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OUT

인사이드 아웃展   2019_0703 ▶︎ 2019_092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가을_김안나_김원진_김찬미_류은미 림유_박진아_박현철_오승언_이경민 이규진_이우수_이채은_임혜지_최원규

기획 / 강효연(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장) 주최,주관 / 수창청춘맨숀 후원 / 대구광역시_대구현대미술가협회

관람시간 / 10:00am~09:00pm

수창청춘맨숀 대구 중구 달성로22길 27 Tel. +82.(0)53.252.2566~70

2015년도에 월트디즈니사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의 타이틀이기도 한 'Inside Out(인사이드 아웃)'은 '안팎을 뒤집어'란 뜻으로, 겉과 속을 뒤집어 감춰진 내부를 혹은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미적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물론, 여전히 작품의 주제이자 표현의 한 부분으로 소개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게 묘사되고, 터부 시 될 수 있는 제재이기에 은근히 가까우면서도 먼 이야기 같았다. 다시 말해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이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내용일 수 있는데 대중의 관심을 받기에는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 20세기 현대미술은 미술의 형식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이 두드러지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 느끼는 심리적인 부분이 표현되고 조명을 받기도 했다. 특히 19세기 말 상징주의의 탄생이 사회의 급진적인 변화 속에서 상상계로의 정신적 피정을 의미한다면, 20세기에 등장한 표현주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심리에 주목했었고, 초현실주의는 현실과 몽상이 중첩된 새로운 리얼리티를 탐구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렇다면 지금 21세기에 젊은 작가들을 통해서 그들이 보여주는 인간 내면의 모습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특히 이전의 미술사에서 소개된 것과는 다르게 시대적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과학의 발달은 작가들이 작품을 구현하는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15명의 출품작가는 'Inside Out(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주제로 겉과 속을 뒤집어 보이게 하여 감춰진 내부의 아름다움을, 혹은 인간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법론적 제안으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겠다. 첫 번째로 김원진, 박현철, 최원규는 심리적 갈등을 추상적이면서 입체적인 설치작품으로 묘사한다. 독일의 미술사가 빌헬름 보링거에 의하면 "감정이입 충동의 전제가 인간과 외부 세계 현상들의 행복한 범신론적 신뢰의 관계라면, 추상의 충동은 외부 세계의 현상이 인간 내면에 초래한 커다란 내적 불안의 산물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위 작가들의 시도는 연관되는 지점들이 있다. ● 기억의 자취를 쫓으며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김원진은 전시장 바닥에 책판형 크기의 조각들을 넓게 펼쳐 놓고, 그 중심에서 천장까지 수직으로 올라간 구조물 형태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2년 동안 모아둔 기록물을 태운 재를 석고, 밀랍과 함께 책판형의 크기로 떠낸 것으로 서로 다른 높이의 책판형들을 바닥에 펼치고, 다시 깨지고 부서져 파편화된 형태로 설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층 한층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가는 기둥이 있는데 이는 인간이 간직해야 할 그 무엇, 다시 말해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면서 자신을 이루는 중심으로 보인다. 김원진은 이 작품을 통해 기억이라는 연약함, 바로 그 한계와 불명확함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자신을 유지하고 존재하게 하는 삶의 본질에 관해 묻는 것으로 기억이란 공간을 추상적으로 연출한다.

김원진_The Depth of Distance(깊이의 바다)_ 기록물 태운 재, 밀랍, 석고(Ashes of Books and Documents,Beeswax,Plaster)_ 가변설치_각 22.5×15.2×Xcm(책판형 크기)_2017~9

가죽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 대상을 추상적인 형태로 구축하거나 파편화시키는 박현철은 이번에는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피조물을 만들었다. 동물 가죽을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는 분명 생명체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한다. 동물의 가죽이 단순하게 껍데기로 비칠 수 있지만, 이는 개체를 이루는 근원에 관한 물음이다. 특히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조형물을 통해 전달하려는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움직이는 조각, 키네틱 아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기계적인 움직임이나 시각적 변주가 아닌 조각의 범주에서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길 바란다. '동물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란 말이 의미하는 것과는 다르게 살아있음을 형상화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표피 바로 가죽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다시금 가죽에 생명을 불어넣듯 바람을 불어넣고, 살아있는 우리에게 생의 의미를 미세한 숨의 한 자락을 통해 보고 느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박현철_egg_가죽, 왁스_200×200×200cm_2018

