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il Lee Sculptures

이성일展 / LEESUNGIL / 李成一 / sculpture   2019_0515 ▶︎ 2019_0621 / 주말,공휴일 휴관

이성일_난로와 TV_스티로폼_실물크기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0)2.6494.1000/+82.(0)2.508.8400 www.spacedelco.com

사물을 보는 예술가의 시선은 여러 가지 결과로 나타난다. 앤디 워홀처럼 그 사물과 유사한 오브제나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마르셀 뒤샹처럼 그 사물을 그대로 전시장에 갖다 놓기도 하고, 로버트 라우센버그처럼 버려진 물건을 주워 작업에 활용하기도 하고, 아르망처럼 차마 손을 대기도 어려운 쓰레기를 모아 작업을 만들기도 한다. ● 이성일은 자신의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서 찾은 사물들을 스티로폼으로 그대로 재현한다. 그가 작업노트에서 밝히듯이 일상적인 사물들을 유심히 보는 것은 "공간과 사물, 그리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나 자신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변해가고 있음을 알아가는...과정"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과 "서로 영향을 받으며 변해가고 있음"을 자각한 작가는 자신이 보내는 시간과 경험이 사물에 이전되어 그와 사물이 서로 분리된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서 점차 공존의 관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 같다. 그 사물이 없으면 감정이 상하고 불안해질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사물은 시간을 통해 인간의 기억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일단 사물과 만난 인간은 그 기억을 통해 사물과 분리되기 힘들 정도의 상태가 된다.

이성일_냉장고와 정수기_스티로폼_실물크기_2018
이성일_변기_스티로폼_실물크기_2018

이성일은 그 치명적인 공존의 관계에 주목한다. 냉장고부터 변기까지 자신이 쓰는 물건들을 보고 그 물건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스티로폼으로 이식시킨다. 전통적인 매체인 돌이나 흙과 달리 스티로폼은 현대문명이 낳은 재료이자 쓰레기로 덮여가는 지구에서 재활용이 요구되는 반영구적인 물질이기도 하다. 가벼우면서도 금세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한 이 재료는 그 연약함 이면에 우리의 삶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위험성과 인가보다 지구위에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불멸성을 내포한 재료이기도 하다. ● 아마도 그 역설적인 특성 때문에 작가는 이 재료를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순백의 스티로폼을 앞에 두고 철사를 불에 달군 후 순식간에 재료를 자르고 다듬어 형태를 만들어 간다. 조각가가 철사로 흙덩어리를 잘라가며 형태를 찾듯이, 뜨거운 철사로 정교하게 흰색의 스티로폼을 잘라 낸다. 그 자르는 행위는 순간적이지만 자신보다 더 오래 존재할 재료 앞에서 불멸성을 누리지 못하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애도의 순간이다.

이성일_세면대와 좌변기_스티로폼_실물크기_2018
이성일_수도_스티로폼_실물크기_2018

완성된 변기, 테이블, 의자 등은 모두 실제 크기이다. 심지어 만져보면 사용하고 싶을 만큼 단단하게 느껴진다. 그의 사물 복제물이 놓인 공간은 유용한 사물의 세계를 넘어 형태와 크기만 추출한 후 구축한 공간이자 실제 세계와 달리 사용할 수 없는 사물들의 공간이다. 그 사용할 수 없음과 불멸에 가까운 재료의 만남은 그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만든다. ● 이성일의 공간은 너무나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용할 수 없는 무용한 스티로폼 사물들이 단아하게 순백의 매력을 발산하는데, 그 사이를 거닐며 초현실적인 가벼움에 잠시 젖어들었다가 결국 이 가상의 공간을 떠나 곧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각성에 이른다. 익숙하면서도 낮선 사물들의 세계가 주는 각성, 바로 그 각성의 지점에서 작가의 스티로폼 조각이 의미를 확보한다. 예술은 사물의 충족감과 물질의 허망함 사이에서 계속 방황하는 임시적 상태이며 인간은 그 임시적 상태를 오고가는 자유를 누리는 축복받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 스페이스 D

Vol.20190515d | 이성일展 / LEESUNGIL / 李成一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