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STER

김재인_김충훈_박병준_박수근_박은지_이한별_이철은_임정은展   2019_0710 ▶︎ 2019_0716

초대일시 / 2019_0710_수요일_05:00pm

기획 / 장욱희(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교수)

관람시간 / 10:00am~05:00pm

성신여자대학교 파이룸갤러리 SUNGSHIN WOMEN'S UNIVERSITY 서울 성북구 보문로34다길 2(동선동 3가 249-1번지)

우리는 편견과 판단 속에 살아간다. 상대방의 생김새, 옷차림, 사는 곳 등에 의해 만들어진 편견을 가지고 그 사람을 대한다. 편견은 보통 시각적 판단에 의해 생긴다. 만져보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멀리서만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곧 그 편견이 깨졌던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한다거나, 나와 상극일 것 같았던 사람과 금세 친구가 되거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처럼, 자세히 겪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 나는 돌 본연의 물성을 다른 물성으로 변환시킴으로써 이러한 편견을 깨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흙 등이 축적되어 자연적으로 굳어지면서 생겨난 단단하고 묵직한 돌을 깨고 갈아내어 어떠한 형태를 만들어 내는 행위를 통해 오랜 시간 쌓이고 굳어진 편견을 한번 깨고, 거칠고 사람의 힘으로 쉽게 흠집이 나지 않는 돌의 표면을 다른 재료의 물성으로 변환시킴으로써 한 번 더 편견을 깬다.

김재인_기록_사암_47×33×34cm_2019

자연적 재료이자 거칠고 투박하며 묵직한, 돌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물성을 비틀어 가공품의 질감이나 부드러운 느낌, 또한 가벼워 보이게 표현해 중량감 까지도 변환해 표현하고자 한다. 물성을 비트는 작업을 위해 특히 돌을 선택한 이유는 돌이 가진 무궁무진한 다양함에 있다. 돌이라고 해서 같은 느낌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연적으로 오랜 시간에 거쳐 만들어진 만큼 돌 종류에 따라 본연의 질감과 강도가 모두 다르다. 필요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적합한 돌을 선택하여 그것에 맞게 표현한다면 그만큼 다양한 물성을 재창조해낼 수 있다. ● 「기록 1」은 흙으로 인간 흉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 중 한 순간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작업하는 사람의 체온이나 힘, 지문 등 섬세한 흔적이 다 묻어나는 약한 물성을 가지고 있는 흙을 단단한 돌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특히나 완전한 형태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표현 한 첫 번째 작품으로, 내 현 상태를 반영했다. ■ 김재인

김충훈_우리고양이2_스테인리스 스틸에 레진, 아크릴채색_31.8×52.7×33.2cm_2019

지구상 모든 인간은 스트레스와 안정을 오가는 감정변화를 겪는다. 스트레스를 무방비로 받는 과정에서 안정을 받지 못한다면 사회적 사건을 일으키거나 정신적 질병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필연적으로 얻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심리적 안정은 반드시 스트레스와 공존되어야 한다. 마치 경찰과 도둑, 병원균과 항생제와 같은 이치이다. ● 내 작품은 모두 개인적 심리를 투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의 영향에 따른 심리, 자신에 대한 자책을 보여준다. 이것은 내성적성향의 자신과 사회인으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오는 괴리(스트레스)로 그것은 제작자인 본인 또한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 나의 작품제작과정은 개인적경험과 직감을 사용한다. 만들고자 하는 대상을 사전에 면밀히 조사하고 이미지를 출력해 벽에 붙여놓는 등의 과정을 생략한다. 다만 경험적으로 여지껏 받아들였던 정보를 바탕으로 이것을 최대한 시각화하고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 의지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그래서 개인의 가진 직감적역량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직조로 제작한다. ● 따라서 정석적인 완벽한 형태나 체계적인 구성은 떨어지지만 순간순간의 우연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또한 직조는 제작하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있다. ● 우리고양이는 개인적으로 제작했던 고양이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작업실에 같이 살던 길고양이가 제작 동기가 되었고 교통사고로 죽기전까지 매일 사료와 물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고양이 자체에 그렇게 정을 많이 주지 않았지만 전날까지 멀쩡하다가 다음날 왔을 때 교통사고로 죽은 모습을 보고 땅을 파서 매장할 때는 처참할 정도로 슬픈기억으로 남아있다. ● 우리고양이2는 둥글게 몸을 말고 앉은 형태이다. 바닥에 앉아 있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봤을 때, 주인 혹은 뭔가를 올려다보고있다. 갈색, 크림색계열로 채색되었다. ■ 김충훈

