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

문이삭_문주혜_정해민展   2019_0425 ▶︎ 2019_0526 / 월요일 휴관

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展_스페이스 소_2019

초대일시 / 2019_0425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 SPACE SO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37(서교동) Tel. +82.(0)2.322.0064 www.spaceso.kr

매터데이터매터: 간혹 작업창이 화면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가? 오늘날엔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그래픽 데이터를 만들고 편집한다. 사진을 보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쓸 수도 있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들을 익히는 일 자체를 즐길 수도 있다. 그 능숙함의 정도를 떠나, 사용하던 소프트웨어가 제멋대로 업데이트되어 인터페이스가 새롭게 바뀌거나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찾아야 할 때의 당혹스러움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가 그렇듯,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소프트웨어 또한 내게 필요한 기능을 가진 적당한 것을 찾고 손에 익히는 과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각적인 데이터를 다루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기능을 익히는 것이 곧 새로운 형태, 색채, 시점을 접하는 것과 같다. ● 직접 그리거나 만들지 않고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물질적인 데이터가 장소, 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어설프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점점 업데이트해 나가면서 최대한 현실의 형태나 색채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미적 문법을 구축해야하는 작가들에게, 이러한 그래픽 데이터의 고유한 미감은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깨진 픽셀이나 부담스러운 색감도 그 자체로 새로운 조형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상과 현실, 재현과 변형, 2차원과 3차원, 납작한 것과 깊이 등의 요소를 혼재해볼 수 있는 실험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데이터를 혼합하면서 일어나는 이미지 간의 충돌이나 낯선 조화를 만드는 것이 그래픽 데이터를 활용하는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展_스페이스 소_2019
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展_스페이스 소_2019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그 안에서 실험하기를 즐기는 작가들이 점점 모니터 안과 밖의 세계를 연결하고 가상과 현실의 요소가 어우러지는 것을 시도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에 모니터 속의 만질 수 없는 데이터를 현실 세계로 꺼내어 질량과 부피가 있는 실체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에서 만들어서 다시 모니터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유령같이 존재하던 데이터를 회화와 조각 작품으로 옮겨내는 것이다. 데이터를 옮긴다는 것은 데이터를 보고 회화와 조각을 그리고 만들거나 아니면 데이터 자체를 그대로 출력해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소프트웨어 사용자로서의 경험 속에서 데이터를 운용하는 것을 파고든다면, 꽤 면밀하게 그 과정을 살펴보고 예민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가장 큰 화두는 모니터 태생의 것들을 모니터 밖의 물리적인 세계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조건이나 한계들이 이들 작품에 어떻게 녹아 들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데이터가 현실의 거름망을 거쳐 어떤 부분은 남고, 어떤 부분은 생략되고, 어떤 부분은 대체되어 지금 여기 전시장에 존재하는지를 쫓아보는 것이다. 『매터데이터매터』전은 이처럼 그래픽 데이터data를 물성을 갖는 실체 matter사이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하는 3명의 작가로 구성된다. 이들은 확대와 축소가 용이한 데이터를 거대한 캔버스 천에 출력하여 사람의 시야각으론 한 번에 파악할 수 없는 크기로 전시장 공간을 차지하고(정해민), 맥북의 레티나 화면에서 최적화된 이미지를 만든 후 인쇄출력과 동양화 채색을 통해 장지에 옮기고(문주혜), 네모나게 꺾인 면이나 반복되는 형태 때문에 3d 프린터기로 출력한 조각인가 싶은 추측을 비껴가며 기계가 아닌 손의 영역에서 그래픽 데이터의 미감을 가진 조각을 만든다.(문이삭)

문주혜_「학교에서 본 풍경」, 「빛나는 도시 풍경」, 「오전 5시 30분 풍경」_ 장지에 피그먼트 프린트, 채색, 락카칠_각 200×100cm_2018

데이터와 작품 사이,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을 떠올리면 좋을까? 첫 번째 단서로 마우스를 다루는 손동작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이 손동작은 화면을 매끄럽게 날아다니는 마우스 포인터의 비행으로 시각화된다. 포인터는 납작한 화면 위를 그저 배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라지고 나타나는 창과 창 사이의 시공간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이런 감각을 공유하는 것이 문주혜의 「이미지 젠가Image Jenga」 시리즈다. 「이미지 젠가」 시리즈 작품들은 「 – 풍경」이라는 각각의 제목이 있지만, 작품 이미지에서 그 제목을 추론하긴 어렵다. 모니터 속 수많은 이미지가 등장하고 퇴장하는 막과 막 사이의 순간, 또는 바탕화면 초원 이미지와 아이콘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이따금 점멸하는 마우스 포인터의 모습, 또는 플래시 효과들과 함께 가장된 3차원의 공간을 누비는 게임 캐릭터에 대한 여러가지 인상을 조합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문주혜_타는 풍경_장지에 피그먼트 프린트, 채색, 락카칠_72.7×60.6cm_2018

