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담다

염기현展 / YEOMKIHYUN / 廉起賢 / painting   2019_0501 ▶︎ 2019_0527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30×3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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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50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8:00pm

갤러리카페 질시루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71 인산빌딩 1층 Tel. +82.(0)2.708.0792~3 www.kfr.or.kr

따뜻한 본성으로의 귀환_염기현 ● 작가가 돌아왔다. 북한강변 자신이 사는 곳의 풍경을, 나무 이쑤시개를 모아 채색하고 재구성하여 평면인 듯, 입체인 듯한 화면에 담아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 작가로서의 정체성만을 가지고 살던 이가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서 살아가는 일은 꽤 낯설었을 것이다. 예술적 재현의 욕구를 마음껏 실현하려는 작가의 자유로운 본성은 한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하는 가장(家長)의 '경건한' 의무 앞에 잠깐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생계를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바쳐야했기 때문에 작업할 절대적 시간의 빈곤에 당면한 작가는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가 꾸준히 해왔던 작업, 즉 반복적인 드로잉을 통한 선의 축적, 하나의 점에서 시작하여 동심원으로 확산되는 인두의 흔적으로 완성되는 풍경은 절대적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첫 번째 개인전부터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오랜 시간의 축적'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작품의 성격을 그는 수정 혹은 변형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가 작가로서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작업에 대한 진지함, 작품에 대한 성실성이었다. 작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인, 이쑤시개를 조금씩 모아 반복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축적되는 일상의 풍경은 그가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일관되게 가지고 있었던, 자신의 작업에 대한 지독한 끈기 그 자체였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30×36.2cm_2019

인두로 찍었던 수많은 점들은 이쑤시개의 뾰족한 끝부분과 닮았다. 한 개의 이쑤시개는 점이었지만, 이것들이 모여 선과 면을 이루었다. 작가에게 이쑤시개는 이제 더 이상 한번 쓰고 버려지는 하찮은 존재가 아닌 자신의 회화적 감성을 담아낼 캔버스가 되었다. 이쑤시개는 작가가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했다. 매일의 노동 후에도 잠깐의 짬을 내어 완성할 수 있는 재료로 이쑤시개가 적격이었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50×50cm_2018

그는 이 재료를 가지고 일단 작업 과정을 기획했다. 단시간에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것들을 모아도 작품이 되는 과정. 그러기 위해서는 소재의 형태를 단순화하고 다양한 형상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모듈(module)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몇 가지 형상 모듈을 모으면 화면이 되는 과정을 설계했다. 그는 어떤 날은 갖가지 꽃과 나무, 강물의 모양 틀을 만들고, 어떤 날은 자신이 일했던 현장에서 보았던 포크레인 모양 틀도 만들어보고, 또 어떤 날은 자신의 아이들 모양 틀을 만들었다. 이 틀에 이쑤시개를 한데 모아 형상을 만들어 채색을 하고, 이 형상을 조합하여 일상의 풍경과 사소한 이야기를 꾸며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을 작가는 "일기와도 같은 작품"이라 표현했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50×50cm_2019

재료로써 이쑤시개의 선택은 그가 나무라는 물성(物性)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에서도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양평으로 이주한 이후 작가는 목공하는 선배를 만나 함께 작업하고, 자신의 집과 작업실을 손수 짓고, 집안의 식탁과 야외의 테이블, 의자 등을 나무로 만들었다. 또한 경상, 사방탁자, 문갑 등을 만드는 한국전통 소목(小木)과정을 2년 동안 배우면서 통나무가 목재로 변신하는 과정도 보고, 각종 나무를 만져보고, 만들어보며 나무의 물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현재 소목과정을 졸업한 이들과 함께 소반을 만드는 일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가진 나무 그 자체, 나무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관심이 보통 이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31.5×53cm_2015