이어, 인간의 모습을 추상적인 조형물로 형상화하는 최원규는 공간 속에서 자아를 드러낸다. 전통 가옥에서 기둥으로 사용되었던 폐건축자재를 그대로 가져와 전시 공간에 매달고 세워 설치했다. 그리고 그 기둥 사이로 건축 재료인 우레탄 폼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흘러나오고, 파란색 조명등을 설치해 동굴을 연상시키는데, 심리적인 공간처럼 작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 공간설치 작품이라 하겠다. 우리는 사회라는 구조 안에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때론 힘들고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는데 최원규가 살아온 지난 몇 년이 그랬다. 창작의 욕구를 감쳐야 했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집을 지탱하는 축인 기둥은 집안의 가장이자 중심이 되어야 하는 근본처럼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데 막중하고 부담스러웠던 작가의 삶이자 자신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기둥의 틈 사이로 감정의 불순물처럼 뿜어져 나오는 파란색 우레탄 폼은 보통 건축 과정에서 빈틈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감추고 있었던 작가의 감정을 은유한다. 작품은 최원규 자신의 초상화면서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이들, 바로 우리들의 초상이 아닌가 싶다.

최원규_FLOW-the mind gap_목판, 우레탄 폼, LED 조명_750×700×270cm_2019

위 작가들은 존재의 의미이자 생의 의미를 상징적인 대상물들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데 심리적인 요소들이 반영되었다면, 김가을은 대조적으로 추상성을 가지고 있지만, 유기적 형태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려는 듯 인간의 의지를 반영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한국화 전공자답게 긍정적인 추상화로 정신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 전통 문인 화가에게서는 엿볼 수 없는 유기적인 형태와 곡선미를 소개한다. 마블링의 기법으로 물 위에 기름을 띄우고, 우연적인 방식으로 종이나 천 위에 자유롭게 염색되도록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예상치 못한 가능성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천 위에 새겨진다. 그 기운을 담은 천 작품은 천장에 매달려 자연광이 가득한 전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바람과 함께 나부끼는데,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처럼 연출된다. 작가는 공간에 획을 긋거나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주어진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이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길 바란다.

김가을_푸른물결의 빛_판화지에 혼합재료_45×12cm_2019

두 번째로 심리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임혜지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하는 이규진, 그리고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묘하게 드러내는 이채은은 회화, 영상, 설치의 형태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위 작가들은 초현실주의 느낌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심리적인 갈등을 사물 혹은 상징적인 개체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부분적으로 전체를 암시하는 '제유'의 방법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근심, 불안, 두려움은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먼저 임혜지는 바퀴벌레를 본 후 생긴 두려움으로 집착의 근원을 파헤치듯 작품으로 엮어내고 있다. 공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작가를 괴롭히던 바퀴벌레는 순간적인 놀람의 대상을 넘어서 집착과 환상으로 이어지고, 무수히 많은 바퀴벌레의 모습은 작가의 손바느질로 천에 아로새겨진다. 작가는 또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물이나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려주는데 이러한 시도는 현실과 몽상이 중첩된 초현실주의의 표현 방법을 연상시킨다. 작품은 현실과 꿈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이자 삶의 실제이고 진실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집착이라기보다는 작가적 기질로 비추어진다.

임혜지_끔찍한 환상_이불, 검정실_200×210cm_2014

이어, 과거의 기억이자 트라우마를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작가가 있다. 이는 강박적이고 편집증적인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이규진 또한, 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작품화시킨다. 어릴 적 사고로 코피를 자주 흘리게 된 작가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녹여낸다. 작가는 핏자국이나 상처 등의 흔적을 가리는 것이 아닌 극대화하는데, 텔레비전에서 감추거나 가리는 역할을 하는 모자이크 처리방식을 도입해 자신의 드로잉은 물론, 영상 작품에 이르기까지 모자이크를 적용한다. 통상적으로 텔레비전을 통해 보이는 혈흔이나 상처, 시체 등은 일반적으로 가려지고 감추어야 할 대상이지만 작가는 조금 전까지 신체 일부였던 부분에서 피가 난다는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작품 속 모자이크를 반복적인 색채의 움직임으로 변환해 상처 혹은 잘린 부위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트라우마를 재치 있게 극복해내고 있다.

