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다 LOOKING

김지원展 / KIMJIWON / 金志源 / sculpture   2019_0517 ▶︎ 2019_0528

김지원_소라-별이 되다_브론즈, 판석_180×150×150cm_2019

초대일시 / 2019_0517_금요일_06:00pm

2019 당진 올해의 작가展 2019 DANGJIN ARTIST EXHIBITIONS

주최 / 당진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당진문예의전당 DANGJIN CULTURE & ART CENTER 충남 당진시 무수동2길 25-21 전시관 제1전시실 Tel. +82.(0)41.350.2911~4 www.dangjinart.go.kr

영겁회귀, 혹은 자연과 순환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에서 낳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생성과 공존'이라는 우주의 원리 안에서 하나의 몸체를 이루고 순환되는 것이다. 조각가 김지원은 이러한 인식론적 성찰을 존재론적 사유로 변화시켜 모든 존재의 다른 성장, 다른 방식의 성숙을 성찰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생명체의 생성, 성장, 소멸해 가는 순환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 역시 이 사이클에 속해있는 한 부분으로서 자연과 교감하고 상생하면서 조화로움을 이루고, 창조적 만남을 통해 삶을 발전시키고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김지원_자연-순환_철_175×285×240cm_2019

김지원은 이번 개인전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지구환경과 유기적인 관계망 속에서 공생하며 소멸하는 생태계의 순환적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자연 속 생명체들의 다양한 관계를 재인식하고 상호 간의 공존과 순환을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현시하고 있는 이번 전시의 시작은 답사와 수집이었다. 작가는 몇 개월간 고향 장고항 바닷가를 누비며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에 쓸 재료를 수집했다. 기존의 정형화된 조각에서 벗어나 자연 재료를 모태삼아 여기에 공존과 순환이라는 자연계의 원리를 재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존재적 가치와 더불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바다를 바라보며 느낀 치유의 감정을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원_소라-Story_브론즈, 자연석_65×400×200cm_2019

그 방법적 수단으로 작가가 선택한 것은 굴이나 소라 등 조개류의 껍질이다. 그 소라는 한때 바다의 소중한 부분을 이루며 자연과 공존해 왔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작가에게 발견되어 새로운 생명성을 띠며 관객에게 제시되고 있다. 작가는 굴껍질을 정성스럽게 이어 붙여 조각적 형태를 부여하거나 전복, 고둥, 가리비 등을 평면에 설치형태로 관객에게 제시함으로써 예술적 소통을 매개로 자연 속 생명체들의 다양한 관계를 재인식하고 상호 공존하여 순환하는 생태적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하여 끊임없이 개발과 욕망을 위해 달려온 인간이 직면한 역설적 현실을 되짚어보고 잃어버린 가치를 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인공과 자연이 혼재된 고향 자연의 현실을 미술의 목소리로 되뇌며 생명이란 무엇이며 자연과 인공의 경계는 어디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인가 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지원_갯벌-숨을 쉬다_면봉, 혼합재료_89.4×390.9×20cm_2019

한편 작가는 소라껍질을 캐스팅하여 자연석에 고정시키고 이를 갤러리에 무수히 설치함으로서 새롭게 조형성을 획득한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마다의 고유한 형상을 지닌 자연석에 부착된 소라들은 원형을 유지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원본은 온데간데 없고 복제된 형상들이 더 강한 아우라를 풍기며 원본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 의도는 「소라-별이 되다」라는 작업에서 정점을 이루는데, 무수한 소라들이 하나의 관계망에 의해 얽혀있는 형상을 통하여 자연에서 끊임없이 맺고 맺어지는 관계의 총체와 자연의 존재는 타자의 존재가 투영된, 또한 타자의 존재에 투영된 결과들로 이루어진 혼성물임을 말해준다. 자연 안에서 절대적 자아는 존재불가하고, 다양한 인식주체들의 관계성의 척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식․순환되는 존재(存在)라는 말이다. 순환을 축으로 하는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니체(F. Nietzsche)는 '영원회귀'라고 말하였다. 영원회귀는 차이나는 것에 대해 언명되는 동일한 것, 순수하게 불균등한 것에 대해 언명되는 유사성, 오로지 비등한 것에 대해 언명되는 동등한 것, 모든 거리들에 대해 언명되는 가까움이다. 본질적 의미에서 오롯한 재현이란 성립할 수 없고, 그것은 또한 끊임없이 재구성되기에 늘 항상적(恒常的)이다.

