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금 여기에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宣 / painting   2019_0807 ▶︎ 2019_0825 / 화요일 휴관

김정선_핑크뮬리 사이로 부는 바람1 swaying Pink Muhly Grass in the breeze1_ 리넨에 유채_34×53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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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807_수요일_05:00pm

후원 / 통인가게_통인인터내셔날무빙_통인안전보관(주)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화요일 휴관

통인화랑 TONGI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2(관훈동 16번지) 통인빌딩 5층 Tel. +82.(0)2.733.4867 www.tongingallery.com

Right here, right now .. 한 장의 사진, 그리고 기억들 ● 우리는 모두 그리운 무엇인가가, 누군가가 있다. 때때로 그것들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어떠한 사건이었는지 그 실체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아름다웠던 한 조각의 기억으로 또는 가슴 저미는 아련한 어떤 것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 작가 김정선은 근 20여 년간 계속해서 오래된 사진 이미지를 이용한 유화작품을 내놓고 있다. 한 동안의 관심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사진을 가지고 그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누구나 몇 장은 가지고 있을 법한 사진들을 어렴풋한 형상으로 그려놓은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자신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풍경이. 때로는 그의 주변 친구나 가족이라고 짐작되는 인물들의 사진 이미지들이 갤러리 안을 가득 채우지만 이제는 그 것들이 진정 누구였는지, 어느 장소의 어느 나무였는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아 보인다. ● 김정선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존재론적인 세계에서 규정되는 어떤 것도 아니며 그 어떤 의미를 위한 임무를 부여 받은 것도 아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인물들과 풍경은 '그저 그렇게 있는 것이다.' 즉, 실존하는 어떤 것들이다. 마치 작가 김 아무개가 누구누구고 어떤 사람이고 어느 집 둘째 딸이고 가 아니라 그저 '정선아!' 하고 부르면 마음속에 느껴지는 무엇인가처럼 말이다. 아무 설명도 없이 그리고 심지어는 그것이 지금 현재 생명이 붙어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누구야!' 또는 '아! 그 꽃!'할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보는 이에게 자신의 보편적인 기억을 살려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했는지도 모른다. ● 그녀의 작품은 설명적이거나 구체적인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바로 그녀의 세계가 주관적인 관념적 세계에 국한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여전히 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느껴지는 까닭도 다소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작품 속 공간과 작가 자신이 현재 자리 잡은 이 공간은 이 만큼 벌어져 있고 작가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김정선의 작품이 그 간 아름다운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음에도 외로움과 소외라는 정서를 함께 전해주는 것은 그 틈으로 인해 방황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기 때문이다.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는 '말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말해진 것 구출하기(Rescuing the said from the saying of it)'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 의미를 구출(rescuing)하는 것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며 그의 세계를 다시 조망하는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구출해 내기 이전의 그것들은 죽어간다고 비명을 지르지는 않지만 그저 지나쳐 버려질 뿐이다. ● 김정선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자신 안의 어떤 것들을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살려내기 위한 인공호흡의 행위이자 제스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없어져도 신경 쓰지 않을 모든 것들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김정선_구름 뒤 햇살 silver lining_리넨에 유채_33×24cm_2019
김정선_물수제비 ducks and drakes_리넨에 유채_130×97cm_2019
김정선_배꽃2 pear blossom2_리넨에 유채_130×97cm_2016

망각의 공간에서 현존의 자리로 ● 작가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작업의 과정을 왜 오랫동안 놓지 못하는가에 대해 자문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선의 작업의 목적은 계속되는 삶과 죽음, 그리고 현존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때 삶이었던 것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살려냄과 기억해냄, 죽음과 삶이 인생의 클라이맥스나 끝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고 보았던 프로이트의 명제에서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게 의미와 삶을 구출해 내는 그녀의 행위는 작가의 삶의 모습이자 예술가로서의 자세였다. ● 그들의 삶은 죽음과 나란히 있음으로 해서 다시 살아 날 수 있음이며 그 생의 기간 동안 더 생생하게 살아 있을 수 있음을 그녀는 그려낸다. 심지어는 그녀 자신이 그 인물들을 다시 흐려버림으로써 죽음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는 한 이 있어도 그것이 기억되고 있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철학자 카트린 말라부(Catherine Malabou)는 이렇게 덧붙였다. "모든 생명체의 존재의 목적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반복적 행위를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반복 속에 우리가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다." 김정선의 작품은 이 반복적인 죽음과 삶의 명제 앞에 얼마나 우리가 무기력한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얼마나 처절하게 그를 구하려고 애쓰는 가를 보여 주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그녀가 옛 사진을 꺼내는 대신 작업실에 오는 길에 밟히는 민들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사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기법 상으로는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작가의 작업 인생에서 큰 변화라고 보여 진다. 관념 속 공간을 헤매던 작가가 드디어 발 밑에 있는 잡초와 같은 노란 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허공 속에서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져 가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씨름하던 작가가 문득 '지금 이 순간' 발 밑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살려냄은 관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또 다시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져 갈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작가의 눈앞에서 시선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 의식적인 시선이 아니라 우연한 발견으로 선택된 민들레의 노랑이 화면 위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이 순간의 진실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갑자기 크고 화려한 무엇인가를 그려냈다면 그것은 몇 년 전 내놓았던 '불안함이 깃든 소녀들' 연작에서 그러했듯 다시금 불안의 징조를 보여준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 그러나 김정선은 잡초를 큰 화면에 옮겨놓음으로써 기억을 살려내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보잘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과 그것이 우연히 망막에 맺혀 만들어내는 색채를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보는 이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그녀는 기억 시리즈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걸어 온 셈이다. 힘이 들지 라도 그녀의 노력과 작업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이 뒤에 남기는 것은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는 이 순간의 진실이며 그의 작품 앞에 선 이들과 그것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주연

