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을 노닐다

화첩기행 : 2019탐라순력도展   2019_0629 ▶︎ 2019_0829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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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민병권_박능생_신미정 오민수_유창훈_이성종_이창희

기획 / 오민수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기획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산지천갤러리 SANJICHEON GALLERY 제주도 제주시 중앙로3길 36 Tel. +82.(0)64.725.1208 sjcgallery.kr facebook.com/sanjicheongallery

옛 삶의 흔적과 오늘이 마주치는곳, 산지천을 그리다 ● "이번 행차는 참으로 기록할 만하다" ● 1702년 한해 동안 제주도 각 고을을 순시한 제주목사 이형상은 기록할 만한 여러 장면을 그림으로 담게 하여 채색화첩 「탐라순력도」를 만들었다. 지방관에 의해 제작된 회화는 지역의 지리정보를 기록하는 동시에 제주도의 고유한 풍습과 특수한 환경을 남겨 해당 지역을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 임지를 홍보하는 효과 또한 갖고 있었다. 회화식 지도와 실경산수화 등 양식적 요소도 고루 갖추고 있어 당대 미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회화사 자료로 남아있다. 그러나 한편,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의 시선, 육지에서 섬을 바라본 시점이 반영되어 있어 대상화된 제주, 이질적 공간과 문화를 바라보는 응시와 관찰의 시선이 남아 있기도 하다. ●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왜구 침략에 대비한 군사방어의 역사, 육지와 멀리 떨어져있는 이유로 유배지로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섬은 작은 대륙이고, 대륙 또한 거대한 섬일 뿐, 시작도 끝도 없는 둥근 지구에서는 어느 곳이든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는 고립된 제주의 역사를 열어 주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탐라순력도는 어떻게 기록될 수 있을까. 제주를 사랑하는 7인의 작가가 모여 '2019 탐라순력도'를 준비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곳은 산지천이다.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이 있어 닫임과 열림이 늘상 반복되는 이 곳에서, 산지천의 역사를 살펴보고 두 발로 거닐어 사생하며 제주의 어제와 오늘이 반영된 입체적인 시각을 화폭에 담았다. 7인의 작가와 함께 오늘날의 산지천 화첩기행을 떠나보자.

민병권_산지천 풍경_화첩에 수묵_45×700cm_2019
민병권_산지천 풍경_화첩에 수묵_45×700cm_2019_부분

민병권은 수묵의 깊이 있는 표현과 채색의 사실적 자연미를 조화롭게 구사하며 한국의 실경을 화면에 담아왔다. 오랜 세월 산수화를 그려오면서 중요하게 여겨왔던 계절적 감각을 고수하며 비형상으로서의 자연 이미지를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이번 화첩 작업에서는 길게 이어지는 화폭 안에 전통의 필묵기법으로 산지천 풍경을 담고, 주변의 인상적인 풍경 조각을 함께 전시하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산지천의 모습을 선보인다.

박능생_산지천
박능생_산지천을 거닐다_두방지에 수묵담채_23×20cm_2019

박능생은 수묵화의 전통 기법과 현대적 표현 방법을 혼용하여 현대인의 삶이 반영된 도시와 산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사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억의 재편집을 통한 화면 구축을 통해, 한 화면에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확장된 리얼리티를 추구하며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주의 대자연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게끔 만드는 점프하는 사람, 그리고 산지천, 동문시장을 거닐며 마주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 산지천을 노닐던 작가의 보폭과 호흡에 동참할 것을 유도한다.

신미정_산지천_디지털프린트_21×38cm_2019
신미정_출향(出鄕)_단채널 영상, 사운드_00:13:03_2018_스틸컷

신미정은 한국의 근현대사 속 타자화된 개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영상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시 출품작 「출향 出鄕」은 제주 출생의 해녀 양순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숙명처럼 되물림 된 해녀의 고된 삶은 일제, 전쟁, 산업화라는 역사와 맞물려 있다. 개인사로 그칠 수만은 없는 해녀의 삶을 담담한 영상으로 조망한다. 이와 함께 바다를 끼고 있는 산지천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같이 전시한다.

오민수_산지천을 노닐다_화첩에 수묵_가변설치_2019
오민수_산지천-동자복_화선지, 한지에 수묵_158×43cm_2019

오랜 시간 도시에서 생활했던 오민수는 유년 시절을 보낸 제주에 돌아와 작업 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보게된 제주의 풍광을 수묵과 채색으로 담아왔다. 사람과 자연 사이의 정신적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산수화를 그리며, 자신이 머물면서 체험했던 제주의 풍경을 작가적 시선으로 해석하여 재구성하였다. 이번 출품작 「동자복」은 산지천과 동자복의 그림이 교차되어 모호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있는 산지천의 실상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산지천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창훈_제주여름바다, 한라산
유창훈_산지천전경도_화선지에 수묵담채_136×34cm_2019

유창훈은 제주바닷가와 한라산 골짜기를 수없이 누비며 제주만의 독특한 지형과 장대한 경관을 큰 화폭에 담아왔다. 제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표현력으로 관람자에게도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작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산지천 원도심 일대이지만 이번 전시 답사를 통해 새로운 풍경을 포착한다. 산지천포구에서 바라본 제주여름바다의 야경과 동문시장의 높은 건물 위에서 바라본 산지천의 전경을 수묵담채로 따스하게 담아냈다.

이성종_서부두에서_한지에 혼합재료, LED_35×68cm_2018
이성종_산지천 용진교에서_드로잉북에 붓펜_30×21cm_2019

이성종은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길 때 더욱 선명해지는 제주 풍경의 잔상을 한지 위에 혼합기법과 LED를 사용하여 빛을 품은 어스름한 밤 풍경을 표현하였다. 작가에게 있어 제주도의 풍광은 눈을 감아도 보일 만큼 삶 속에 있는 것이다. 포구에 정박한 배들 사이로 떠오르는 보름달과 멀리서부터 일렁이며 다가오는 파도의 너울이 은은한 빛을 타고 차분한 심상의 세계로 이끈다.

이창희_제주성_화선지에 수묵_33×112cm_2019
이창희_제주표정, 돌담

이창희는 자연 그 자체인 제주 돌담을 화폭에 담고 있다. 제주도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길게 늘어진 돌담 속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잘 활용하는 제주민의 지혜와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져있다. 차곡차곡 자연스레 쌓인 돌담은 제주의 미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화폭에 담아 검고 거친 돌의 질감과 돌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는 돌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 제주도와 산지천의 어제와 오늘을 화폭에 담는 작가들의 시도는 단순히 장소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일이다. 지난 세월의 변화와 역경 속에서도 마침내 살아남은 문화와 자연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것은 작업에 담아내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일정 기간 동안 제주에 머물며 동행했던 7인 작가의 화첩기행이 만든 2019 탐라순력도 역시 "참으로 기록할 만하다"고 여겨지길 바란다. 또한 우리가 함께 걸으며 마주했던 오랜 세월을 지켜온 산지천의 나무와 담장처럼 산지천 지역 또한 생동감있는 삶의 터전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 추희정

Vol.20190629f | 산지천을 노닐다-화첩기행 : 2019탐라순력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