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즐거움

쑨지展 / SOONJI / painting   2019_0606 ▶︎ 2019_0619

쑨지_Lif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9

초대일시 / 2019_0606_목요일_06:00pm

후원 / 서학아트스페이스

관람시간 / 09:00am~09:00pm

서학아트갤러리 SEOHAK ART SPACE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7(서서학동 51-3번지) Tel. +82.63.231.5633 seohak-gallery.com

예술은 즐겁다 ● 쑨지가 미술의 의미를 대하는 태도는 고전적이다. 작가에게 미술은 "여러 가지 선이나 색채로 평면에 형상을 만들어 내는 일" 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통한다. 미술의 의미자체는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그녀의 그림은 일반적이지가 않다. 쑨지의 삶은 누구보다 긍정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그림으로 드러나면서 즐겁고 묘한 그림들이 그려진다. ● 작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생활이다. 자신의 삶이 그림에 딱 달라붙어 있다. 만물에게서 가치를 두고자 하는 마음, 어떤 상황에도 긍정성은 존재한다는 믿음이 작가가 살아가는데 중요시 생각하는 화두다. 작가는 그림의 계획단계에서는 이러한 자신의 삶에 태도를 작품에 투영시키려 부단히 애쓴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의 대상을 보면 낮고 작은 것들(사회적 위치), 친근한 인물, 편안한 포즈, 주변의 풍경 등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도드라지거나 화려한 대상들이 아닌 담백하고 친근한 대상을 선택하고 그려나간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화려하고 도드라지는 화면으로 탈바꿈된다. 작품의 계획은 삶의 태도를 투영하기 위해 집중한다면, 그리는 행위가 시작되면 대상에 대한 해석보다는 자신의 긍정적인 시선과 자신의 조형감각들을 대상에 적용하는데 몰입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작가만의 감각으로 필치, 색감, 질감, 배치 등 조형적 요소의 선택이 주가 된다. ● 작가는 일단 그리기가 시작되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나무, 소품들을 사회적 언어로써 해석하기보다 점, 선, 면 같은 온전한 미술적 요소로 바라본다. 인물이든 사물이든 대상들은 그 의미를 넘어 조형성을 위한 참조물인 셈이다. 작가는 평면구성에 대한 좋은 감각을 키워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색채, 형태 등 기본미술요소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다. 그녀는 물감, 색채, 터치 등 전통적인 회화의 요소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고, 그것들을 찾아 낯선 감각과 새로운 회화 화법을 만들길 기대한다. ● 모나지 않은 작가의 삶과 지고지순한 회화를 상상하는 그녀의 태도가 무척이나 융통성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순수하다는 반증이고, 더 어려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그녀의 끝에 무엇이 나올지 궁금하고 응원하게 된다.

쑨지_Life Is Ar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9
쑨지_Chilling At The Beach Miami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 2019

긍정의 색안경 ● 쑨지의 조형은 낯설면서 익숙하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 첫 느낌은 낯설음이고, 천천히 살펴보면 그 낯선 대상들이 아주 익숙한 대상들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작가의 예술적 태도, 조형성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가는 회화라는 아주 보편적인 미술매체를 사용하고 익숙한 인물과 풍경들을 대상으로 그려낸다. 그럼에도 낯설고 묘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그녀의 작품에 투영하는 자신의 삶과 예술성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뉴욕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고, 작가활동을 해왔다. 단순히 유학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뉴욕에서의 문화예술, 패션, 소비생활 등을 큰 한계 없이 폭넓게 향유하며 지내온 경험이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폭넓은 경험은 작가에게 큰 자존감과 긍정성을 심어주었으리라 짐작한다. 또 쑨지는 이상하리만치 밝으며 선의 가득한 사람이고, 그녀에게 화려함은 자연스러움이고, 일상이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만물에서 긍정성을 발견하려는 천성 때문이다. 쑨지의 삶은 보통 청년들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작가의 내면성이 작품에 투사되기 때문에 작가가 아무리 한국적 풍경을 담고, 흔한 일상을 담아도 작품은 화려하고 즐거움으로 가득찬다. 뉴욕에서의 경험과 어디에서도 긍정성을 발견하는 작가의 내면성은 남다른 조형감각을 만든다. 쑨지의 내면성, 남다른 조형감각 때문에 그녀의 그림은 가끔 앞뒤가 맞지 않기도 하고, 묘하고 이상해지는 것이다. ● 사실 나는 쑨지의 작품에서 공감할만한 서정성을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대는 분명 정감 가는 시골 풍경에서 서정성을 느끼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의 풍경은 단정하고 화려하다. 백화점, 화려한 불빛, 네온사인에서 우리는 서정성을 느낀다. 그럼에도 작가는 보통 이상의 과하게 화려한 화면 구사와 대상에 대해 터무니없는 긍정성을 느낄 때가 많다. 그녀의 감각의 정도와 폭은 남다르다. 그래서 괴리감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작가는 대부분이 느끼는 서정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이점 때문에 작가의 그림은 묘하다. 그녀만의 색안경으로 본 세상의 모습을 그려낸다.

