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기억: 기억을 기다리다 Waiting for the Memory

조대연展 / CHODAEYEON / 趙大衍 / photography   2019_0605 ▶︎ 2019_0701 / 6월 24일 휴관

조대연_민주광장_피그먼트 프린트_2011

초대일시 / 2019_0605_수요일_04:00pm

아티스트 토크 / 2019_0612_수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30am~07:30pm / 6월 24일 휴관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광주점 11층 Tel. +82.(0)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www.instagram.com/lottegallery_official

망각되지 않는 시간이기를 ● 일상에 분주하다가도 '그 광장'에 들어설 때면, 습에 베인 것처럼 그곳의 과거를 유추하게 된다. 경험하지 못한 시간이지만, 마냥 지나쳐버리거나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 이 장소를 짓누르는 듯하다. 2년 전 언젠가 전시 관람길에 들른 옛 도청 건물, 그곳 본관 복도의 창문에서 분수대 광장을 내려다보았었다. 내가 선 위치에서 생과 사과 수없이 교차했을 터인데, 새삼 마음이 아려왔던 기억이다. 직접 경험도 아닌 터라 입에 담기도, 더불어 과거의 사실을 평가하기도 조심스럽지만, 그러함에도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잊지 않고' 그 장소의 무게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대연_금남로_피그먼트 프린트_2018

롯데갤러리는 6월 기획전시로 조대연의 사진전을 진행한다. 근 4년 만에 작품전을 선보이는 조대연은 근작에서 광주에 대한 소회를 풀어낸다. '광주의 시간'이라는 큰 테마의 첫 시리즈작인 본 전시의 소제목은 『기억을 기다리다』이다. 사진의 배경은 5.18민주광장으로, 지난 10여 년간 광주의 구도심을 다니며 관찰한 장소와 사람들에 관한 서사이다. 거리극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의 문화행사, 그리고 3·1운동 기념식이나 추모행사 등이 펼쳐지는 광장의 모습을 작가는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입장에서 무던히 기록했다. 프레임에는 민주화를 위한 공간이었던 그 곳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이미지의 향수자로 하여금 열린 해석을 담보하며 일상의 범주에서 언급되지 않은 이 공간이 어떤 장소성을 띠는지 상기시킨다.

조대연_민주광장_피그먼트 프린트_2018

광장 위의 뿌연 스모그는 보는 이에게 다양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퍼포먼스 행사인 사진의 내막은 얼핏 8-90년대 거리의 현장 같기도 하다. 석가탄신일 전야 붉은 대형 연꽃으로 치장한 분수대, 폭력의 상흔처럼 퇴화된 전일빌딩의 근경에는 무당집의 깃발이 나부끼는데, 하늘로 에운 건물과 땅(광장)을 연계하는 듯하다. 거리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 아래의 노인은 아마도 그 시절을 체감했을까? 민주평화기념관으로 분한 본관 건물 앞에는 남녀노소가 자리하고, 솟구치는 분수 그것의 끝자락에는 소원을 비는 달이 떠 있다.

조대연_전일빌딩_피그먼트 프린트_2018

조대연은 작품에서 직설화법식의 현장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공간의 특질이나 실재하는 장치를 통해, 정해진 답이 아닌 다양한 생각들을 끌어내려 한다. 일상에서 비켜 가버린 현재의 광장을 '기록'하되, 장소의 가치나 의미는 관람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읽혀진다. 그러나 제시된 화면으로 인해 이 특수한 공간은 다시 사유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메시지의 강요가 아닌, 사실의 투영으로서의 광장이라는 장소는 재차 거론된다.

조대연_금남로_피그먼트 프린트_2018

다큐멘터리 사진은 연출이 아닌 실제의 사실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기술보다 대상에 접근하는 태도에 주안점을 둔다. 스스로를 목적에 의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평하는 조대연은 본인의 사진이 좀 더 객관적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진도와 섬진강을 비롯한 남도의 삶터, 새만금, 순천만 연작 등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지속된다. 더불어, 숨은 의미와 호퍼(Edward Hopper)식의 고독감 혹은 공허함이 내비치는 조대연의 프레임에서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볼 때, 일상의 촬영이 그저 일상이 아닌 뜻 그대로 의미심장한 구술임을 깨닫게 된다.

조대연_민주광장_피그먼트 프린트_2018

사전에서 정의하는 기억의 3요소 중에 눈에 들어오는 표현이 있다. "기명된 내용이 망각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작용."이다. 보고 기록하는 사진의 실재성, 그 장르적 속성으로 인해 쉬이 잊히는 시간들이 보다 가치 있는 사실로 되새김질 된다. 나아가, 기록하는 이의 행위 또한 온전히 유의미한 태도가 된다. 이번 전시가 인간의 삶과 환경에 기반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속뜻을 새삼 제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 고영재

조대연_민주광장 분수대_피그먼트 프린트_2016
조대연_민주광장_피그먼트 프린트_2016

화창한 봄날, 행복하지 않냐는 광장의 구호가 나를 막아선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커다란 꽃은 시각을 깊게 자극하는 색으로 뒤덮여 있다. 광장의 공사장 곳곳에 겨우 스미는 햇빛들은 그날도 같았으리라. 분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거의 매일 걷는 길이지만 이번 달의 분수는 더욱 시원하게 솟구쳤다가 내려오길 반복하며 광장을 메우고 있다. 그래도 끝을 모르게 변해만 가는 세상에서 무언가의 중심을 부여잡고 기다리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그것은 작동을 시작한다.

조대연_민주광장_피그먼트 프린트_2017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변해가며 관계 속에서 의미가 변해 간다. 오랜 시간동안 변하지 않는 무엇을 우리는 가치라고도 한다. 광장은 삶의 중심이며 가치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이 시대에 가치를 공유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어떤 곳인가? 그 단순하고 복잡한 물음은 슬픔에 앞서 허탈함이 먼저 떠오른다. 단순하게 세상은 무상하므로 슬프다. 그 슬픔은 인간을 사람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일반론적인 법칙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열린 공간인지만 슬픈 곳, 슬프지만 소멸보다는 다시 한번 더 가보자라는 의지가 발현 되는 곳. 단절 보다는 같이 가자는 꿈이 통용되는 곳.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인 곳에서 나는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

조대연_민주광장_피그먼트 프린트_2019

이 사진들은 주로 지난 10여 년간 광주의 구 도심을 지나면서 보았던 여러 장소들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아온 사진들이다. 광주, 이 자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기록과 상상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바라본다. 사진은 세상에서 현실을 단절시키는 작업이다. 그것이 현실에서의 피사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 공간을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보이게 한다. 익숙하지만 과거로부터 온 그림, 3차원의 열린 공간이지만 다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그림이다. 나에게 본다는 것은 현실 너머의 다른 공간이다. 자르고 프레이밍 된 공간들은 그 너머에 또 다른 현실이 있음을 지시한다. 그 과정들을 즐기며 새로운 세상을 빛으로 만들어 나감으로서 나는 세상과 소통한다. (2019년 5월) ■ 조대연

Vol.20190605f | 조대연展 / CHODAEYEON / 趙大衍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