이규진_상처 Txt_애니메이션, 설치_가변설치_2018

이채은은 사회 구조 속에서 작품의 소재를 발견한다.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넘쳐나는 이미지들과 정보들은 작가의 작업 소스가 되는데 특히 장편 소설이기도 한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무지개와 도로시 그리고 털북숭이는 각각 상징적 의미를 담고 회화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설치작품으로도 여기저기 등장한다. 이번 출품작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도로시와 고깔 모양의 라바콘들은 위험, 금지, 주의 혹은 보호를 알리는 표식으로 도시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오브제이다. 이 라바콘은 주의와 보호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듯이 무지개 넘어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라바콘들은 허상과 실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계의 상징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위험 표식을 재치있게 털북숭이로 만들어 전시장 여기저기 세워놓고, 새로운 고깔의 이미지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채은_도시 방랑자 시리즈(A City Drifter Serie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이어, 공간에 '프로젝션 매핑' 영상을 투영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김안나는 현실계와 상상계가 만나는 꿈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따사로운 햇살 위로 예쁜 꽃들이 피어 있고,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 그리고 이내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기도 하는데..., 이러한 풍경은 바깥 풍경이지만 우리 내면에서 상황에 따라 동요되는 감정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상에 사용된 곡은 쇼팽의 연습곡 Op. 25, 1번(Étude Op. 25, No. 1)인데, 이 곡의 다른 별칭으로는 '에올리안 하프(Aeolian Harp)'가 있다. '에올리안 하프'는 창문 앞에 놓여 바람으로 연주되는 악기를 의미한다. 인간의 심리나 감정이란 것이 에올리안의 하프처럼 외부적인 요소인 바람에 의해 연주되듯이 인간 내면의 모습은 외적인 것에 자극을 받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적인 현상으로 내부와 외부의 틈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바로 우리의 내면은 자연풍경을 닮아있음을 역설하는 듯하다.

김안나_Emotional Room_프로젝션 매핑_00:04:30_2019

비물질적 요소인 빛과 음악을 활용해 공간을 연출하고 관객의 참여로 전시를 완성하는 박진아의 설치 퍼포먼스는 소통의 공간으로 의미를 부가한다. 어느 날 친구와 하늘을 바라보다가 별의 색이 무슨 색인지 서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는 파란색 별, 본인은 노란색 별을 이야기하며, 별이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고자 전시장에 다양한 색의 물병을 놓고, 조명에 물병을 교체 설치하게끔 연출해 참여케 했다. 그리고 작가는 직접 기타를 치며 연주를 하는데, 이를 QR코드에 담아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별을 경험하게끔 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도는 실재하는 세상과 이를 이해하는 개개인의 추상적인 생각의 틈을 메우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좁히고 자기 생각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작가만의 표현 방법으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박진아_별은 무슨 색 인가요_전선, 물병_600×1000cm_2016

세 번째로 류은미와 이우수의 영상설치, 림유의 사진 그리고 이경민의 회화는 재현의 이미지를 추상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표현주의적 풍경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류은미는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혹은 어떠한 환경에서의 트라우마를 기억해 내 현실의 풍경을 영상기법으로 기록, 소통한다. 언어는 대화의 수단이지만 모스부호는 교감의 수단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감정들을 표출한다. 특히 라이트 박스의 깜박임이나 야외 풍경이 담긴 영상 작품에서 빛나는 깜박임은 작가가 관람객에게 보내는 수신호이자 작가의 감정이 반영된 풍경화가 된다. 이러한 풍경 사진이나 영상은 우리가 야외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러한 풍경이 조금은 강렬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무의식적으로 얻어진 혹은 어떠한 경험과 연결되는 감정의 근원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작가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나누고자 하는 심연의 고백이자 소통의 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류은미_Seek Our Signal-searcher_혼합재료, 라이트박스_34.7×62×6.5cm_2019

이우수는 오감으로 기억되는 과거의 느낌을 자개경대, 땋은 머리 등과 같은 몇 가지 오브제와 영상물을 통해 기억 속의 장소로 환기한다.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자개경대 앞에 앉아 엄마가 머리를 땋아주시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세월이 흘러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그 시절 엄마와의 추억을 기록한 이 작품은 작가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자 상징적 의미로 자리하게 된다. 전시장 내 땋은 긴 머리카락들은 엄마와의 헤아릴 수 없이 크고 작은 추억이라 말할 수 있겠고, 특히나 엄마와의 특별한 경험으로 상징성을 가진다. 자개경대에 비추었다가 벽에 반사되어 보이는 영상은 어머니가 강둑을 걷고 있는 뒷모습을 기록한 것으로 어머니가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개인사가 반영된 특별한 기억이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억으로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어머니나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주의적인 설치작품은 결국,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누구에게나 간직될 수 있는 소중한 가족사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우수_소실.숨_실, 자개화장대, 프로젝션 매핑 설치_5800×7500×3800cm_2018