작가가 배운 전통 목가구들의 특성, 즉 "짜임과 이음"을 통해 이루어진 목가구의 특징은 꽃, 산, 강, 인물 등 몇 가지 형태의 모듈을 만들어 짜임과 이음으로 마음속 풍경을 재현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공예의 원칙, 익명의 장인이 만든 단순하지만 기능에 충실한 목가구의 특징은 형태의 선을 최소화한 풍경을 담은 그의 작품에도 반영된 듯하다. 이것은 그가 작업을 시작한 이래 계속되었던, 작가의 밝은 눈과 정확한 손이 호응하여 이루어진 결과인, 사물의 형태를 명민하게 포착하여 섬세하게 표현했던 종래의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그의 작품에 드러난 이러한 한국 전통목가구의 미의식은 그가 이미 생래적(生來的)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32×54cm_2017

그가 나무에 대해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본성과 나무의 본성이 서로 닮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느티나무, 가볍고 부드러운 오동나무, 묵직하고 튼튼한 소나무 등 나무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의 다양성,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한 목재의 유연성, 반면 주변의 온도, 습도에 맞추어 자신을 조금씩 변형해 가며 100년을 넘게 가는 목가구의 지속성, 외부의 조건에도 자신의 형태를 끝내 지키는 나무의 강인함 등이 작가의 성격이나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의 성격과 닿아 있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60×60cm_2019

기존에 해오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의 다른 점이라면 그가 꾸준히 고집했던 무채색의, 고요하고 명상적 풍경이 채색을 입히면서 훨씬 편안하고 명랑하게 변한 것이다. 이는 작가 주변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양평에 봄이 오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희거나 노란 민들레, 달빛 아래 노란 달맞이꽃, 이름도 알 수 없이 사계절 피는 들꽃, 계절마다 달라지는, 강 건너 초록색의 운길산, 밤낮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푸른색의 북한강, 밤이면 그가 사는 집 위 칠흑 같은 하늘로 선명히 떠오르는 흰색의 초생달, 그리고 거의 모든 화면에 오롯이 드러난 손수 지은 집을 그는 그저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나무로 만든 민화(民畵)나 유화 같기도 하고 가끔은 판화 같기도 한 그의 화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고요한 화면에 단지 몇 가지 색채를 입힌다고 해서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 드러날 수 있을까? 그의 소박하고 따뜻한 화면은 저녁달빛과 물을 좋아한다는 작가가 가진, 작은 것들, 어린 것들,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애틋함에서 시작된 듯하다.

염기현_생각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27.5×63cm_2019

이렇듯 작가는 이런, 저런 길을 돌아, 어느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본성에 가까워,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작품을 들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우리는 작가가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반갑다기보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그와 가장 닮은 옷을 입고 돌아왔기 때문에 반갑다. 작가 염기현은 한동안은 이 작업을 하면서 편안할 터이고, 그 작업의 결과물들도 편안할 터이다. 이것이 목공예품과 평면회화 작품의 중간쯤에 위치한 그의 작업을 보면서 미소 짓게 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유이다. ■ 문선주

염기현_풍경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20×79.5cm_2017
염기현_풍경_이쑤시개에 아크릴채색_20×80cm_2018