박병준_Braille Block_오브제_가변설치_2019

이 작품은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아니다. 촉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을 손으로 만지거나, 그 위를 밟고 지나가 보는 것도 좋다. ●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오브제는 시각장애인들의 '길'이 되어주는 '점자블록'이다. 그 위의 점들을 이용해서 시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점자'를 만들었다. ● '점자블록'과 '점자'는 모두 촉각을 이용하여 사물을 인지하게 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것들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 예컨대, 요철이 너무 낮아 손가락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점자표기가 있는가 하면, 점자블록의 잘못된 시공이나 방치된 장애물이 통행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 '점자블록'에 '점자'를 써 놓은 의도가 무엇일까? 작가는 점자를 읽지 못하는 비시각장애인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시각장애인의 언어와 생활에 관심 가져주길 원하며, 동시에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미술을 제공하고자 한다. ■ 박병준

박수근_단위 반복_폴리카보네이트, EP베어링, 알루미늄_키네틱, 가변설치_2019

개인의 복잡성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서로 얽혀있는 관계, 사회 시스템은 자연현상처럼 규칙성을 갖고있다. ● 복잡계는 무질서한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여 그 다양한 요소들의 특성들과 별개로 다른 규칙성이 발현되는 현상이다. ●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평평한 표면위에 지속적으로 모래를 무작위로 떨어뜨리면 모래는 쌓이다가 임계상태가 된다. 그리고 결국 다양한 크기의 모래사태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 무작위한 행동을 하는 실험에서 모래사태들의 규모와 패턴은 일정한 그래프를 그리며 멱함수의 규칙을 따른다. 자연재해, 인구 분포도, 전쟁이나 종의 멸종부터, 경제학적 현상들까지도 같은 그래프를 그린다. ● 덧붙여 설명하자면 실험에 사용되는 모래알은 단 한 톨도 절대로 같은 형태일 수 없다. 따라서 규칙에 종속되는 단위에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차이와 개성. 불규칙성은 규칙을 통해서만 개체화된다. ■ 박수근

박은지_원 안의 세상_레진(시바툴), 인조모, 시멘트, 쇠사슬_163×100×100cm_2019

개는 가축화가 된 동물들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인간과 함께했다. 늑대와 닮았던 개는 인간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며 야생성과 공격성을 잃었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산책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반려견이라 불리는 개의 모습을 생각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시골의 넓을 평야가 보이는 집 옆이나 차들이 지나다니는 차도 옆, 잡초가 무성한 밭 주변이나 산 입구, 공장이나 가게 앞, 어디서든 묶여있는 개를 볼 수 있다. 사슬에 묶여 있는 1미터 남짓 동그란 구역이 묶여 사는 개들의 지내는 유일한 공간이다. ● 묶여 있는 개들은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고 쉽게 흥분하며 꼬리를 흔들거나 짖으며 이리 저리 날뛰어 목줄에 턱턱 걸리는 행동이나 한자리를 계속 도는 반복 행동을 보인다. 이런 행동들은 개가 사람을 만나서 좋아하는 행동이 아닌 묶여있는 환경 때문에 나타나는 정형행동의 일부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 중 개를 싫어해서 학대하려고 키우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들이 무심코 편리하고자 했던 행동이 개에겐 조용한 학대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 또한 많지 않다. ● 사람에 의해 제한적인 삶을 사는 개들의 모습을 보며 장난감 인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손에 의해 결정되는 삶이나 사람에 의해 제한적인 행동들이 마치 그들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인 것처럼 그들을 대한다. 새 것일 때는 소중히 하다가 싫증이 나면 관심 밖이 되어버리는 장난감처럼 인간에겐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게 그러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로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람의 손에 남은 시간이 결정되는 장난감 인형처럼 동물들 또한 인형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 동물들도 인간과 같이 생각하며 감정과 아픔을 느끼는 존재이다. 동물들이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인간이 그들에게 대하는 행동은 달랐을 것이다. 인간에 의해 피해 받은 동물들은 스스로 선택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그 상황을 변할 수 있도록 "선택"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 박은지

