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Re-Sight

손기헌展 / SONKIHEON / 孫基憲 / photography   2019_0514 ▶︎ 2019_0519 / 월요일 휴관

손기헌_다시보기#32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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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514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사진위주 류가헌 Mainly Photograph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장면 속으로 도주했다가, 인물과 배경의 표면으로 떠오른 시선 ●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반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잃어본 사람은 누리던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사진가 손기헌은 1997년, 그해에 늘 지속되리라 여겼던 일상을 잃었다. IMF로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가 도산하면서 빚쟁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손기헌은 갑자기 닥친 갈등과 불안을 겪으면서, 어린 나이임에도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웃고 즐거워하던 작은 행복들'이 멀어지는 것을 실감했다. ●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불행의 시간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손기헌은 사춘기를 보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늘 지나치는 대상이나 풍경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 훈련은 시간이 지나자 그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손기헌_다시보기#12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6
손기헌_다시보기#34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6
손기헌_다시보기#55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6
손기헌_다시보기#81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7

브레송의 시선은, 그 시선이 보는 장면에 주어진다. 아니, 그 장면에 열중한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시선은 장면 속으로 한껏 빠져들어 감으로써 결국 사진 속으로 도주했다가, 또 이렇게 저절로 만들어져서 저절로 인물과 배경의 표면으로 떠오른 그 이미지로부터 우리들 쪽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게 된다. 그 시선 속에서, 그 시선으로써, 그 시선에 의해 송두리째 노출되고 외화 된 그 인물과 배경의 표면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카메라의 필름과 우리 자신의 눈에 감광하여 새겨진다. ● 전공하던 영화연출 영상 과제의 사진 콘티 작업을 하면서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것이 본격적인 사진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그는 세계적인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비비안마이어', '마틴파' 등의 작품으로부터 '시선'의 중요성을 배웠고, 사진작업을 이어나가는 데 힘을 받았다고 말한다.

손기헌_다시보기#100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0×20cm_2017
손기헌_다시보기#131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8

수년 간 촬영한 사진들을 『다시보기』라는 제목으로 엮은 그의 전시작에는 눈을 잡아끄는 강렬한 배경도, 낯설고 기이한 장치도 없지만 지루하지 않다.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한 장면들에는 재치와 따뜻함이 담겨있다. 오랫동안 불안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노력한 덕분일 것이다. 그의 사진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사용된 '소확행'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그는 사진으로 실현했다. ● 많은 부분을 외부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손기헌의 사진은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손기헌 사진전 『다시보기』는 5월 14일부터 일주일간 류가헌에서 열린다. ■ 사진위주 류가헌

손기헌_다시보기#133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8
손기헌_다시보기#143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0×30cm_2018
손기헌_다시보기#151_매트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0×20cm_2019

초등학생이던 1997년 IMF가 터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회사가 부도로 문을 닫게 되었고 빚쟁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한순간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작은 일에도 끊임없이 갈등이 생겨났다. 웃고 즐거운 날보다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날들이 늘어만 갔고 그 시간은 몇 년 동안 이어졌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웃다 보면 잊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말없이 침울 해지던 그 몇 년의 시간은 조용한 일상을 가장 원하게 만들어버렸다. 정말 단순한 일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의 반복은 당시의 나에겐 행복 그 자체였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보냈던 사춘기 시절은 힘든 현실을 잊고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 최근 방송에서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1986년에 처음으로 쓰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많이 쓰이며 주목받고 있다. 나에게 있어 '소확행'은 정해진 대로가 아닌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렇게 눈으로 보고 머리로 떠올린 찰나의 순간으로서 시간이 흐르면 당연하게 사라지고 결국 잊혀질 거라 생각했던 시선이 사진을 통해 영원의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며 나는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다르게 보는 것은 대상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역할과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대단하고 특별해 보이는 것만이 전부이며 삶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작은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 시선을 붙잡아 둔 사진 작업을 통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 손기헌

Vol.20190514c | 손기헌展 / SONKIHEON / 孫基憲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