쑨지_Miami Beach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9
쑨지_My Favorite Part of The Day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경쟁하지 않는 그림 ● 요즘 미술작가에 대한 인식은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감각에만 몰두하는" 회화작가는 부정적으로 인식될 때가 많다.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 때로 그렇지 않음에도 온갖 지식과 사유의 냄새가 풍기도록 치장하는 경우도 많다. 때론 평론가들도 이에 협조하며 작가의 작품을 윤색해주는 존재로 전락하기도 한다. ● 쑨지는 작품에 회화의 조형성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에 이르러 시각예술가는 굉장히 여러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각예술가의 고유성이 흐려지고 장르의 밀도가 낮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작가는 미술매체 중 가장 전통적인 회화라는 장르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고, 그림의 조형성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요즘 보기 드문 회화의 정통성에 기대는 작가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미술계의 상황을 무시한 채 작가는 순수하고 바보같은 노력을 지속하는 셈이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회화를 통해 작가 고유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고단한 일이다. 긴 역사를 가진 만큼 회화는 견고하게 언어화되어 있고, 극도로 미세한 감각을 요구한다. ● 쑨지의 그림은 음악에 가깝다. 음악은 보다 직관적이다. 작가의 작품은 설명으로 이해하기보다 직관에 의존해야 할 때가 많고, 언어적 의미보다는 감각을 따라 작품을 보아야만 한다.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이 글 좀 해석해주시겠습니까?" "해석이요? 그냥 글자예요." "압니다. 어디 글자죠? 어디에서 따온 겁니까?" "모르겠어요. 음악가에게 음표는 어디서 따오는지 물어보시죠. 당신들은 어디서 말을 따오죠?" ● 나는 그림이 완전한 소통이 가능한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독재자다. 학문처럼 논리적 증명의 의무가 없고, 음악이나 연극처럼 여러 사람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통용되는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림은 어느 매체보다도 자유롭고 방대한 표현이 가능하다. 때로 정확한 표현은 완전한 소통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감동의 영역에서 완벽, 또는 정확은 때로 부정확한 소통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한 소녀가 첫 독주회에서 떨리는 손으로 건반을 치다가 긴장이 풀리면서 굉장한 연주를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그런 장면은 상상만으로 감동을 자아낸다. 처음부터 완벽한 연주와 견주어볼 때 또 다른 더 큰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모든 가능성을 얼어둔 채,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좋은 묘한 감각을 찾는 행위이다.

쑨지_One Spring Da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9

내 삶과 주변을 긍정성으로 가득 채우는 일 ● 쑨지는 예술과 삶을 동일시한다. 삶을 예술화할 수 있다면, 풍부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긍정성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림(예술)이 가득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다. ● 작가는 밝은 생각, 밝은 태도를 지향하고 부정적 시선을 거부한다. 사회 정치적인 무겁고 진중한 것만을 예술의 화두로 여기거나, 부정에 대해 비판을 부르짖는 것이 예술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하다. 그녀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에서 예술의 화두를 찾고, 부정속에서도 긍정을 보고 긍정성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예술적이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희망과 가능성을 믿기 힘들어졌고, 부정성이 팽배해졌다. 사람을 올바름으로 움직이는 말은 부정형보다는 긍정형문장이 효과적인 것이 정설이다. 그것처럼 아름다운 사회는 어둠을 제거하기보다는 밝음이 더 커지면서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 ●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릴 수 있다. 반면에 긍정의 힘을 믿는 한 개인이 온 세상을 밝힐 수도 있다고 믿는다. 예술가는 이러한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 쑨지는 사회, 정치를 긍정적이게 하는 것은 개인의 소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작가는 중언부언한 사회적 발언보다는, 나 자신부터 올바름에 대한 엄격함을 가지며, 주변을 긍정성으로 가득 채우려는 노력이 곧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라 말한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풍경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삶의 곳곳에서 행복과 긍정성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 박종찬

Vol.20190606f | 쑨지展 / SOONJI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