문주혜는 수집한 여러 종류의 디지털 이미지들을 일러스트레이터 상에 배치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고, 인쇄와 분채 채색 영역을 나눠 장지에 옮긴다. 그가 수집하는 이미지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거나 게임 유투버의 영상을 보면서 스크린샷으로 저장해둔 시각 효과들이다. FPS 게임은 3d 그래픽 기술에 기반해 일인칭 시점과 움직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일으켜, 모니터 밖의 플레이어가 가상의 공간을 누비듯이 몰입할 수 있도록 구현된다. 작가는 이렇게 잘 꾸며진 공간을 가로지르는 필살기 섬광이나 폭발들, 캐릭터에 움직임에 따라 그어지는 까만 빗금 같은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는 가상의 풍경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연관된다. 게임 속 배경, 스크린 세이버, 바탕화면 이미지 같은 가상의 풍경은 보정과 편집을 거쳐 있을 법하게 연출되었음에도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의 풍경 작품에서 표현된 균일한 그라데이션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효과이자 위화감 드는 풍경을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라데이션은 색상 변화가 층지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픽셀 간의 복잡한 연산을 거치는데, 디지털 데이터임을 바로 눈치채게 하는 픽셀의 모양이 두드러지지 않게 하려는 이 노력 자체가 가상의 풍경에서나 볼 수 있는 균질한 그라데이션의 미감이 된 셈이다. 또한 화면 구성의 뼈대를 이루는 무수하게 반복된 인체 패턴은 편집해도 손상되지 않는 벡터 이미지의 속성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능을 십분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장지에 출력된 인체 패턴과 채색한 후경의 그라데이션, 그리고 풍경의 앞과 뒤에서 공간을 가로지르는 하얀 빛줄기로 하나의 풍경을 구성한다. 하얀 빛줄기들이 돌아다니는 이미지들의 틈과 틈 사이 공간을 무시하듯 평면적으로 표면에 그어진 락카는 3차원 공간 속 움직임을 지시하던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을 닮아 마우스패드 위에서 배회한 흔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문이삭_A's Hands 1-6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9

문이삭은 인체 조각의 형태를 미술관이 공유하는 3ds max 오픈소스 데이터에서 얻는다. 개별 유저들은 유명 조각들의 실제 형태를 재현한 모델링 데이터를 다운받아 그것들을 복제(붙여넣기paste)하고, 다른 형태로 변형하고 결합할 수 있다. 문이삭의 인체 조각들은 몸 전체가 아닌 손, 발, 팔, 다리, 머리 등의 피스를 여러 개 모아놓은 형태다. 그리고 일부 손과 발들은 여러 개로 분열되거나 중첩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그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관점을 떠올리게 한다. 예를 들어 손등 세 개가 맞닿은 손 피스는 마우스를 드래그해서 움직이는 시점에서 하나의 형태를 바라보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애초에 3ds max 자체가 위, 앞, 옆의 평면적인 이미지 데이터를 연속적인 관점에서 이해해 입체 형상으로 조합하는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문이삭의 인체 조각에서 돋보이는 형태를 복수로 결합하는 것에 대한 자유로움과 한 형태를 여러 시점으로 지각할 때의 공간적인 감각은 모델링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다뤄보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문법일 것이다. 한편으로, 여러 시점으로 옮겨감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지된 시간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조각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개의 손이 맞닿은 형태는 연속된 인체의 움직임을 시간에 따라 분할해서 합쳐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작동방식이 조각의 시간성과 운동성에 대한 표현과 긴밀하게 관련됨을 보여준다. 그러한 의미에서 문이삭의 인체 조각들은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궤적을 갖고,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는 인물상으로 나타난다.

