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2019_0604 ▶︎ 2019_0818 / 월요일 휴관

고영미_그날_한지에 채색_72.5×103cm_2012

초대일시 / 2019_0604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고영미_노순택_민유정_박경진_송진희 이보람_장우진_조경란_하태범 총 9명

큐레이터와의 전시관람 2019_0626_수요일_02:00pm~03:30pm 2019_0731_수요일_02:00pm~03:30pm 강연 / 2019_0718_목요일_02:00pm~04:00pm 영화상영 및 강연 / 2019_0725_목요일_02:00pm~04: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대학교미술관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Tel. +82.(0)2.880.9504 www.snumoa.org

전시 『재난』은 사회적 재난에 대해 반응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태풍, 지진, 해일, 홍수, 행성의 충돌 등 자연재해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끝나지 않는 전쟁, 살상과 테러, 국가 간의 대립과 긴장 상황, 각종 사회문제와 환경문제, 오염과 감염,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 등. 이 모두는 우리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재난이다. 재난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실제 사건이 지닌 무게를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정적인 소식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마땅히 공감해야 할 사안에도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재난 피로' 현상은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재난이 유발하는 또 하나의 비극이다. 전시는 작가들이 재난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고, 표현하는지 살펴본다. 작가들은 감정의 질곡을 증폭하기도,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직시하기도, 또는 서늘하게 냉소적으로 비판하기도, 한편 같은 사안을 새로운 척도로 다시 보게 하기도 한다. 재난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이켜 봄으로써, 타인의 고통과 비극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또 그것을 적극적으로 치유하고자 나서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전달된 재난의 이미지를 동화적 풍경으로 재구성하는 고영미는 다년간 전쟁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지속해왔다. 화려한 색상과 극적인 구도를 가진 그림은 사실 무력행사를 수반하여 살생이 벌어지는 전쟁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러한 잔인한 현장을 참혹하거나 무섭게 표현하기는커녕 동화처럼 화사하고 밝게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전쟁이라는 무자비한 행위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비열함과 잔혹함을 역설적으로 꼬집어 강조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동화의 구조와 전쟁의 메커니즘 모두는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적,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육강식의 생리로 인하여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죽는 결말의 전개에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있으며, 상당한 무력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의 잔인함,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 등으로 야기되어 넘쳐나는 재난의 순간은 작가의 잔혹동화 속에 마치 전혀 알지 못했던 듯 아름답게 전개된다.

노순택_가면의 천안함_CDJ1501_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_110×165cm_2013

사회의 갈등을 포착하고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인 모순을 날카롭게 전달한다. 우리나라는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비상 전시 체제의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은 이를 망각하고 순응적으로 현실에 적응하여 살고 있다. 작가는 경기도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북한군의 포격이 있었던 연평도 사건, 백령도 해안에서 침몰한 대한민국 해군의 천안함 사건 등 분단국가라는 체제 아래 발생하는 사회재난으로 현장을 기록한다. 또한 남북의 두 체제 갈등이 불러일으킨 모순과 분단의 현실을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오작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로써 전쟁의 비참함이나 죽음의 공포, 비정상의 부조리한 사건들을 망각한 채 스스로 안위하며 체제 순응적으로 전쟁불감증이 팽배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민유정_떨어지는 사람_3_캔버스에 유채_33.5×45.5cm_2012

삽화의 형식을 빌려 재난의 순간을 회화적으로 풀어내는 민유정은 재난이 일어난 끔찍한 현장을 멀찌감치 떨어진 시점에서 관조하듯 바라보며 표현한다. 작가의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재난의 비극적인 순간인데, 파국에 대한 극도의 슬픔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평온하며 마음의 안정을 준다. 그 이유는 사건의 당사자로서 현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재난의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취득하고 편집하여 구경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시적이고 허상에 불과했던 사진 매체는 작가의 시선에 의해 가공되어 특정한 사건을 지시했던 목적성을 잃고 그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회화로 치환된다.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무분별하게 전해지는 단편적인 재난, 사고, 폭력의 이미지를 거부감 없는 따뜻한 풍경으로 재현함으로써 넘쳐나는 재난의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쉽게 망각하고 안위, 안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박경진_반경 0Km _.9_캔버스에 유채_130×166cm_2014

동시대의 재난은 천재지변으로 발발하는 재해나 인간의 부주의로 야기된 인재(人災) 사고 모두를 포괄한다. 박경진은 미디어를 통해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대면한 뒤 일상속의 죽음을 인지하고, 철저히 대비했다면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동시대 인재 사고에 주목한다. 작가는 그간 허구적으로 받아들이던 재난의 당사자가 우리네 누군가 특히,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가정된 상황 속에 죽음이라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고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포, 슬픔, 반성, 분노 등의 감정과 더불어 불안한 삶 속에서 생존에 대한 갈망하며 살아가는 강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실제 일어난 사건의 자료를 수집하여 담담하게 그려낸 「반경 0km」 연작에서 작가는 두렵고 긴박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끔찍한 현장을 상당히 건조하게 회화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재난은 일상 속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무기력한 사회적 구조에 대한 고민과 반성을 유도한다.

