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 사회 The Society of Rationing

심철웅展 / SIMCHEOLWOONG / 沈鐵雄 / media art   2019_0417 ▶︎ 2019_0526

심철웅_그 영화들_렌티큘러 프린트_20×27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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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철웅 홈페이지_www.cheolsim.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교보문고 후원 / 교보생명_대산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8:00pm

교보아트스페이스 KYOBO ART SPACE 서울 종로구 종로 1(종로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B1 교보문고 내 Tel. +82.(0)2.397.3402 www.kyobobook.co.kr/culture

『배급 사회 The Society of Rationing』 전시는 2년만에 열리는 심철웅 작가의 개인전으로, 동시대적 미술 흐름으로 자리 잡은 아카이브 미술을 경험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 오랫동안 역사와 시간, 공간과 장소성을 탐구해 온 심철웅 작가의 이번 전시는 1945년부터 1948년까지의 기록이 쓰여진 '미군정활동보고서'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영상, 그래픽 작품들은 그 동안 작가가 수집한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심철웅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1945년 광복 후부터 1948년까지의 기록을 오랫동안 수집하고 변용해 왔다.

심철웅_그은 선_렌티큘러 프린트_90×60cm_2019

작가는 우리나라의 재건을 도운 미국이 남긴 기록인 '미군정활동보고서' 36권(1946년 3월부터 1948년 12월까지)을 미국 도서관까지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이 아카이브 자료들에는 당시 미국이 한국의 재건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배급한 '쌀'만이 아니라, '성냥, 옷, 구두, 양말, 가죽, 비누' 등과 같은 소모품 배급량에 대한 기록도 상세히 남겨져 있었다. 또한 그 자료들에는 영화 배포 편수 등도 기록 되어져 있어, 당시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주입된 이데올로기도 보여주었다. 이처럼 작가는 잊혀지고 지워진 사람들의 삶과 연관한 자료들이 아카이브로 박제화된 것을 작품화 하여,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지난 시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회복해 보고자 했으며,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역사가 과연 온당한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였다. ● 관객들은 역사의 시간이 축적된 심철웅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발견된 기록들을 재구성한 작가적 상상력을 생생히 경험하며, '배급'이라는 역사적 사실 이면의 모습도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교보아트스페이스

심철웅_꿈에_단채널 영상 프로젝션_2019

역사의 착시: 미군정기 1945-1948 ●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여 역사를 바라보는 순간, 역사에 대한 착시가 발생한다. 그 착시의 순간은 역사를 보는 순간마다 반복된다. 역사의 시간과 공간의 받침대는 아카이브이다. 하지만 이 아카이브를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여 착시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떤 일이 발생될 것인가. 아카이브는 착시의 눈을 만들어내는 기초이지만, 아카이브를 바라보는 각자의 착시에 따라 역사의 진실은 극과 극이 되기도 하고, 모호한 타협으로 전개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실체가 없는 아카이브는 역사의 착시를 만들어내고, 착시의 눈은 역사의 착시를 다시 우리에게 돌려준다.

심철웅_미군정리포트: 1947년 8월-1948년 12월_렌티큘러 프린트_27×20cm_2019

『배급사회』 전시는 미군정기 3년여 동안 발행된 미군정기 보고서의 자료와 당시의 신문기사들에 기초한다. 자료 중에서 배급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고 여기서 그 일부를 밝힌다. 광복 직후 38선이 그어지고 당시의 명칭으로 남한 즉 남조선은 극한 혼란에 처한다. 식민정부의 파멸과 새로운 강자의 점령, 패국의 무책임한 도주와 타자에 의한 광복은 우리의 실체, 우리나라의 경영과 국민들 생존의 극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두 개의 귀환. 일본으로 귀환한 90만 여명의 일본인들과 군인들, 일본에서 역으로 귀환한 백 만 여명의 동포들, 북조선에서 남하한 60만 여명의 전재민들, 만주와 중국, 여타 남아시아에서 귀환한 40여 만명의 귀환자들 중 많은 수가 서울과 전국에 흩어져 집도 없이 굶주린 채 유령처럼 유랑했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제도도 여건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멈춰진 공장들, 광복전후 비료없이 산출된 빈약한 추곡량, 극히 부족한 생필품들, 전기 없는 암흑도시 등, 남조선을 점령(occupation)한 미군들이 본 것은 이러한 광경에 더하여 당장 기아에 처할 수 백만명 이상의 남조선 한국인이었고, 이들 수뇌부는 본국에 급히 이러한 상황을 전한다. 긴급 원조로 공수된 밀가루와 쌀, 생필품 등을 배급해야 했으나, 먼저 전국의 곡식과 석탄 등의 수확을 수급해야 했고, 이들을 인구수대로 각 지역에 전달 배급해야 했다. 이러한 이상적인 상황이 그대로 잘 진행 되었을까?