림유는 끊임없이 자신이 느끼는 '지금, 여기'라는 장소 혹은 장면들을 중첩해 추상화한다. 내면은 외적인 요소로 형성되고, 어느 순간 자신의 내면과 외면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밀접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부분을 삶의 여정이라는 길 위에서 경험된 추억이면서 때론 사소한 기억이고 자신이 보아온 수없이 많은 이미지로 중첩되어 형태를 알 수 없는 지금의 자신을 의미한다. '지금, 여기'는 바로 자신이 느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인데 작가는 자신을 있게 하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의미를 부정한다. 이는 근심과 불안이라는 심리적 요소가 작용해 만들어진 자화상이면서 이 세상의 풍경이라 하겠다. 또한, 알 수 없는 심연의 세계를 파헤치고자 하는 요구를 전복시키는 것으로 작가는 형상을 추상화하는 것으로 '지금' 그리고 '여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림유_[동시에_To The Hole ; PANIC]_ 디지털 프린팅 이미지, 혼합재료_66×66cm×9_2019

이경민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이 내적 외적 요소로 이루어진 세계라 믿고 감각적인 표현주의 그림을 소개한다. 두려움, 근심, 슬픔, 기쁨, 이 모든 것들은 자기 자신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작가는 삶에 대한 묵묵한 견딤 혹은 겸허하게 대처하는 방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로 영원한 해방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어찌 보면 작가에게 예술은 종교인처럼 삶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수행의 도구이며,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은 일종의 풍경화지만 작가는 작가의 다양한 감정적 요소를 담고 정화를 시도하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아름다운 풍경이나 장소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색채와 붓 자국으로 심리적 풍경화를 그리는데 이는 감정적 대상의 찌꺼기이자 심연의 풍경으로 작가의 진솔한 내면의 세계를 보게끔 한다.

이경민_통과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6

마지막으로 오승언, 김찬미는 사물 즉 대상을 통해 이 세상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풍자한다. 오승언은 천이 잘려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옷이라는 대상으로 소비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외면의 화려함으로 잃어가는 내면의 모습을 강조하고자 몸을 감싸는 천은 없애고, 재봉선만 남겨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 문제를 제기한다. 대중 매체를 통해 연일 소개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화려하고 외향의 모습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이쁘고 화려한 것이 정답처럼 비추어진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 환멸을 느낀 작가는 이미 어릴 적 동화에서 접한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우리의 삶과 선택에 반추하게 한다. 또 다른 출품작으로 종이봉투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그 앞에는 종이봉투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각각의 종이봉투에는 New Artist, Artist, Red Sticker, 등이 쓰여있다. 이는 '작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제작된 작품이다. 이러한 질문은 곧 '작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로 바뀌어 작가로 사는 삶의 태도의 문제를 작품으로 다룬다. 물에 쉽게 젖고, 찢어질 수 있는 종이 가방은 자기와 같은 30대 초반의 신진작가를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봉투 안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겉모습만 예술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어쩌면 젊은 작가의 고민과 근심이 담긴 내용으로 아주 솔직하게 제작된 작품이란 생각이다.

오승언_벌거벗은 임금님_현수막에 디지털 프린트_150×180cm_2019 오승언_Prayer_의류의 재봉선,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9

김찬미는 어릴 때부터 최근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짐을 싸고 푸는 일을 반복해야 했고, 어떤 때는 해포 하지 않은 채 놔둘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포장했던 물건이 어떤 것인지 착각해 찾아 헤매기도 하고, 한때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소장했는데 세월이 흘러 의미를 잃고 잊히게 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물건을 소유하는 것으로 사물과의 관계가 형성되는데 사물은 일상에서 꼭 필요한 물건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때론 이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한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추억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이는 대상을 통해 자신의 외형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지만, 작가의 반복되는 이사로 사물은 그 의미를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의 다른 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작가의 사적인 물건들과 공간은 포장되어 특수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잦은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현상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다중적 의미의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사물을 포장재료로 포장해 감추고, 알고 있는 것과 가려진 것 사이의 긴장감을 통해 진실에 다가서고자 한다.

김찬미_모든 것이 착각이었을지 모른다_의자, 책상, 선반_가변설치_2019

이렇게 『Inside Out(인사이드 아웃)』 전시는 재기발랄한 청년작가들의 무대로 다양한 감정들이 반영된 심리적이고 초현실적인 풍경화이면서 진지한 작가들의 태도와 결과물들로 관람객을 맞이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공감해주길 바란다. ■ 수창청춘맨숀

Vol.20190708e | INSIDE OUT 인사이드 아웃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