문이삭_A' Show Must Go On: The Original Form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9

형태의 표면이 갖는 복잡한 색채와 질감도 비슷한 맥락에서 눈에 띈다. 작가는 3d 데이터를 참고해 아이소핑크나 단열재, 스펀지 등을 열선으로 깎아 만든 형태에 각기 다른 표면의 질감을 덧붙인다. 꺾인 면을 따라 안료가 흘러내려 색감이 변화하거나, 에폭시를 부어 반짝거리는 표면과 건축자재를 사용해 돌처럼 느껴지는 표면을 한 명의 인체에서 결합한다. 사실은 가벼운 아이소핑크로 만들어졌더라도 표면에 따라 조각의 부분마다 상이한 무게와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하나의 인체에서 발견되는 복제되고 분열된 형태와 복합적인 색과 질감의 표현은 한 인물을 둘러싸고 욕망에 따라 잉태된 여러 겹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10명의 인체 조각을 모아 둥그렇게 놓은 「A' Show Must Go On: The Original Form」은 이전 개인전에서 흩어진 채로 선보였던 신체 부분들을, 데이터 래퍼런스였던 원형 인체 조각의 동세를 따라 새로 조합한 결과이다. 같은 지시에 따르되 제각각 개성적으로 춤추던 제롬 벨의 퍼포머들처럼, 원형 데이터의 동세에 따라 만들어진 10명의 인물은 반복적인 표현을 공유하면서도 고유한 포즈를 유지한다.

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展_스페이스 소_2019

이처럼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형태, 색채, 시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프트웨어가 저절로 어떤 형상이나 색채를 조합해주는 램프의 요정이나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문법을 익히고 데이터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동은 사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정해민의 회화 작품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데에 있어 누구보다도 집요한 자세를 보여준다. 정해민은 포토샵으로 이미지 전체를 완성하고, 캔버스 천에 출력한다. 작가는 회화 작품의 물리적 지지체와 그래픽 데이터 간의 간극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페인팅이나 유사-회화로 설명하기도 한다. 물감과 붓이 아닌 RGB 색상값과 마우스를 사용하는 유사 회화, 또는 이미지를 그리는 과정 중에 컴퓨터를 꺼버리면 사라져버리는 가상의 회화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리기 행위는 다분히 회화적이다. 물감을 짜거나 붓과 스퀴즈를 사용한 듯한 효과를 재현하고, 유화, 아크릴, 펜화 등 여러 안료에서 나올 수 있는 회화적 표현들을 화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보여준다.

정해민_렙쳐_캔버스 천에 디지털 페인팅 프린트_430×215cm_2018

작가는 사회적인 모순과 폭력에 개인이 노출되는 장면에 관심을 갖고, 고발하고픈 욕망과 멀리서 조망하는 신의 시점 사이의 양가감정을 디지털 매체에서 회화적 그리기를 수행하는 이중성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렙쳐」 역시 포토샵에서 완성해 캔버스 천에 출력한 작품으로, 세로 4m에 이르는 대형 작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현실에 출력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가로 폭이 2m 내외로 한정된 규격이기도 하다. 이미 포토샵의 캔버스 사이즈가 출력할 크기에 맞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지에 다가가고 멀어지는 관객의 모습은 모니터의 작업 창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축소하며 작품 속 요소를 그려냈던 작가의 작업 과정과 겹쳐진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정해민은 일반 캔버스 틀보다 두꺼운 틀에 짠 소품 작업 5점 「육면체로 무엇을 하는 여성」, 「503」, 「인공호흡」, 「최초의 만찬」, 「정물반」을 함께 선보인다. 대형 출력 작업을 이루는 레이어들이 이 소품 작업에서 반복해서 나타난다.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이 쌓이지도 않고 종이에 안료가 흡수되는 것도 아닌 출력방식, 출력한 캔버스 천을 그 자체로 걸거나 두꺼운 프레임으로 연출하는 디스플레이 로 비물질적인 데이터의 물화 방식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정해민_「육면체로 무엇을 하는 여성」, 「503」, 「인공호흡」, 「최초의 만찬」, 「정물반」_ 캔버스 천에 디지털 페인팅 프린트_각 22×27.3cm_2019

『매터데이터매터』는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데이터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관람객은 3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다른 형식을 취함에도 평면과 입체의 전환, 복합적인 시점의 결합, 다층적인 레이어 등의 시각적 요소가 부분적으로 공유되고 있음을 살펴볼 있을 것이다. 동시에 각각의 소프트웨어에서 파생된 미감을 작가들이 개성적인 조형 언어로 어떻게 소화시켜 표현하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며, 작품에서 보여지는 요소들이 거쳐왔을 작업내역(history)을 새롭게 추측해보는 것도 좋다. 그래픽 데이터라는 용어가 허상의 느낌을 줄지라도, 사실 그것에 대한 경험은 자신의 손과 모니터 속 커서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를 느끼며 내 눈과 손에 새로운 조형성을 주입하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 백지수

Vol.20190425f | 매터데이터매터(matterdatamatt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