김정선_지금 여기에1 right here and right now1_리넨에 유채_112×291cm_2018~9
김정선_해운대 겨울 밤 바다 winter sea in Haeundae_리넨에 유채_130×97cm_2019
김정선_햇살아래 소녀 girl in the sun_리넨에 유채_65×53cm_2019

Right here, right now.A Photograph, and Memories ● We all miss something or someone. They stay around a corner of our heart as a piece of memory or a heartbreaking wound, with their actual existence obscured. The artist, Kim Jeong-Sun, has released oil paintings using old photograph images for about 20 years. Such extended interest in photograph images has allowed Kim to create unique images. Her paintings hazily illustrate photographs with which anyone has similar ones; therefore, viewers are reminded of distant memories. ● Filling in the gallery, her paintings show landscapes or her friends and family members. However, it doesn't seem important who they were and what were where. Kim's characters and scenes refuse to be defined in the ontological world. They also refuse to be given any missions or meanings. The characters and scenes in her paintings are being, just they are. They exist. We know Artist Kim, often not by the answers to questions like "Who are you?", "What kind of person are you?", "Do you have a brother or sister?", and "Who are your parents?". Just say her name "Jeong-Sun" and you get a feeling or an idea about her existence. Without any explanation, even without knowing whether alive or dead, every one of us can bring up our knowing of someone or something simply by crying "Hey!" or "Oh! That flower!". Her paintings let viewers to reactivate and recall common memories. ● Her works neither explain nor frame. Her artistic world has been subjective and ideological, where an artist of warm and beautiful paintings may appear to be a lonely woman wandering and looking for home. Such distance between the artistic and the real world prevents Kim from belonging to one world and keeps her wandering in-between. This wandering image of herself is mirrored in Kim's works. This is why we feel solitude and isolation even when her works show us beautiful memories. ● Michael White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rescuing the said from the saying of it." Rescuing one's meaning is extending one's life and viewing one's world. Before the rescuing, one is silently passing away and being passed by. Kim's work is desperate gestures just like resuscitation to rescue and save withering things in herself. These are already forgotten and paid no attention, but she is desperately rescuing them. ● From Space of Oblivion to Place of Existence ● Kim has asked herself why she can't stop this painful work. The purpose of her works seems related to the issue of continuous life and death, and existence: Life and death of things that were once alive, and rescuing them to remember. ● Her efforts remind us of Freud's claim that death and life can be seen not only at the end or climax of one's living but also in shadows overcastting our whole lives. Rescuing meanings and lives of withering things, Kim shows us what the life of an artist looks like. ● In her paintings, withering things come back to be alive and become more alive since their lives are in parallel with deaths. Even when she paints them into faint images around death, she tells us they are alive and remembered. ● Philosopher Catherine Malabou said, "The purpose of one's existence is death. But we don't repeat this action. Rather we live a momentary life in the repetition." Kim's works show how pathetic we are in this repeating cycle of life and death as well as how desperate we are in recuing dying lives. This exhibition shows her change: Kim starts to see dandelions on her way to the studio, instead of taking out old photographs. Although this change is an extension of her previous works in terms of techniques and styles, it shows a huge transition of her life as an artist. The wanderer in the ideological world begins to see ungraceful yellow flowers under her feet. Kim, who had wrestled in the void with things disappearing behind oblivion, just "noticed" things that exist under her own feet "right at the moment." ● She had suffered from the vanity of life, death, and rescuing in the ideological world. She had faced so many things which were eager to receive her attention before passing away into oblivion. The yellow of the dandelion, which was caught unconsciously and accidentally, glows on the canvas because it reveals the truth of this moment. If Kim had painted something huge and brilliant, that might have shown another sign of anxiety, just as her series of work "Anxious Girls" did in a few years ago. Putting the weed onto a huge canvas, Kim vividly depicts the colorful image that a trivial part of the life accidentally creates on our eyes, and continues her effort of rescuing memories. She has wandered such a long path in her series of memory that viewers can't even imagine the route. ● Though arduous, her efforts and works are fruitful. Her works leave us with the truth of this moment that is felt and remembered. ■ Juyeon Han

Vol.20190807a |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