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VE, 그려지는 대로 그리고 그리다

함명수展 / HAMMYUNGSU / 咸明洙 / painting   2019_0627 ▶︎ 2019_0707

함명수_Alive_캔버스에 유채_126.8×91cm_201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626g | 함명수展으로 갑니다.

함명수 블로그_http://hammyungsu.com/

초대일시 / 2019_0627_목요일_05:00pm

2019 Art Chosun On Stage Ⅱ 조선일보 미술관 기획展

주최 / 아트조선_조선일보 미술관 주관 / ㈜조선교육문화미디어_조선일보 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5:00am

조선일보 미술관 CHOSUNILBO ART MUSEUM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33 Tel. +82.(0)2.724.7832 art.chosun.com

ALIVE, 그려지는 대로 그리고 그리다. ● 함명수는 붓질로 이 세상을 수없이 그리고 그린 작가이다. 함명수는 세상을 그리는 데 있어서 대상을 관찰하고 자신만의 회화로 환원하는 과정, 즉 작품을 제작하는 진지한 태도가 남다른 작가이다. 그 중심에는 항상 붓질이 존재한다. 작업실 한구석에 놓인 붓 통에 수북하게 꽂힌 많은 붓들을 보면 작가가 그동안 찾아 헤맸던 '회화의 본질'과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 그리고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때까지 닳고 닳은 작은 붓들을 보면, 한평생 '회화의 본질'을 찾아 천착해 온 작가의 고된 수행(遂行)의 흔적이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외길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붓끝이 세상의 끝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끝이 동시대 예술, 혹은 작가의 내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자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 함명수의 회화를 논하기 전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붓끝으로 바라본 세상 읽기와 빈 캔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채워나가는 긴 '숨고르기'가 숨겨져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함명수는 그동안 많은 대상을 그려왔다. 도시풍경, 꽃과 잡초, 달항아리, 촛불, 채석강 등 다양한 현대사회의 이미지를 그리며 '회화의 본질'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상을 바라본 작가의 고즈넉한 시선으로 자신만의 회화를 추구해왔다. ● 특히, 그중에서도 '면발풍경'으로 많이 알려진 도시풍경은 그의 회화론에 있어서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도시 전체를 동시대의 사회문제로 비판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마치 유기체처럼 살아있는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 이 도시풍경은 처음부터 작은 붓으로 그리지 않고 분류하듯이 큰 붓으로 먼저 그리고 그 붓질을 점점 작은 붓질로 세분화하면서 채워나가고 있다. 이 붓질들은 일필휘지로 그린 것이 아니라서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모르지만,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차원의 붓질들이 모여 도시를 포장하고 회화만 존재하도록 표현한 것이 작가의 의도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큰 붓질에서 작은 붓질로 점점 세밀하게 들어가는 작업과정은 어찌 보면 붓질의 리듬을 잃지 않고 캔버스 전체를 그리기 위해 작가가 선택하는 표현방식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 또한, 이 도시풍경을 자세히 보면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가족과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붓질로 풀어가는 자신만의 회화론에 몰두하기 위해 불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과감하게 제거한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굳이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이미 붓질에는 불편하게 흔들리는 현실, 부조리한 사회구조, 불안하게 살아온 현대인들의 단상들이 모두 이 붓질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그린 도시풍경인데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왠지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유이다.

함명수_Alive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9
함명수_Alive_캔버스에 유채_259.1×193.9cm_2019

함명수는 최근까지 면발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도시를 그린 것은 아니다. 이 도시풍경은 그동안 '회화의 본질'을 찾아 수없이 그린 드로잉과 실험의 결과일 뿐, 작가가 추구한 회화론 전체를 모두 대변하지 않는다. 최근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도시는 모두 사라지고 자유로운 붓질만 존재하는 'ALIVE' 작품이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작품들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 이유는 대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동안 제작해 온 모든 작품을 지배하는 붓질과 지금까지 수없이 그린 드로잉에서 그 흔적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붓질을 추적하다 보면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붓질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 이 붓질은 회화의 본질 그 자체이다. 이제 대상은 필연(必然)에 의해 부수적으로 차용된 이미지일 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회화론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이미 붓질 그 자체가 실체(實體)와 비실체(非實體)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경계의 틈을 열고 그 경계에 존재하는 예술의 가치를 찾는 열쇠처럼 화면을 채워나가는 동시에 비우고 있기 때문에 대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려지는 대로'였다. 이 말은 현실과 예술과 자신의 카테고리 안에서 회화의 본질을 애써 찾으려고 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자기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던 붓질, 혹은 그리는 행위 자체로 되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 사실 작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현실에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보고 듣고 느꼈던 시대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많은 작가가 그렇듯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를 단순하게 차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회화가 시각예술이기 때문인데 어쩔 수 없이 이미지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그리는 회화의 본질 자체가 이미지에 묻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미지는 내 것이 아니라 이 세상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차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 함명수는 처음 붓을 들었던 원점으로 다시 회귀(回歸)하면서 회화의 본질을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더욱 깊이 고민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려지는 대로' 그리는 과정에서 원초적인 붓질로 화면을 채워나가는 동시에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긁기'라는 새로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긁기 방식은 붓질과 달리 거꾸로 물감을 걷어내는 반복적인 행위이다. 붓질이 존재를 찾기 위해 그린 것이라면 긁기는 캔버스 바탕에 숨겨진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물감을 걷어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함명수_Alive_캔버스에 유채_320×120cm_2019
함명수_Alive_캔버스에 유채_320×120cm_2019_부분

