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층

제39회 이원展   2019_0501 ▶︎ 2019_073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경선_민재영_박민희_송윤주_심현희 유한이_이강희_이윤정_이윤진_이진희 전수연_정희우_조은령_조해리_최혜인

관람시간 / 07:00am~09:00pm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239-1번지 Tel. +82.(0)2.880.0323 www.hoam.ac.kr

『기억의 층』展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출신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원전 제39회 전시입니다. ● 전시의 주제는 '기억'입니다. 이 주제에 따라서 15명 작가의 작품들이 호암교수회관의 공간과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기획하였습니다. 특히 호암교수회관은 사람들의 소통과 휴식의 성격을 띠는 공간입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르는 동선 속 공간에 각자의 기억들을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 기억의 흔적들은 시간을 넘나들며 구성됩니다. 편린들이 모여 주관적 미적 해석을 거쳐 어느 지점을 향해 갑니다. 기억의 단편들 사이사이 존재하는 이야기들은 재구성될 만한 사건의 표상이며 우연성과 계획성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동양화가들의 공통된 주제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저희 이원전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공감하며 미술을 삶 속에서 만나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전수연

김경선_소나무 명상 18-3_화선지에 먹, 채색_20×46cm_2018

기억의 층-나의 명상들 ● 그 때 그 나무 / 그 때 그 생각들 / 그 때 그 마음들 // 몸과 마음 // 내 몸으로/ 내 손으로 드러내는 것들 // 나의 호흡 / 그것과 하나 됨 // 부유에 대한 명상들 / 연잎의 흔적 // 유희를 통한 명상 / 마음 가는대로... // 무심의 공간 / 그림 속으로... ■ 김경선

민재영_출구 정체_한지에 수묵채색_108×148cm_2017

삶에서 반복되는 루틴의 전형적인 이미지들 중 마음에 남은 장면을 골라, 종이에 주로 수묵채색의 가로획 선들을 중첩하여 이미지를 드러내어 왔다.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보고 느끼는 바를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려 하는데, 어떤 상황이나 장면을 선택하는가가 현 상태나 심중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런 재현이 문득 타인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회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여타의 창작에서 묘사된 그 누군가의 생활반경으로부터 우리는 타인의 다른 세상을 엿보기도 하고 자신이 겪어온 상황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이리라. 시간이 갈수록 그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각자의 삶속에서 간혹 자신들이 알고 있는 순간의 작은 단서라도 화면에서 보게 되기를, 혹은 동일한 시공간을 지나치고 공유했을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또 다른 기록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 민재영

박민희_비밀정원_한지에 혼합재료_64×65cm_2018

투명한 천과 얇은 한지를 주로 이용한 이유는 그들이 서로 덧붙여짐으로써 겹겹이 쌓아올린 흔적들을 온전히 드러내는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즉 덧붙이는 행위는 밑에 있는 색이나 물상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도록 덮는 것이 아니라, 쌓아올린 미세한 흔적과 세세한 자국들이 생생히 보여질 수 있도록 이루어진다. 직설적 방법이 아닌 은유적이고 우회적 표현의 과정을 통하여 내재된 사고나 축적된 기억들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 박민희

송윤주_대유_한지에 먹, 안료 스크래치_53×45.5cm_2019

봄이 왔다. 언제나처럼 꽃들이 만발하다. 생명이 움직임을 느끼며 저 꽃을 소유하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주 조그만 바램을 가져본다. ■ 송윤주

심현희_열심히 산다는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8
유한이_제13의 보행자_장지에 연필, 채색_33.4×21.2cm×3_2018

어디를 가든지 피할 수 없는 카메라들을 통해서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쉽사리 기록된다. 우연하게 포착된 사건 속 이미지들은 지나온 시간을 전혀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 유한이

이강희_여름 끝자락_장지에 채색_70×132cm_2019

눈을 떴을 때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에서 낯섦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은 어느 날이 있었다. 우연히 마주한 장소들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자극을 주어 작가와 교감의 흔적들로 화면에 담기게 된다. 경험과 추억을 기반으로 수집한 색감과 이미지의 형태는 조금씩 변화하여 기억을 통한 재조합된 기록의 층들을 쌓아간다. ■ 이강희

이윤정_땅의 주름_한지에 수묵채색_98×143cm_2019

주름은 세월을 보여준다. 그것이 지나온 수 만년의 시간동안 비바람을 맞고 온갖 시련을 견뎌낸 결과이다. 산도 바위도 비바람에 깎여 지금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그 주름을 따라 그리는 그림은 그 대상의 살아온 역사를 그리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주름도 다르지 않다. 사는 동안의 희로애락이 그 주름에 담겨있다. ■ 이윤정