심철웅_미군정리포트: 1946년 3월-1947년 7월_렌티큘러 프린트_27×20cm_2019

당장 전국에서 수확한 쌀 등 곡식과 석탄 등을 모아 대도시로 이송해야 할 수 백대 이상의 트럭들이 필요했으나, 트럭 뿐 아니라, 석유와 타이어 등이 부족했다. 이러한 곡식과 물품 등의 수급과 배급을 담당할 부처와 인력도 미비했거나 부패사건도 자주 발생했다. 이러한 정황이 어땠을 것인지는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추정하며, 미군정의 기록 자료와 당시 발행한 신문 기사들을 수집하고 비교하였다, 이것에 대한 순진한 동기는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처지, 그 실체를 알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들의 부모 세대이자 같은 피를 공유한 같은 민족으로 우리 앞 전세대에 이 땅에 살았던 존재들이었다. 이들 존재의 실체와 정체성은 두고두고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지만, 여기선, 우선 당시 사람들의 삶의 현실을 이해하고자 했다. 이러면서 한편으로, 이들 중 많은 수가 몇 해 뒤, 곧 발발한 6.25 전쟁에서 사라지고, 당시 사람들의 삶과 짧은 현실들, 드러나지 않은 실체들도 대부분 매몰되었을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 본 전시는 이들을 위한 아주 작은 부끄러운 반성과 추모이기도 하다.

심철웅_빈 흐름_단채널 영상_00:05:00_2019
심철웅_이홉오작_렌티큘러 프린트_40×40cm_2019

미군정은 1946년 경 이후부터 쌀 곡식 석탄 등에서부터 일상 소소한 생필품- 성냥, 양말, 고무신, 소금, 간장 –까지 배급하였다. 자료에서 보건대 그나마 조금씩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1946년 중후반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수급이 가장 원활했을 시기에 대도시에서는 일인당 하루에 쌀 혹은 혼합곡 합쳐 2.5 홉(2合5勺, 2.5 hop)이 배급되었다고 기록되어있다. (2.5 홉은 약 0.815 pint, 305 gram, 1,316,2 칼로리에 해당한다.) 서울의 아낙네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배급소에 가서 한 명씩 배급품을 주는 긴 한 줄에 서야했고, 한낮이 되어서야 양동이에 배급품을 받아 집에 돌아왔다고 한 신문기사는 기록하고 있다.

심철웅_일상 수치_렌티큘러 프린트_93×55cm_2019

이러한 와중에 미군정은 여러 부면(部面)으로 처절하고 혼란한 사회를 진정 혹은 순화시키기 위해, 영화법을 제정하고 3년여 동안 영화 400여 편 이상을 미국과 유럽에서 들여오고 상영하는 정책을 실행한다. 한달에 수십 편의 영화가 유수한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반복 동시 상영되었다.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흑백 명화들 중 일부는 이시기에 들여온 것이다. 「카사블랑카」, 「마음의 행로」, 「장발장」, 「제인 에어」, 「타잔」, 「노틀담의 곱추」, 「망향」, 「서부영화」 등이 그 일부이고, 동시에 미군정은 프로파간다(propaganda) 전쟁영화 뉴스 등을 서울과 대도시 등에서 상영하도록 한다. 본 전시에서는 이들 중 일부를 발췌하고 이들 영화에 대한 광고들도 동시에 같이 다시 보고자 했다. 이러한 영화들에 대한 신문광고는 조악하지만 당시 우리 시대를 읽히게 하기 때문이다. 그 신문영화광고와 해외영화 포스터들, 영화 이미지들을 통해 '배급사회' 상황에 살았을 당시의 사람들이 영화 속의 풍족한 음식들과 집, 도시 거리, 화려한 춤과 옷, 총과 폭력, 아름다운 선남선녀 배우들을 어떻게 보았을지는 가히 상상이 된다. 당시 어떤 신문기사는 미국 헐리웃 영화의 "일정한 환영의 강제성"을 지적하기도 하였으며, 또 다른 기사는 영화검열법령 (법령 105호)은 "저속한 외국흥행영화의 식민지를 만들려는 의도"로 되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썼다.

심철웅_행복한 착각_단채널 영상 프로젝션_01:00:00_2019

'배급사회'는 수동적인 삶과 생존 인식을 같이 배급했고, 수급은 약탈은 아니지만 박탈감과 허탈감을 생산자 노동자 농부들에게 배급했다. 언제나 생존에 부족한 배급품은 부패와 갈등을 계층적인 사회에 배급했다. '배급사회'는 미군정기에 곡식과 생필품 등만을 배급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 역사의 착시를 배급한다. 본 전시는 이러한 배급의 상황을 추적하고 그 일부를 밝히고자 했다, 그것은 우리가 가진 배급인식의 감춰진 조그만 원천을 찾을 수 있을런지 하는 순진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배급사회' 생존인식과, 역사의 착시 중 하나인 서구문화를 동시에 배급받아왔으며, 지금 이순간도 무의식속에 수동적으로 배급받고, 그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압축된 역사의 착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가? ■ 심철웅

Vol.20190417j | 심철웅展 / SIMCHEOLWOONG / 沈鐵雄 / media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