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무게와 바람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 Beyond the Weight of the Oriental Ink and the Lightness of the Wind

정광희_표인부展   2019_0629 ▶︎ 2019_092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704_목요일_04:00pm

주최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기획 / 박현화(무안군오승우미술관장)

관람시간 / 09:00am~05:30pm / 월요일 휴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4 museum.muan.go.kr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을 친숙하게 둘러싸고 있는 자연, 타자, 사물 등 여러 대상들과의 관계와 현실에 대한 의식・무의식들을 반영하며 매일 살고 있다. 이처럼 주어진 것 많은 것들을 우리는 몸과 정신에 두르고 때로는 거울삼아 때로는 방패삼아 싸우고 반추하고 사랑하고 슬퍼한다. 계몽주의는 이러한 오만가지 인간과 관계된 소여들을 인식하고 규정하는 척도를 만들어 인간의 역사는 끝없이 발전되고 진화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랭보가 했던 유명한 "나는 타자이다 Je est un autre"라는 말이 데카르트의 절대적 이성과 신념의 지평들을 뒤흔드는 시대이다. 주체는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믿었던 지점에서 출발하여 가장 먼 지점의 타자에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동안 발견한 수많은 틈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 이번 전시는 각각 서예와 서양화에서 출발했지만 먹(혹은 아크릴), 한지 조각을 그림의 재료로 사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 곧 추상적 행위에 몰입하고 있는 정광희・표인부 두 작가를 초대하여 『먹의 무게와 바람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라는 주제로 자아와 타자의 틈 사이에서 번민하며 그 무한한 여정에서 얻은 사유의 깊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정광희_자아경(自我經)-자아경(自我鏡)_한지에 수묵_300×1300cm_2016~
정광희_자아경(自我經)-자아경(自我鏡)_한지에 수묵_300×1300cm_무안군오승우미술관_2016~
정광희_자성의 길2_한지에 수묵_116.8×91cm_2018
정광희_자성의 길6_한지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9
정광희_자성의 길7_한지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9

정광희 / 가독적(可讀的)인 그리고 난독적(難讀的)인 ● 정광희 작가는 원래 서예를 통해서 그림에 입문했다. 그런 만큼 서예, 곧 칼리그래피가 그림을 뒷받침하는 중추가 되고 있지만, 서예와 그림이 구별되지가 않는다. 마치 서화동체라는 말을 실천하고 증명이라도 하듯 그림으로 확장된 서예 내지는 서예 속에 함축된 그림과 같은 서예와 그림 간의 상호내포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서예를 의미로 보고 그림을 이미지로 본다면, 의미와 이미지, 의미와 형상, 텍스트와 그림 간의 상호 긴밀한 경계 넘나들기가 꾀해지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읽을 수 있는 텍스트와 읽을 수 없는 텍스트, 가독적인 텍스트와 난독적인 텍스트, 가독성과 난독성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도 하다. ● ... 텍스트가 있고, 작가는 그 텍스트를 읽을 수 없는 텍스트로 만들었다. 그렇게 읽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가독이나 난독과는 상관없이 텍스트는 분명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처럼 읽을 수 없는 텍스트는 무슨 의미인가. 여기서 아는 것 잊어버리기 그리고 인식으로부터의 자유(그리고 형상과 대상, 생각과 관념에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신)와 같은 작가의 주제의식이 도움이 되겠다. 어의(語義)에 사로잡히지 말 것. 어의는 사물대상을 한정하는 인식론적 감옥이고 틀이다. 어의를 그 인식론적 감옥이며 틀에서 해방시키는 것, 어의 바깥에서 사물대상을 보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사물대상 자체를 보는 것 아님 읽는 것 아님 느끼는 것, 그러면 사물대상 자체가 비로소 열린다. 작가의 화면에 나타난 읽을 수 없는 텍스트는 바로 이런 지경이며 차원 곧 항상적으로 이행중인 의미, 열린 의미, 끊임없이 재생되고 갱신되는 의미가 생성되는 장을 열어놓고 있었다. (「텍스트, 가독적인 그리고 난독적인」 중에서 발췌) ■ 고충환

표인부_가변크기_설치_2019
표인부_바람의 기억 4_캔버스에 종이_190×150cm_2016
표인부_바람의 기억 3_캔버스에 종이_190×150cm_2017
표인부_바람의 기억 1_캔버스에 종이_190×150cm_2016~9
표인부_바람의 기억 12_캔버스에 종이_190×150cm_2016~9

표인부 / 기억의 소환과 외부 세계의 본질 찾기 ● 채색되어 잘게 잘린 한지 조각들이 결을 이루며 꿈틀거린다. 언뜻 보면 바람결에 세차게 소용돌이치는 들판 같기도, 때로는 붉게 물든 해름참의 하늘같기도 한 바람의 형상은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표인부는 2012년 뉴욕에서의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작업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형태와 색이 버려진 기존의 풍경 시리즈는 새로운 형식의 변화를 맞게 되는데, 작가는 종이 위에 조각낸 한지를 부착하는 기법을 시도하며 실험을 단행한다. 처음에는 바다 위의 섬과 같은 형상성을 띠다가 점점 종이의 파편만이 반복되는 형태로 바뀌고, 화면에 동적인 결을 주어 특유의 조형성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기성의 색한지가 지니는 표현의 한계로 인해, 작가는 직접_한지에 아크릴채색_물감으로 색을 입혀 더욱 풍성한 화폭을 만들어낸다. ● 7년 째 이어지고 있는 「바람의 기억」 연작에서의 방법론이라 함은 일종의 상징화이다. 계절에도 각기 그 체취가 있는 것처럼 기억으로 명명되는 삶의 흔적을 다시금 유추해내고, 더불어서 그러한 흔적에서 내 삶을 투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표인부는 작업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머무르지 않은 바람처럼 왜곡되고 흐려지는 개개의 기억들은 각기 다른 특정한 색으로, 움직이는 대기의 결로 표현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폭넓은 사유를 이끌어낸다.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표인부의 작품세계」 중에서 발췌 편집) ■ 고영재

Vol.20190629c | 먹의 무게와 바람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정광희_표인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