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실을 주목한다

송민지_이예솔_조수민展   2019_0423 ▶︎ 2019_0623 / 일,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제1전시관 Tel. +82.(0)51.517.6800 www.kafmuseum.org blog.naver.com/kafmuseum www.instagram.com/kims_artfield

이미 익숙한 것들을 다시 보기 ●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은 매년 부산 소재 미술대학의 당해 졸업생 중에서 몇 명을 선정하여, 신진작가전 『실기실을 주목한다』展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송민지, 조수민, 이예솔 3인의 작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송민지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송민지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_부분

송민지 작가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어떤 매개체를 통해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의도는 그렇게까지 새로운 의도는 아니다. 필자는 작가의 의도보다는 작가가 선택한 매개체와 이를 다루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카메라 렌즈, 구멍, 창문, 거울 등 다양한 사물들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매개체로 존재해 왔다. 송민지 작가는 왜 하필 많은 물질들 중에서 물을 선택했을까?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순수함이다. 그리고 물은 대상을 반영한다. 그러나 송민지 작가는 수면에 반영된 형상, 물방울을 통해 보이는 형상 등의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의 물은 '흐른다'. "흐르는 물은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향한 쓰디쓴 초대이다...흐르는 물은 불가역성의 형상이다." 바슐라르는 에드거 앨런 포를, 그리고 뒤랑은 바슐라르를 언급하며 물이 가진 시간적 속성, 죽음으로 향하는 이러한 속성을 이야기한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거나 혹은 옆으로 번지듯이 흐르는 물은 중력과 시간, 바람과 같은 강력한 힘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물질이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작가는 대상의 형상을 물이라는 단독 매개만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물은 투명한 또다른 물질-유리창 같은-위를 흐른다. 즉 물이라는 물질을 통해 형상이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유리창 위를 흐르는 물' 즉 유리창과 물이라는 두가지 물질이 결합한 매개를 통해 형상이 왜곡되는 것이다. 유리창 위를 흐르는 물 너머로 보이는 형상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비오는 날의 창문, 그리고 샤워부스를 연상케하는 작품의 형상은 자연스럽게 정화, 청결의 도구로써의 물의 속성을 떠올리게 하며,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씻어버리고 다시 보게 만든다.

조수민_우리가 식물을 보는 법_혼합재료_가변설치, 200×60cm_2018
조수민_우리가 식물을 보는 법_혼합재료_가변설치, 200×60cm_2018_부분

조수민 작가의 작품은 화려하다. 강렬한 색과 형태의 식물들, 그리고 작품의 그림자까지, 이들은 서로 어우러지기보다 오히려 제각각 존재감을 과시하며 서로 충돌한다. 작가의 식물들은 '숲'이나 '정원', '자연'이라는 거대한 집합체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로만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식물들은 하나 하나 개성이 넘치는 개별적 존재이다. 작가의 정원은 여타의 정원과는 다르다. 정원이나 식물원은 철저하게 계획, 구성되어 관리되는, 인간 문명의 산물이다. 정원과 식물원에서 관람객은 어떤 위험도 느낄 수 없다. 모든 위험 요소는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오직 '만들어진'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아름다움만을 취한다. 그러나 조수민 작가의 작품 속에서 관람객은 미적 쾌감 외에도 불안함과 공포 역시 느낄 지도 모른다. 작가가 만들어낸 자연은 독초와 독충, 야생 동물들이 투쟁 중인 생생한 삶의 공간으로써의 자연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식물들은 화려한 색과 형태, 달콤한 향기로 먹잇감을 끌어들이고, 꽃가루를 옮겨줄 벌들을 유혹한다. 작품이 실제로 독을 뿜거나 작품 사이에 동물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그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조수민 작가의 작품은 생동감이 넘치며, 매혹적이다. 거칠게 표현된 듯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식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이 돋보이며, 식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플로리스트이기도 한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주변의 식물들을 다시 보게 한다.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질베르 뒤랑 지름, 진형준 옮김, 문학동네, 2016, p.135-136

이예솔_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것 뿐이에요_장지에 채색60.1_×135cm_2018
이예솔_보듬다_장지에 채색_45.5×53cm_2018

마지막으로 이예솔 작가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작품을 제작한 작가들은 지금까지 많았다. 대부분은 어린이의 순수함, 엉뚱함, 솔직함 등에 주목해왔고, 어린이의 그런 특성을 찬양하거나 부러워하는 입장이었다. 이예솔 작가는 어린이가 '사회적 약자'라는 측면에 주목한다. 어린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국가의 존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납세자라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아직 육체적, 정신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종종 잊는 듯 하다. 노약자석에도 어린이가 앉을 수 있어야 하고, 어린이에게도 자리를 양보해야 하며, 식당에는 어린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준비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또한 어린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가진 인격체임을 잊곤 한다. 어린이들은 그저 소리를 지르며 뛰어 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희로애락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이다. 어린이들도 하나의 주제를 갖고 대화할 수 있으며, 즐거움, 화남, 외로움, 상실감, 질투와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느낀다. 이예솔 작가는 어린이가 가진 감정들 중에서도 특히 외로움에 대해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어린이는 숲 속이나 방 안에서 불안한 모습으로 격리되어 있다. 주위에 동물이나 곤충이 있지만 그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은 아니다. 또한 어린이들은 나무를 안고 있거나, 그 아래에 서 있거나, 담요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고, 이는 다른 존재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한편, 따스한 담요, 거대한 나뭇잎은 어린이들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물체이기도 하다. 따스한 파스텔톤의 색감과 코끼리, 기린, 박쥐 등 벽사와 길상의 의미를 지닌 동물들을 통해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노키즈존, 맘충 논란 속에서 우리는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예솔 작가의 작품은 이런 생각들을 이끌어낸다. ● 필자는 이 전시가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장지원

Vol.20190423d | 실기실을 주목한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