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ganic ingredient

유용선展 / NEDO / 兪龍善 / painting   2019_0726 ▶︎ 2019_0820 / 일요일 휴관

유용선_midnight munchi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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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72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터테인 ARTERTAIN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63-4(연희동 717-14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어느 늦은 아침 나는 느릿느릿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능숙하게 재료들을 꺼낸다. 어제 밤 잠이 들기 전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무얼 해먹을지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 습관이 됐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몇몇 재료가 많이 상했거나 없었다. 영국의 유명 요리 방송을 진행하던 셰프 제이미 올리버는 언제나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뒤뜰로 뛰어나가 자신이 기르는 채소 등을 따곤 했다. 물론 방송의 성격상 어느 정도 연출된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뒤뜰에서 갓 따온 로즈마리를 경쾌하게 다져 고기를 재우던 그의 손놀림은 가끔 이렇게 재료가 없어 난감한 상황일 때 생각나곤 한다.

유용선_cooking meat from wild animal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9
유용선_still life with sauerdough spam sandwich and cereal box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19

자취요리의 특징은 그냥 있는 대로 대충대충 해먹는다는데 있다. 물론 어떤 재료가 빠짐으로써 맛에 약간의 빈 공간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살기 위해 먹는 음식에 상쾌한 생파의 향이나 생강의 은은한 끝맛은 크게 중요치 않으므로 과감히 생략한다. 그런 특징 때문에 자취 요리는 큰 기대가 없는게 보통이며 어쩌다 먹을만 하면 쉽게 감동을 받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백종원 레시피의 특징도 그러한데 가령 집에 두반장이나 굴소스가 없을때 고추장 된장, 간장 설탕 등으로 그것들의 맛을 비슷하게 흉내를 낸다. 두반장 대신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끓인 마파두부가 언젠가 먹어본 마파두부 맛이 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요즘 사람들로 하여금 백종원 레시피를 검색하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집엔 두반장, 굴소스를 비롯, 해선장, 노두유, 피쉬소스, 케첩 마나스등 보통 자취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 소스들이 많이 있다. 그건 내가 요리에 취미가 있기 때문인데, 평소 먹는 걸 좋아하고 어디선가 맛있게 먹었던 요리를 비슷하게 만들어 주변사람들과 즐기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용선_Still life with Rainbow Trout and exclusive champag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19
유용선_stil life with buttered lobster and vintage champagn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53cm_2019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요리를 대접할 때의 뿌듯함과 내 요리를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이며 좋은 시간을 보내면 평소 그림을 그리며 쌓인 고독함과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풀어주곤 한다. 맛있는 요리는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떤 재료로 조리하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도 하다. 혹자는 간결한 조리법으로 싱싱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게 맛있는 요리의 기본 조건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갈비찜이나 매운탕, 김치찜 등 강한 향신료와 재료를 써서 재료 본연의 맛을 바꾸는 한국의 조리법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지만 간단하게 삶아낸 새조개의 담백한 맛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유용선_Still life with duck confit and salt and pepper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19
유용선_organic ingridient-0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97cm_2019

마트에서 장을 보다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는 재료들을 보면 요리를 잔뜩해서 사람들을 대접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그 재료 앞에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요리 할지를 골똘히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나는 가끔 내 주변 사람들을 어떤 요리를 좋아했는지 어떤 재료를 선호하는지로 기억한다. 누구는 생선류를 안먹고 누구는 삶은 고기를 안먹고, 그런것들을 기억해두면 최대한 모두가 만족하는 요리를 만들수도 있어 요긴하다.

유용선_organic ingridient-0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97cm_2019
유용선_organic ingridient-0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97cm_2019

이렇듯 재료라는 주제는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요리를 주제로 하는 작업을 많이 하는 요즘에는 그저 표현의 도구가 아닌 내 삶에 기억되는 요리에 대해 더 깊이 파고 들수록 요리의 원래 모습이었을 재료라는 주제에 매료되어 더 단순하게, 원초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는 재료를 봤을 때의 나의 설램, 그것들을 요리 할 마음에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은 어쩌면 내 삶에 자리잡은 내 최고의 취미인 요리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그것들을 표현해보았다. 우리 동네인 연희동에서 제일 비싼 '사러가 마트'에서도 제일 비싼 'ORGANIC' 재료들을 맘껏 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유용선_pink elephant lunch box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30cm_2019

냉장고에 원하는 재료가 없던 그 날 나는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짜장라면 두 봉지를 사서 끓여 먹었다. 그날이 몇 일 인지 무슨 요일인지 어느 계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짜장라면 두 봉지를 성의 없이 끓여 입에 우겨 넣다가 금방 맛에 질려 다 먹지 않고 버렸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 유용선

Vol.20190726e | 유용선展 / NEDO / 兪龍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