이한별_necessary evil_비계파이프, 광케이블, 통신함체_400×1500×300cm_2019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흉하다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더럽고, 냄새 난다고 천하게 보는 것들, 없어선 안 되지만 흉물스럽다 보는 물건들의 이야기다. 그 중 도시에 얼키설키 산재해 있는 케이블과 설비들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본다. ● 본인은 케이블 선로와 설비 설치하는 일을 하는 동안 이 장치들과 시스템이 인간의 뉴런세포와 닮아 있다 생각했다. 뉴런은 핵이 있고 축삭 이라는 돌기들 측에 기억이 저장되며 그 기억들을 서로 전달해 준다. 이런 시냅스 신호전달 체계와 인터넷 인프라 시스템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관찰해 왔다. 우리는 많은 것들에 지저분하다는 이유만 으로 그것들에 불쾌한 시선을 보낸다. 도심에 산재한 케이블도 그중 하나인데 거대한 정보의 관을 형성하며 인터넷이라는 척수를 몸에 지니고 사는 현시대인들에게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로 인터넷망의 보급 이후 우리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행사한다. 교육적, 경제적으로 기여하며, 사회시스템을 관리하기도 하는 등 수 많은 역할로 삶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이런 통신 인프라구축을 필요에 의해 난개발 식으로 증설한 후 지금은 흉물스러움에 대해 혐오감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벗어나 살 수 없고, 삶을 유지시켜주는 존재 들이다. 이들 뿐 아닌 곳곳의 불쾌하고 혐오스럽지만 필요한 것들에 대해 그것들의 존재가치를 따져보고 이들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가져본다. ■ 이한별

이철은_emotion_과테말라 대리석, 비앙코 카라라, 로즈 대리석, 나무_71×40×33cm_2019

감정은 주관적이다. 나는 나의 주관적인 감정을 형상으로 표현한다. 타인과의 현상이나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변모하며 그 사이에서의 긍정과 부정으로 변화되는 나의 감정상태에 대해서 풀어나간다. ● 현실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나의 감정과는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로 인해 발생되는 분노, 슬픔의 감정에대해서 생각해보게된다. ● 나의 긍정적인 표현이 타인에게는 부정적으로 읽히는 상황, 부정적인 표현이 긍정적으로 읽히는 상황, 또는 긍정이 긍정으로 읽혀 즐겁게 변모되고 슬픔이 슬픔으로 읽혀 슬퍼지는 상황 등 무수히 많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감정은 인간관계에서만이 아닌 구조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발생되어진다. ● 이러한 인간의 감정상태를 비구상적인 형태로 형상화하고자한다. 좋은 감정은 밝고 일렁이는 반면,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나타냄에 주목하며 이러한 다양하게 변모되는 감정 상태를 작품 속에 투영하고자한다. ■ 이철은

임정은_The Box_도자기에 페인팅, 하드보드지에 색지, LED조명_170×50×30cm_2019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그것을 표현하려 하지만 입밖으로 내지 못 할 때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언어를 다른 누군가가 아닌 '극'처럼 표현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인형극이다. 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이를 하며 자신을 대변시키기도 하고 그들의 상상 속 세계를 인형에 내세운다. 인형은 하나의 극이며 자신의 상상을 구체화 하는 또 다른 표현 수단이 된다. ● 인형은 나에게 있어 죽음 뒤에 오는 사후세계나 판타지적 상상을 하게하는 매체이기도 하고, 본질을 물어보는 하나의 화면이다. 그들은 나의 이야기 속 인물이 되기도 하고, 장면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인형을 미술이라는 '극' 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라 생각하고 내가 상상하는 판타지 세계에 내세운다. ● The Box -mixed media, 300×500×1800(mm), 2019-라는 작업은 그러한 상상을 더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빨간색의 박스는 육면체의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닫히면 그저 박스인 모양새를 보이지만 열리면 아예 다른 공간의 구성을 볼 수 있다. 열린 상태에서 박스는 인형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한 인형들은 모두 동일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얼굴을 한 인형들이 각개 다른 행동을 보인다. 앉아있는 인형이 있기도 하고 현실로는 불가능 한 날아다니는 사람의 모습도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이 박스는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작업이라 할 수 없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관객이 상상하는 대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예술은 그러한 상상을 더해주는 매체가 되는 하나의 통로라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상상하는 대로의 이야기를 납득할 수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시각이 될 수도 혹은 글이 될 수도 있으며 형태 없는 음악일 수 있다. ● 누군가의 상상이 되고, 메세지를 전달하는 예술로서, 이 작품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하나의 상상의 통로가 되길 작게나마 소망해 본다. ■ 임정은

Vol.20190711g | REMAST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