이윤진_Ignou Road-Daily Routine_순지에 수묵_65×173cm_2019

반복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특별한 기회로 인도에서 3주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모든 시간이 오롯이 나에게 주어졌다. 그곳의 공기와 시간을 담고 싶었다. 그곳에서의 순간순간을 화면에 담아 또 하나의 기억의 창을 만들어 보았다. ■ 이윤진

이진희_Zero-sum_캔버스에 오일스틱_53×45.5cm_2011
정희우_성수동일요일-서울스텐_합판에 채색_24×91cm_2018

변화하는 도시의 기록 ● 나는 빠르게 변하는 서울을 탁본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을 잃는 것이 슬픈 것처럼 오랫동안 지내온 장소가 사라지는 것도 슬픈 일이다. 거시적인 역사가 아닌 개개인의 역사를 담고 있는 아파트의 담, 거리의 간판, 도로의 기호들을 탁본해왔다. 성수동 ● 섬유, 가죽, 신발, 자동차수리 등의 산업의 근거지가 되었던 성수동이 음식점과 카페등이 생기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성수동의 지난 역사를 보여주는 간판, 기물 등을 찾아 재현했다. ■ 정희우

전수연_Happily Ever After..._캔버스에 펠트, 실, 폴리에스테르 솜_72.7×72.7cm_2017

스스로 출생을 선택한 사람은 없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던져진 존재다. 양육의 과정에서 인간은 그가 기거하는 공동체의 규범을 습득하고 내화한다. 사람들은 주변의 친구들, 가족 등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성장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타인과 함께 교류하면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지금의 자아가 존재하는 것이다. ● 우리는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며 역으로 나의 시선은 타인의 존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타인에 의해 길러지고 만들어진 나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는 작업의 중요한 근간이 된다. 작가는 모빌이나 꽃, 인형 등 아이들과 어울릴만한 소품들을 다양하게 형상화하여 관람객들의 소아화(infantilize)를 제시한다. 즉 무구한 아이처럼 대우함으로써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이끌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 작품을 통해 유아적 자아를 끌어내어 '길러지는' 존재가 아닌 '자라나는' 존재임을 깨달아 진정한 나를 찾는 예술적 여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 전수연

조은령_20180322–시간의 문_린넨에 분채_200×50cm×4_2018

시간의 문 ● 작업을 하면서 화면에 쌓이는 흔적이 현재(現在)라고 생각했었다. 화면의 끝은 균열이며 현재에 끼어드는 기억이었다. 그러나 이제 완결된 지난 작업들을 들여다보니 2009년에 그린 난(蘭)은 여전히 2009년에 남아 있으며 2017년에 그린 난(蘭)은 2017년에 남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연명에게 소나무가 그랬고 국화가 그랬듯이 완결된 화면 속의 난과 대나무는 나에게 '시간의 문'이다. ■ 조은령

조해리_유초신채보(柳初新彩譜) 상령산(上靈山)_순지에 수묵채색_119×84cm_2016

시간의 흐름을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을까? 흐르는 시간처럼 기억에도 '층'이 생겨 내가 들었던 음악이 저장된다. 국악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의 음을 색채로 바꿔서 '기억의 층' 속에 한 음, 한 음 자세히 남기고 싶다. ■ 조해리

최혜인_연결된 덩어리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00×100cm_2019

나는 생명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주로 야채, 곡식 등 음식 재료를 작품 소재로 삼아왔다. 햇빛과 물을 섭취하며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야채와 곡식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고 자신은 조용히 소멸해 간다. 마치 어머니 같은 존재다. ● 나는 도시에 살면서 씨앗, 식물을 통해 자연의 뿌리를 상상한다. 이들은 소박하면서도 관능적이다. 특히 씨앗은 수많은 시간과 기억의 층이 존재하고 생명이 응축된 덩어리이다. 나에게 씨앗은 이것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물을 주고 키워가며 알아내야 하는,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듯이 시간이 필요한 잠재된 덩어리이다. 한 톨의 쌀알에서도 우주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땅에서 수확된 생명의 먹거리에서 행성처럼 움직이고 순환하는 우리 일상의 삶을 펼쳐 보려 하였다. ■ 최혜인

Vol.20190502d | 기억의 층-제39회 이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