김지원_갯벌-숨을 쉬다_면봉, 혼합재료_89.4×390.9×20cm_2019_부분

김지원의 작업개념은 이 지점에 근거한다. 김지원의 작업에서 연속적으로 복제되어 순환의 고리에서 살아 움직이는 소라는 끊임없이 무한증식하는 이미지이자 원본보다 더 가치있는 복제품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 복제물들은 근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점점 강화되고 그 근원요소를 해체하는 가운데 질서가 세워지고 위계화된다. 비슷한 것은 시작과 끝이 없고, 어느 방향으로도 순환될 수 있다. 조금씩 변화하면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동일하게 반복되는 이미지의 전개를 통해 우리는 사물 속에 숨겨진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한다. 그것은 생명순환의 원리이자 생성과 공존이라는 자연계의 카논이다. ● 개발과 발전논리에서 생태적 세계관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지금, 자연과 인공은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인공적 환경이 자연을 압도하며 모든 생명체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순환과 유기성, 진화와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물의 생존방식이 인간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서만 지속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은 오히려 자연과 그 파생물, 사물과 허상들 사이의 차이를 정하는 모든 근거를 파괴하고 삼켜버린다.

김지원_아버지의 바다_폐그물_가변설치, 1000×500×500cm_2019

김지원 「소라-별이 되다」은 영원성, 혹은 끊임없이 의미를 원환(圓環)시키는 초실재적 생동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미완(未完)의 철학이 숨겨져 있다. 미완의 완성은 바로 '텅빈 충만'을 의미하며 역설적이게도 '중첩(overlapping)'이라는 비표상적 조형언어를 통섭한 반전의 뫼비우스 띠처럼 미완을 전제로 한 반복이 함의되어진 원환과 시뮬라크르의 연속이다. 시뮬라크르는 영원회귀다. 영원회귀로 인해 근거는 완전히 와해되고 시뮬라크르의 시대에 예술은 더 이상 모방하지 않는다. '원본 부재의 복제', 즉 가상실재가 실재를 지배하고 대체하여 재현과 실재의 관계가 역전(逆轉)됨으로써 더 이상 모방할 실재가 없어진 이미지들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초실재(hyper-reality)를 생산해낸다.

김지원_오이스터 비너스Ⅰ_혼합재료_200×55×60cm_2019

이 지점에서 다시 니체로 돌아가면 영원회귀는 '차이와 반복'에 다름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영원회귀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이 원환운동(圓環運動)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고 있다는 이론이다. 결국 영원회귀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한 개념과 이미지들의 순환운동이자 생성논리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김지원의 작업은 패러디이자 근거 짓기를 허용하지 않는 의미의 증식이다. 그것은 원본과 파생물, 사물과 허상들 사이의 차이를 정하는 모든 근거를 해체한다. 그리고 무한히 새로운 생성동력을 잉태시킨다. 자아는 타자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정의되고 개인의 성질은 타자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이는 우주질서의 본연적인 존재방식으로, 자연 안에서 존재는 자아 스스로가 속한 세계와 독립된 인식주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식의 근저에서 타자의 존재를 반영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영원히 순환되고 또 증식된다. ■ 이경모

김지원_오이스터 비너스Ⅱ_혼합재료_50×55×60cm_2019

나는 자연 속에 담겨있는 새소리, 물소리의 생명 소리와 비릿한 바다 내음이 참 좋다. 자연과 인간은 교감하고 상생하는 관계로서 서로 조화로움을 이루고, 창조적 만남을 이루며 살 때 삶을 발전시키고 미래를 열어간다. 자연 속의 인간. 인간 속의 자연. 자연과의 공존. 자연의 섭리. 자연을 정복하려는 욕망이 있지만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순응하고, 삶의 긴 여정 속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존재적 가치와 더불어 내가 나고 자란 장고항의 바다를 바라보며 느낀 치유의 감정을 담아내고자 한다. 나는 내가 누구이며, 나를 이끄는 힘의 근원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대지의 소리, 하늘의 소리를 내 곁에 가까이 두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왔다. 기존의 내가 다뤄왔던 작업은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끝없는 욕망, 탐욕을 주제로 삼아 작업했었다면, 이번 전시는 기억 한 편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는 바다 내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이다. 바다는 언제나 생의 힘을 지닌다. 어슴푸레 해질 때까지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때. 그 지난날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되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몰려온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너무나 바쁘다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을 갖길 희망한다.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던 봄날에 장고항 사람들은 커다란 그물로 살이 투명한 실치를 잡는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고, 장고항의 마을 사람들이 그랬다. 좋았던 그 시절의 회상들이 내 맘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아버지의 바다를 떠올리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내게 언제나 무한한 영감을 주는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에게 막내딸이 보여드리고 싶은 전시이다. ■ 김지원

Vol.20190517e | 김지원展 / KIMJIWON / 金志源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