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가깝고도 먼

장현주展 / JANGHYUNJOO / 張炫柱 / painting   2019_0612 ▶︎ 2019_0625 / 월요일 휴관

장현주_가까운1_장지에 목탄, 분채_190×121.5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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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61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아트비트 갤러리 ARTBIT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74-13(화동 132번지) Tel. +82.(0)2.738.6699 www.artbit.kr

장현주의 시들지 않는 꽃의 풍경에 관하여 ● 장현주 작가와 나는 수년째 만나고 있다. 자주 통화하고 자주 만나고 함께 여행도 한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장현주 작가와 나는 함께 전시를 준비한다. 나는 그녀와 같은 곳을 보고 함께 길을 걷는 친구나 동지 같은 큐레이터이고, 그녀는 나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예술가이다. ● 나는 이론서나 잘 정돈된 전시회에서 보다 작업 중인 거친 상태의 작품이나 작업 과정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작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나의 시선으로 읽어보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나의 직업의 일부이자 전부이다. ● 장현주 작가와 나는 그녀의 작가 이력 맨 끝자락에 표기된 2009년 국립광주박물관의 탐매探梅 전시에서 처음 만났다. 역사적인 매화의 조형적 의미와 지금도 여전히 예술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예술로서의 매화에 관한 전시였다. 국립박물관에서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전시였다. ● 작가와 나는 내가 해남에서 일을 하면서부터 더욱 자주, 거의 일상적으로 만났다. 그때 나는 위로가 필요했다. 사랑의 슬픔은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말처럼 일로 인한 슬픔도 새로운 일로 잊혀진다. ● 2016년부터 나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한 축을 일으키는 일에 빠져있었다. 동시대 예술의 시각에서 수묵이란 지나간 회한이고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라고들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막을 올린 수묵비엔날레 이후 그런 이야기는 사라졌다. 오히려 수묵의 예술적 가능성은 넓고 깊어지고 미래 담론은 늘어나고 과제도 늘었다. 장현주 작가의 오늘 이 개인 전시도 수묵의 회생을 증명하고 있다.

장현주_가까운3_장지에 먹, 목탄, 분채_130×76cm_2019
장현주_가까운7_장지에 먹, 목탄_127×76cm_2019
장현주_먼1_장지에 먹, 목탄, 분채_150×107cm_2019

풍경 1. ● 장현주 작가와 나는 가깝고도 먼 풍경을 함께 겪었다. 지난 이월 어느 날 문득 해남에서 작가와 나는 눈과 얼음에 갇혀 있는 꽃봉오리를 보았다. 그리고 긴긴 그 겨울밤 곧 피어날 꽃과 그 꽃의 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보다 몇 해 전 작가와 나는 동백과 매화가 함께 피는 계절에 더 이상 원 없이 꽃을 보았다. 그리고 이듬해 함께 홍콩에 가서 커다란 전시장을 가득 메운 수 천 수만의 그림 꽃들을 보았다.

장현주_먼2_장지에 먹, 목탄, 분채_78×142cm_2019
장현주_먼7_장지에 목탄, 분채_97×67cm_2019

풍경 2. ● 작가는 수년간 꽃 대신 그늘진 풀을 그렸다. 뜨거운 마당에 옥상에 주차장에 20m가 훌쩍 넘는 긴 한지를 펼쳐놓고 몸으로 그렸다. 관상하는 특별한 어떤 '꽃'이 아닌 지천에 널려 이름조차 의미 없는 풀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장현주의 풀의 그림자는 가벼운 바람에 산들산들 움직이고 그 안에 온갖 생물을 키워 풀벌레들이 작은 소리로 노래했다. 풀냄새가 향기로웠다. 2017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 「풀의 그늘」이다. 장현주 작가의 「풀의 그늘」 시리즈는 그 해 깊은 인상과 긴 여운을 남겼다.

장현주_먼8_장지에 목탄, 분채_98×67cm_2019
장현주_먼9_장지에 목탄, 분채_100×69cm_2019

풍경 3. ● 장현주 작가의 이번 전시는 꽃의 폭죽이다. 그러나 자연의 풍경은 아니다. '시들지 않는 꽃'의 풍경이다. 수 백 년을 살아온 커다란 고목도 겨울이면 모든 잎을 떨구고 긴긴 동면에 들어간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있음도 아닌 그저 정지된 상태로 추위를 견디는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어디선가 미세한 꼼지락거림이 있어 어느 날 살짝 나무의 단단한 외피를 뚫고 나오는 돌기가 생긴다. 그 돌기는 천천히, 천천히 몸을 키워 어느 날 폭죽이 터지듯 자신의 존재가 '꽃'이었음을 밝힌다. 그 작은 꽃은 자신의 몸 안에 또 다른 수 백 년 된 나무를 품고 있다. 또 다른 미래를 품고 있는 작은 꽃, 그것이 제3의 꽃, 제3의 풍경이다. 수묵 꽃이다. 오늘 장현주 작가의 시들지 않는 꽃의 풍경이다. ■ 이승미

Vol.20190612e | 장현주展 / JANGHYUNJOO / 張炫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