이보람_시체들 3_캔버스에 유채 및 아크릴채색_181.8×227.3cm_2016

이보람은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전쟁이나 테러 희생자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 속 보도사진에서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잊혀 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작가는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 소식을 접한 이후로 대중매체를 통하여 전해지는 전쟁의 참상 이미지가 찰나의 애도의 순간을 거쳐 가볍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 죄책감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이러한 인간의 무관심과 방관의 태도에서 생성되는 무한한 거리감은 폐허 속의 희생자와 일상을 사는 관조자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되어버렸다. 숭고한 죽음을 맞이한 듯 하얀색 천에 덮인 채 아이콘 초상처럼 보이는 「시체들」 연작은 사실 재난의 현장 속에 주겅간 익명화 된 불특정 누군가의 시체이다. 또한 「붉은 그림들」 연작은 앞서 언급한 「시체들」 작품에 그려진 희생자들의 키를 어림짐작하여 혈액량을 추산한 양의 물감을 사용하여 천을 염색한 방식으로 제작 된 작품이다. 이는 어찌 보면 색면추상 회화의 이미지로 비추어 지기도 하나 실상은 피로 얼룩진 전쟁의 참사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송진희_eat into_단채널 영상_00:07:22_2011

송진희의 「eat into」(2011)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단채널 영상 작업이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재난이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현재와 이러한 파국의 상황에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우리의 태도에 주목한다. 감정을 배제한 듯 보이는 건조한 흑백 영상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여인은 어스름한 검은 무언가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지만, 이를 알지 못한다는 듯 애써 상황을 외면한다. 더럽혀진 공간 속에서 태연하게 일상의 행동을 이어가는 이 여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러한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나는 분명 안전할 것이며, 타인은 몰라도 나에게 위험은 없다'고 믿는 혹은 믿고 싶은 이기적인 인간의 안전 불감 증상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영상의 말미에 여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이어가던 공간은 시커멓게 더럽혀져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작가는 이러한 결말을 통해 비록 우리가 재난은 철저히 타인의 일이라 믿으며 방어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와 염려, 불안 속에서 놓여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우진_부서진 풍경_혼합매체_가변설치_2017_부분

유년시절을 리비아에서 보낸 장우진에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리비아의 소식은 유달리 각별하다. 마치 무대 세트장 같은 「부서진 풍경」(2017)은 작가가 언론을 통해 현재, 지금 접할 수 있는 리비아의 각종 사건 이미지를 토대로 어린 시절 그곳에서 어렴풋이 목격했던 장면과 경험했던 일상의 기억을 함께 시각화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물리적으로 상당한 거리에 있는 리비아의 참상을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추억이 여려있는 땅이 폐허로 변해버린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체제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발생하는 힘과 압력, 분란 그리고 살생으로 귀결되어 버린 우리의 모습을 비판한다. 또한 웹상에서 수집한 리비아의 사진 이미지들은 작가에게 있어 가상의 공간 속에서 머무는 비가시적이고 비실재적인 진실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하는데, 작가가 소환한 개인적 이야기와 함께 조합되어 강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조경란_타워_단채널 영상_250×400cm, 00:07:09_2018

조경란은 재난과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 사회 구조의 모순과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진실, 은폐된 부조리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타워」(2018)는 인터넷상의 뉴스, 게임, 웹소설, 꿈풀이, 가상화폐 커뮤니티, 부동산 광고 등에서 가져온 100개의 토막글들을 페이지별로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작품이다. 각각의 글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로지 숫자를 매개하여 1층부터 100층까지 나열된다. 이렇게 나열되는 서사 구조를 통해 드러나는 가상의 '타워'는, '보안', '도청', '차단' 등의 단어의 등장이 암시하듯 인물들을 끊임없이 각각의 공간에 차폐, 소외시킨다. 층이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재난의 묘사는 궁극의 파국을 예고하지만 서사 내부의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타워'로 상징되는 테크놀로지 시스템 안에 안전하고 무력하게 격리되어 오직 사물과 소통하고, 타인의 삶에 무관심, 무감각해지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하태범_뉴욕911-1_잉크젯프린트, 알루미늄복합패널 및 아크릴패널 압착방식_112×150cm_2010

하태범의 「화이트」 연작은 테러나 전쟁, 재난과 사고의 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을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그 후 모아진 이미지를 조합하여 종이와 흰색 플라스틱 재료로 당시의 사건 사고가 일어났을 현장을 모형으로 재현하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한다. 건조한 무채색의 사진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한 사고였을지 혹은 어느 정도 절망적인 상황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뉴욕911」(2009), 「용산참사」(2010), 「연평도」(2011) 등 제목을 본 후에야 비로소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되돌아 다시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작가는 보도사진 속의 촬영된 실제 현장의 이미지 중 일부를 제거하고 흰색만을 사용하여 보다 단순한 모형으로 제작한다. 이는 끔찍한 사건사고 후에 폐허가 돼버린 현장의 보도사진에서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움으로써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가볍게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작가는 어떤 공격적인 이미지에도 놀라지 않고 무감각해지는 현대인들의 방관자적인 모습을 꼬집고, 우리 내면의 폭력성을 고발하고자 하였다. ■ 서울대학교미술관

Vol.20190604e | 재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