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산

김민희_무병장수_주현욱展   2019_0802 ▶︎ 2019_082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802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기획 / 김세인_홍성화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산수문화 SANSUMUNHWA 서울 관악구 조원로 154 (신림동 481-5번지) 대성빌딩 1층 Tel. +82.010.6831.2529 sansumunhwa.com www.facebook.com/sansumunhwa

홍성화, 김세인 기획의 전시 『X의 산』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중년 세대들의 등산취향과 그를 둘러싼 문화가 소비되는 양상에 대한 청년 작가들의 관심에서 시작했다. 여기에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기행문학이었던 '유산기(遊山記)' 전통과의 접점을 찾아 근대 이후에 생긴 여가로서의 등산문화와 연결 짓는다. 선비정신이나 유가적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유산(遊山) 관념이 아니라 그 이면에 품고 있는 해방적 체험에 관한 기록들에 주목하여, 여러 시간대를 경유해 산을 보고 즐기는 방식을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 김민희는 깊은 산속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와 내밀한 욕망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을 그렸다. 자연과 몸에 대한 사유, 설화적 세계관과 만화적인 도상 사이를 오가며 물활론(物活論)적 관계망을 연출한다. 아티스트 콜렉티브인 무병장수(미도리킴, 우이지, 윤요주)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북한산 이미지들로 병풍형식의 설치와 영상을 제작했다. 그리고 산의 경물, 등산객의 취사용품, 신체의 일부를 연상하게 하는 도자기를 만들어 전시한다. 주현욱은 구글 마스(Google Mars)의 고도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컴퓨터 프로그램인 마스 다우저(Mars Dowser)를 다룬다. 미지의 장소로서 산을 대하는 관점을 견지하면서 산수를 감상하고 즐기는 방식인 '와유(臥遊)'의 의미를 환기한다. ■ 산수문화

한국사 전반에 걸쳐 산은 그 '너머'에 대한 차폐막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바라본 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차라리 에로틱하다고 해야 할 어떤 결합의 목적(objective)에 가까웠다. 그가 스스로를 가장 증류된 형태로 가시화하려 할 때에도 산은 절대적인 매개변수였다. 이러한 흉중구학(胸中丘壑)의 기치와 연동, 조선 후기 산수화 제작을 횡행하게 했던 것이 바로 유산(遊山) 풍조로, 유산은 관산(觀山)과 요산(樂山)의 수행적 요결이다. 지금까지 600여 편이 전해지는 조선시대 유산기(遊山記)는 이 유산 체험에 관한 사대부들의 기행문학이다. 유산기는 대체로 선비로서 이념적으로 모색하는 공리적 정도(正道)의 지평에 유산 체험을 포섭시킨다. 하지만 유산기의 도처에서 드러나며 관(觀), 요(樂), 유(遊)에 직설적으로 수렴하는 실질을 이루는 것은, 산과의 결속감에서 비롯된 내밀한 열락, 이를 고양시키는 일체의 풍류와 그것에 따라 '불가피하게' 동원되는 음주가무, 그리고 일탈적 해방감에 관한 고백의 기록들이다. 유산기는 20세기 초 한국에 정착한 정복 지향적 알피니즘(Alpinism)이라는 근대성에 침윤된 산행 전통에 엑세스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 그리고 지금, 당신이 들어와 있는 산수문화 근처의 관악산은 '중년의 홍대'로 불린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비자발적 여가인구가 폭증하고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화한 후의 언제부턴가, 익명의 무수한 중년들은 형식화된 알피니즘이 각인된 예복인 등산복을 입고 산으로 간다. 여기에는 음조를 미묘하게 이탈해가며 조야한 신스 사운드 속에서 줄기차게 허우적대는 바이브레이션으로 관광버스에서, 휴게소에서, 등산로 초입에서 강박적으로 플레이되는 트롯 메들리가 있다. 그리고 쨍한 컬러의 등산복들이 이루는 아찔한 보색의 행렬이 한낮의 산중에서 일제히 내뿜는 뭉근한 생기가 있다. 그리고 들숨은 해방감이, 날숨은 욕망이 되는 산에서의 숨결들이 비밀스레 교차하며 섞이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산의 일부인 듯 유난히도 성업 중인 위락시설들이 있다. 그리고 "중년의 등산"을 구글링하며 성인인증을 요구받는 우리들이 있다...... 가부장적 도덕주의, 막연한 세대론적 절연 의식 등을 촉매로 미디어에 살포되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물론 중년 등산문화의 전모를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 이미지들은 자체로서 그 어떤 사회적 원근법으로도 박탈될 수 없도록 첨예하게 개별화되어 닫힌 내적 차원의 정동과 욕망이 터져 흐른 자국이다. 이것이 어디 중년만의 문제일 뿐이던가? 우리는 왜 홍대를 '청년의 관악산'이라 말하지 않나? 『X의 산』은 그 앙상한 재현의 피지시체가 주변화되어 안착할 수 있을 뿐인 매끈한 전체상을 속 편히 좇지 않는다. 대신 『X의 산』은 그 재현적 공백에 유산이라는 시간축을 처방한다. 『X의 산』의 산은 그 불완전한 재현물이 비-비현실적 텍스처로 뒤덮힌 산, 그 안에서의 중년 등산객이 현재의 유산객으로 현현하는 산이다. 산수화에 대한 와유(臥遊)가 '진짜' 유산을 대리하기도 했던 과거처럼, 작가들이 제시하는 것은 그 산에 대한 유산기이자 재현의 재현으로서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보고(觀), 기뻐하며(樂), 노니는(遊) 산은 그렇게, 욕망과 해방의 다공성(porosity)의 공간이라는 장기지속-전통으로, 작가들 각각이 그려내는 (반)역사적 벡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김민희_폭포에서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김민희_필쏘냥냥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9

김민희 ● 김민희는 중년의 등산에 연루된 이미지들로부터 욕망과 산 사이의 접면, 또는 욕망과 욕망의 '사적인' 교차 등을 퍼올려 특유의 회화적 형질로 양화시킨다. 여기에 가상적 존재들의 도상을 차용한 두 작업의 산을 결부지으면서, 작가가 설정하는 물활론(物活論)적 관계망을 연출한다.

무병장수_acid peak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9
무병장수_acid peak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9

무병장수 ● 움켜쥘(exhaust) 수 있게 작고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진열된' 도자들은 산의 경물들과 등산객의 취사용품, 신체의 일부 등이 계열체를 분간키 어렵도록 협착된 감각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감각들의 전경(全景)인 삼폭병풍은 웹을 거대한 화보(畵譜)로 활용하여 제작한 산수화이자, 시트지 리폼된 유산 전통이다. 현장의 이미지들이 재구성된 영상은 도자와 병풍을 일종의 엑스터시 상태의 사물화로서 동기화한다.

주현욱_다우징 앳 더 마스_단채널 영상, 설치_00:15:00_2019

주현욱 ● 주현욱은 화성으로 간다. 마스 다우저(Mars Dowser)는 구글 마스*의 고도 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작동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화성의 산맥 사이, 사람이 다닐 수 있을 만한 모든 길들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된다. 코스들은 난이도에 따라 가벼운 트레킹 코스, 등산로인 하이킹 코스, 하드코어한 클라이밍 코스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해당 세 유형은 산을 '이계'로서 서사화하기 위한 동시대적 개념들이다. (* 구글 어스에서 제공하는 화성 지도 프로그램.) ■ 김세인, 홍성화

Vol.20190803f | X의 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