The Return to the Warm Nature ● The artist has returned. He has returned to us with a canvas of with plane but three -dimensional — because of wooden toothpicks he collected and painted — scenery of the bank of North Han River, where he resided near. ● It must have been quite strange for him, who originally possessed an identity as an artist, to live as a father of a child and a husband of a wife. The "sacred" duty as a husband and a father to uphold a family has had predominated his innate nature to freely realize artistic desires. Because he had to devote most of his time to make a living, the artist who faced poverty of the time art-working had to compromise with reality. The work that he has been constantly doing since graduation, which was the accumulation repetitive drawings of a line, and tracing of pharynx that spreads from one point to the concentric circle was indeed a time-consuming task. That is, he had to modify or transform the character, "accumulation of a long period of time", of the work he consistently presented since the first solo exhibition. However, what he could not give up as an artist were sincerity and wholeheartedness toward his art. The ongoing art work of his, the scenery of everyday life that was comprised of wooden toothpicks he repetitively collected from the beginning was the severe perseverance itself. ● Numerous dots produced by a soldering iron are like tips of a toothpick. One toothpick represented one point, but these altogether formed lines and planes . To the artist, the toothpick was more than an inconsequential thing to be used and thrown away. It became the canvas on which the artist can spontaneously paint his own artistic sensibility. Moreover, toothpicks were the easiest and cheapest source for the artist. The toothpicks were the perfect fit to continue to work on his art during his spare time and even after household duties were completed. ● He devised a work process with toothpicks . He needed a module to effectively simplify required materials for his art, directly apply and make diverse shape modules in a short period of time. He designed a process of making art works with a number of shape modules. One day, he created shape modules of flower, tree and river. Another day, he cut modules of excavator he saw at work, and even his children. On each shape module, he placed toothpicks and painted, after then he compounded them adding day-to-day landscapes resulted in a final art piece. This never was an easy task. Above all, it was indeed a laborious and time-consuming process. Despite all the tediousness and arduousness, he described the finished work as "an art like a diary." ● The selection of a toothpick as an material of art works seemed to stem from inquisitiveness and affection about the very physical property of wood. As he moved to Yangpyeong, the artist has met and collaborated with the more experienced people in woodworking. Since then, he has not only created wooden household furnitures including tables and chairs, but also built his own house In addition, for two year, he learned the Korea traditional woodworking that made desks, four-stories-high shelves, and chests. While doing so, he had an invaluable chance to get a grasp of material properties of wood by touching and feeling a myriad of different trees and observing a process of a log transforming into a timber. His zealous passion and interest for the wood craft could be vividly proven by the fact that he even started making the korean traditional small dining tables, which is called Soban in Korean, after graduating the Korean traditional woodworking program. ● The characteristics of the traditional wooden furnitures made by "contriving and joining" of shape modules of flowers, mountains, river, and figures link to reconstructing work of natural scenery of mind. The simple yet functional features of wood crafting, namely, "a form follows a function", appears to be reflected in his landscape composed of minimized lines of forms. This evidently differs from his conventional works in which his astute eye sight and precise hands consistently captured and delicately depicted the forms. Perhaps he inherently possessed the sense of aesthetics of such Korean traditional woodworks. ● It can be assumed that his affection toward woods is prompted by his nature and his art works that to certain degree resembles that of trees. That is, diversity of characteristics based on different personalities of wood such as a robust yet beautiful zelkova tree, a light and soft paulownia tree, and a sizable and durable pine tree, flexibility of wood that can be transfigured in a multitude of shapes, durability of wood that manages to sustain itself over a century by adopting to varying temperature and humidity, and sturdiness of wood that preservers its forms against external influences. ● A difference between his conventional works and contemporary works would be the change of colors; he began to use the color the once achromatic, tranquil and meditative scenery to be more comforting and merrier. This is due to changes in the natural environment surrounding the artist. He placidly leaves a record of the sight of bountiful white or yellow dandelions that blossom when spring blooms in Yangpyeong, evening primroses under the moonlight, wild flowers that blossom every season, daily or seasonally changing green mountains across North Han River, and finally a silver crescent that rises above his house every night. ● Looking like a wooden folk painting, an oil painting, or sometimes even a wood-cut-printing, his canvas was created. Could applying a few colors on a silent, monotonous picture produce such a warm impression? This warm and honest painting seems to be originated from the artist who enjoys the moonlight and water of at night and adores small and beautiful things. ● Likewise, the artist came to us with a piece of work that looked most relaxed as it holds high resemblance with his nature. The nature in which the artist would detour and pave his own way when encounters a barricade. We are pleased to welcome him not because he returned from a long journey, but because he returned with clothes what best suit him. The artist Ki-Hyun Yeom will be comfortable with this work for a while, so will the outcomes of his endeavors. This is why we feel the warmth and appreciate his art works, halfway between woodwork and flat painting. ■ Moon Sun-joo

Vol.20190502h | 염기현展 / YEOMKIHYUN / 廉起賢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