에서 계속 나의 노래를 부르는 중이다. 뭔가에 꼴리면 그림으로 별별 짓으로 저지레하며 논다. 그렇게 짓하며 놀다 대구까지 왔다. ● 전시 일정이 잡히자 나는 90년대 이후 작업의 여러 짓들/내용과 형식이 보기에도 일관성 없는 것을 처음으로 한 공간에 모아놓을 계획을 세웠다. 왜 그곳이 대구인지 딱히 생각한 건 없지만, 아마도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의도인 '기억공작소'의 취지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대구를 방문하고 나자 계획이 변경되었다. 나의 맥락 없는 작업들을 줄이는 대신 빈자리를 자료집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동안 작업해온 자료들을 보여주는 이것도 처음인지라 설렌다. ■ 김태헌

워크숍 - 제 목 : 그림아 놀자 - 일 정 : 5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 - 장 소 :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 - 대 상 : 누구나 - 참가문의 : 053)661-3526 - 내 용 : 김태헌 작가의 작업세계에 대한 관객과의 대화

Vol.20190412h | 김태헌展 / KIMTAEHEON / 金泰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