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서거 44주기 추모 판화전-이동환: 가슴에 새긴 돌베개

이동환展 / LEEDONGHWAN / 李东煥 / printing   2019_0805 ▶︎ 2019_0902 / 일요일 휴관

이동환_칼로 새긴 장준하1_목판_122×122cm_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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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807_수요일_05:00pm

아티스트 토크 / 2019_0813_화요일_03:00pm

작가와 함께하는 목판화 체험 / 2019_0830_금요일_03:00pm

후원 / 광주광역시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은암미술관 EUNAM MUSEUM OF ART 광주시 동구 서석로85번길 8-12 Tel. +82.(0)62.226.6677 www.eunam.org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동환의 '칼로 새긴' 역사"우리는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도 밝은 빛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은암미술관에서는 장준하 서거 44주기를 추모하며, 이동환 작가를 초대하여 『가슴에 품은 돌베개』展을 마련했다.

이동환_칼로 새긴 장준하2_목판_122×122cm_2016~9
이동환_칼로 새긴 장준하3_목판_122×122cm_2016~9

한국화를 전공한 그가 목판화를 하게 된 것은 장준하 선생의 자전적 수필 『돌베개』를 읽고 나서 큰 감명을 받아 이 이야기를 목판에 새겨보겠다는 일념 하에 시작되었다. 그가 읽던 『돌베개』를 보면, 책 위에 바로 드로잉을 했던 흔적들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목판을 파지 않고는 못 배겼다는 그의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 광복군 3대 회고록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돌베개』는 1971년 장준하 선생이 『사상계』를 펴내던 사상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여러 번 간행되었다. 사실 '돌베개'라는 말은 창세기 28절 10~15절에 나오는 야곱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장준하가 광복군이 되기 위해 일군을 탈출할 경우 아내에게 남기기로 한 암호였다고 전해진다.

이동환_칼로 새긴 장준하4_목판_122×122cm_2016~9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각인하듯 목판에 새기면서 그는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한 판, 한 판 숨을 몰아쉬며, 함께 철조망을 뛰어넘고, 목 놓아 애국가를 부르며, 험준한 파촉령을 넘어 임시정부의 충칭으로 가는 여정, 그리고 의문의 죽음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그가 '붓'이 아닌 '칼'을 잡고 역사적 기록을 서사가 있는 목판화로 풀어낸 것은 의미 있는 시도이다. 30년 가까이 그려왔던 한국화의 '선'적인 요소는 목판화에서 명암이나 양감보다는 '선'을 중요시 하는 지점과 닿아 있다. 흑과 백으로 나뉘는 그의 힘찬 '선'은 굵고 간결하지만, 선 하나에 인물의 표정과 몸짓, 순간의 분위기를 함축하며 목판 위에서 생동한다.

이동환_중국군 육군 준위로 임명되다_목판에 유성잉크_25×17.5cm_2016
이동환_자링청수는 양쯔탁류로_목판에 유성잉크_25×17.5cm_2017

목판작업을 할 때 그는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자 했다. 예를 들어 200여 장면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긴 틀에 새겨 넣자는 것이었다. 각각의 장면을 새길 때도 어떤 제한된 상황 안에서 다양한 시점과 매번 다른 연출을 시도했다. 장면 장면에서 역동성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 그는 어둠을 삼키고 있는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사유하며,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동안 그가 그려온 것들은 '어둠'으로 대변되는 시대의 모순과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과 상실적 풍경들이었다.

이동환_혼이 왔는지..._목판에 유성잉크_22×18cm_2018

현재 전시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황홀과 절망(2012)」을 보면 시대의 별이 떨어지고 후세대를 상징하는 아이를 업은 남자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는 그렇게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동시대의 절망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재주가 있다'는 그의 말처럼, 세상을 보는 통찰력과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은 한국화를 그릴 때에 있어서도 늘 담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 이렇듯 회화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의 이야기가 중점이 된다면, 이제 목판화에서는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전환된다. 그는 보다 공적인 시선을 가지고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동환_가슴에 새긴 돌베개展_은암미술관_2019
이동환_가슴에 새긴 돌베개展_은암미술관_2019
이동환_가슴에 새긴 돌베개展_은암미술관_2019

이동환의 판화는 80~90년대 이후 명맥이 흐려진 '목판화'라는 장르를 다시 소환하는 동시에, 동시대 목판화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 어떤 이는 글로, 어떤 이는 사진으로 기록하지만, 이동환 작가는 자신의 손끝과 칼끝으로 역사적 진실을 목판에 기록한다. 그의 각인하는 행위는 우리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고 바로 새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 소나영

Vol.20190805c | 이동환展 / LEEDONGHWAN / 李东煥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