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 Eel Lives the Black City

송광찬_다니엘 경 2인展   2019_0725 ▶︎ 2019_0817 / 일,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725_목요일_06:00pm

2019 OCI SUMMER SPECIAL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9:00pm / 일,월,공휴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수송동 46-15번지) Tel. +82.(0)2.734.0440~1 www.ocimuseum.org

송광찬의 실재하는 공간은 흑백의 대비만으로 단단하고 묵직하게 멈춰있고, 실재하지 않아 그 존재를 드러냄에 한계가 없는 다니엘경의 조형작업은 과감한 형태와 색상으로 주변을 밝힌다. 2018년 『Sun Fish Meets the Black Sea』부터 시작된 협업은 주로 바다에 사는 것들을 주인공 삼는다. 오랫동안 바다는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었고 그 안에 살아가는 신비로운 생명체들은 신이나 종교적 기호로 쓰여왔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주인공이 여러 상황에 봉착하여 고민하고 치유하는 과정에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하는 두 작가는 이번 여름, 검은 도시를 만난 정원장어(Garden Eel)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 몇 해 전, 대형 수족관에는 어울리지 않던 작은 유리 너머로 정원장어를 본 적이 있다. 저마다 다른 무늬의 기다란 몸을 모랫바닥에 심은 채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일렁이는데, 해류를 따라 흐르는 먹이가 입 근처로 오기만을 기다리며 고개만 갸우뚱, 눈알만 도로록 굴릴 뿐 그 고요한 움직임은 보는 사람마저 나른하게 만들었다.

송광찬×다니엘경_Garden Eel(정원 장어)의 이상(꿈) Ⅰ_ 폴리머 클레이, 에폭시, 아크릴 보드_가변설치_2019
송광찬×다니엘경_Garden Eel(정원 장어)의 이상(꿈) Ⅱ_ 폴리머 클레이, 에폭시, 아크릴 보드_가변설치_2019

그렇게 일상의 권태로움이 가득한 바다에 화려한 도시가 들어섰다. 수많은 창문을 하나씩 차지한 정원장어들은 도시의 화려한 빛으로 물들었지만 일렁이던 그들의 춤은 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말갛게 비춰 보이는 눈망울이 울적하다. 삶이 드라마를 갖게 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주변은 곧 어둠에 덮이고 조명을 쏜 듯 명백하고 거침없이 초라한 현실이 들춰진다. 그 안에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원하고 꿈꾸고 믿어왔다. 최선의 상태를 갖추는 것, 이상을 꿈꾸는 것은 당연히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생명체들의 갈망이다. 꿈꿔야만 하는 것이 아닌 꿈꾸고 싶은 것이다 보니 주어진 현실이 어지간 하다면 이상에 대한 갈망은 쉽게 사라지고, 꿈을 꾸는 정신은 가졌지만 처지에 만족하며 살아가게 된다.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 with Octopus Ⅱ(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19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 with Octopus Ⅲ(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19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 with Octopus Ⅳ(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19

바램과 꿈은 방향을 이리저리 바꿔대는 바람같이 흩날려 손에 쥐기 어렵고, 현실은 땅에 발 붙이고만 있을 수 없는 줄넘기처럼 멈추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나'라는 존재가 흔들림 없는 균형을 찾기 위해 어떤 저울에 무엇을 매달아 볼 것이며 또 무엇을 더하고 덜어내야 할까. 작가는 잃어버린 동화를 찾아 나선 것이 아닌, 삶에서 채득한 우화를 전하는 방식으로 관람객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 이영지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 with Octopus Ⅴ(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19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_침묵의 전쟁 Ⅰ(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84×106cm_2019

정원 장어의 춤 ● 정원 장어들은 혜성에 살고 있습니다. 정원 장어들은 혜성의 작은 구멍마다 꼬리를 넣고서 머리와 몸을 검은 우주로 길게 뺍니다. 정원 장어들은 서로를 덩굴처럼 감싸며 속닥거리고, 혜성이 항해하는 길을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배가 고프면 우주에 흐르는 별빛을 먹습니다. 혜성은 정원 장어들이 온전히 소통하며 살아가는 정원입니다. 어느 날 혜성이 푸른 항성으로 추락했습니다. 혜성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깊은 바다로 잠겨들었습니다. 구멍에 숨어 오들오들 떨고 있던 정원 장어들이 머리를 내밀어 보았습니다. 눈앞에 반짝반짝 빛나는 텅 빈 도시가 있었습니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정원 장어들에게 투명한 문어들이 다가왔습니다. "이곳은 어디죠?" "두려워 말고 나와요. 여긴 우리가 살고 있고, 당신들이 살아갈 곳이에요."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_침묵의 전쟁 Ⅱ(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84×106cm_2019
송광찬×다니엘경_The Black City_침묵의 전쟁 Ⅲ(Chicago, USA)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84×106cm_2019

눈부신 도시에 매혹된 정원 장어들은 저마다 건물 창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정원 장어들은 도시 곳곳에 흘러넘치는 온갖 색을 먹어치웠습니다. 색을 먹는 순간의 황홀한 기쁨에 취해서 춤을 출 틈이 없었습니다. 정원 장어들의 몸은 점점 화려해졌고, 도시는 점점 색을 잃어갔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도시의 모든 색이 사라졌습니다. 색을 벗은 검은 도시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려한 색을 입은 정원 장어들은 문득 검은 우주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속삭이던 날들이 그리워졌습니다. 이제 정원 장어들은 침묵의 전쟁을 벌입니다. 본래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내면의 전쟁입니다. 마음을 주고받으며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정원을 갈망하면서도, 정원 장어들은 끝내 도시를 떠나지 못합니다. 색을 벗지도 못합니다. 마음을 나누고 싶지만 다가오는 이들이 두렵고 때로 거추장스럽습니다. 정원 장어들이 한데 모여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서로에게 다가설 듯 다가서지 못하며 외로운 춤을 춥니다. ■ 오주영

Vol.20190725g | Garden Eel Lives the Black City-송광찬_다니엘 경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