이처럼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자유로운 붓질과 그동안 수없이 그렸던 붓질만큼 물감을 걷어내는 긁기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천천히 보고 있으면 밀려오는 중압감에 휩싸여 숨고르기를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진다. 그것은 작가 스스로가 전체적인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긴 숨을 조절하며 화면을 채워나가는 작가의 작업태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 이렇게 그리는 행위에 집중한 결과, 화면 전체를 처음 감정 그대로 유지하며 일필휘지할 수 있었던 것은 끝없이 존재를 찾아 수없이 그린 행위의 결과인데 이 중심에는 작가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행위 자체에 존재하는 시간성이 존재한다. 일정한 붓질은 시간을 초월하는 무시할 수 없는 감동으로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한 예술세계를 열고 있다. 겹겹이 축적된 유기적인 붓질은 대상이 아닌 또 다른 생명과 영원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기억의 편린(片鱗)을 담아냈다. ● 단면적으로 보면 평면 캔버스와 붓질, 긁기의 행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경계의 미학은 모두 물감층과 연결되어 있다. 물감층이 회화의 본질이라고 가정해 볼 때, 붓질과 긁어낸 흔적은 모두 물감층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요철(凹凸)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화의 본질, 즉 물감에 모두 기인하고 있어서 다르지만 같은 존재로 읽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최근 긁는 작품들을 보면 자신이 그동안 천착해온 회화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긁기는 그동안 수없이 그린 붓질의 한계를 뛰어넘어 종이가 찢어질 때까지 그린 습작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려지는 대로'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긁게 된 것인데 이 방식은 또 다른 실험으로 이어진다. 번진 물감의 흔적에 종이를 뜯어낸 거친 표현은 재료의 물성을 파헤치는 새로운 시도로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그리는 행위의 연장으로 풀이된다. ● '그려지는 대로, 그리고 그린다.' 는 함명수의 작업태도와 작품경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인데, 그것은 회화의 본질과 그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표현한 'ALIVE'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깊이 있게 성찰한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함명수가 평생, 예술의 존재를 찾고자 했던 해답은 사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끊임없이 그려온 붓질 자체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무한적으로 반복하고 해체하다 보면 결국 모두 사라지게 되는데 그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시간뿐이다. 이 시간이야말로 유일한 존재의 단위이며 시간이 없으면 모든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시간이 곧 존재이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데 붓질, 긁기는 이미 회화의 중심에 있는 기본 단위이며 동시대의 유행에 따라 현대 미술 담론으로 굳이 접근하지 않아도 모든 행위에 고유한 존재의 의미와 시간성을 내포하고 있다. ● 그동안 작가가 풀어냈던 대상과 이미지, 재료와 물성, 반복적인 행위와 시간성은 한마디로 '그려지는 대로'에 모두 귀결(歸結)된다. 존재 자체가 하나로 연결된 이 행위는 작가의 삶과 닮아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이 늘 앞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반대로 자신의 바로 뒤에 있는 것을 모른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자신과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또 다른 자신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부메랑처럼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자신의 본모습이다. ● 예술을 창조하는 작가들은 한 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인데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이 한 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시대의 이면에 숨져진 진실을 추적하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고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인고의 세월 속에 탄생한 작품들은 시대의 거울과 같은 창조물로서 시대가 자신들을 외면해도 예술가가 절대 세상을 버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앞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이 세상을 여는 자신만의 열쇠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고 혼자 용기 있게 간다는 것이 외롭고 힘들겠지만 사회로부터의 외면과 고립,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이 예술가들에게 이런 혹독한 시련을 겪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미술적 담론을 굳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진정한 예술가들로서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 처음에 그었던 붓질의 시작점이 바로 존재의 시작이며 이 붓질이 어디까지 그을지 모르지만, 붓질을 하는 시간만큼 긴 숨을 쉬고 고즈넉한 시선으로 세상을 끝까지 바라보기를 기대해 본다. ■ 김민기

함명수_Alive_종이에 먹_40×30cm_2018

조선일보미술관기획 2019년 Art Chosun On Stage Ⅱ _ 함명수 초대전 _ 『ALIVE, 그려지는 대로 그리고 그리다』를 개최한다. 2019년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꼬불거리는 기법, 다채로운 채색에서 벗어나 자유롭지만 일관성 있는 그의 즐거운 노동이 담겨 있는 신작 ALIVE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 붓의 터치만으로 도시, 폭넓은 오브제를 그리던 함명수 작가의 지난 작업은 시각적 회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근작에서는 긁어내고 덜어내면서 화면을 채워나가는 드로잉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둘 수 있다. 반복적으로 선의 생성과 소멸로 화면 전체를 일관성 있게 담은 함명수 작가만의 장점이 돋보인다. ● 함명수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그려낸 이미지가 사이프러스 또는 불이 타오르는 형상처럼 드러나지만 긁어낸 자국(비워진 자리)을 따라 끝을 찾으려 하는 것이 미로에서 길을 찾아서 가는 것 같다. 병상에 있으면서 그는 작업 노트에 수많은 드로잉으로 그리기에 대한 욕구를 풀어냈다. 그에게 있어서 존재론적 의미를 담은 드로잉 작업과 결코 다르지 않은 대형 사이프러스 이미지에 색이 입혀지고 긁어내면서 작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고 말한다. ● "그려지는 대로 그렸다." 6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반응이 좋았던 작업을 멈추고 작가가 살기 위함, 그리고 싶은, 그려지는 대로 그린 신작은 그를 기다려준 관객들에게 6월의 선물 같기도 하다. ■ 조선일보 미술관

Vol.20190627b | 함명수展 / HAMMYUNGSU / 咸明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