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드테이블-분리된 독백, 퍼지는 방백

Timed Table-Separated Monologue, Spreading Aside展   2019_0812 ▶︎ 2019_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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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강정은_박지인_박현진_장우주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스페이스 XX SPACE XX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 www.facebook.com/spacexx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다. 도시의 마천루는 어둠에 잠기지 않고, 굽이굽이 줄지은 가로등이 거리를 밝힌다. 전기의 대중화를 통해 어둠을 거스를 수 있게 된 인간은 점차 생산력을 높이고 활동의 폭을 넓혀나갔다. 잠을 미루고 얻은 시간을 낮부터 연장된 활동으로 메꾸는 것은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어느덧 낮과 밤의 흐름에 의존하던 일상의 마디들은 유효성을 잃고, 형광등 불빛 아래 노동을 향한 의지만이 남아있다. ● 이 의지력은 사회가 만들고 개인이 내재화한 희망 - 개인의 성공은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믿음을 먹고 자란다. 노력하는 만큼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비례문은 너무나 달콤하다. 그것은 해야만 한다고 강요받았을 때보다 더 강압적이다. 따라서 자발적인 희망은 반항과 멈춤이라는 선택지를 인생의 경로에서 영원히 지워버린다. 이제 노동하는 인간은 반복적인 생산 활동과 실현되지 않는 자아의 목표 사이에 갇혀 커지는 두려움으로 인해 시간의 여백에 저항한다. 사회로부터의 배제는 존재의 낭떠러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작과 마침이 없는 무한한 24시간 동안 잠들 수 없는 우리는 깨어있는 채로 꿈을 꾼다. 자아의 꿈이 아닌 사회의 꿈을.

타임드테이블_유튜브 송출영상, 퍼포먼스_2019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감시인과 피감시인 역할극의 주연으로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을 자처한다. 이 시대의 감시는 위계적 질서를 띄지 않는 평등한 것으로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며, CCTV를 통해 세상으로 경계 없이 송출된다. 무화된 시간의 간극처럼 공간의 제약도 사라진 현실에서 이젠 누구나 누구를 관찰할 수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응시 속에선 노동을 넘어선 생활 전반의 과잉 활동이 종용된다. 이로써 당사자로서 우리 모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뱀, 오우로보로스의 사생아가 되었다. 더이상 타인의 꼬리가 남지 않았을 때, 개인의 차원으로 학습된 이러한 응시는 외부를 넘어 자기 검열이란 이름으로 본인을 향하기 시작한다. ● 타임드테이블의 작가들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밀폐된 장소를 섭외했다. 문래동의 지하 공간은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시침 소리가 부재한 장소다. 이 공간에서 작가들이 지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단위는 다음 작가의 출현뿐이다. 4인의 퍼포머는 전시장을 생산활동의 공간으로 삼아 파트타이머로서 출퇴근하며, 이들의 퍼포먼스는 전시 기간 동안 CCTV 영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송출된다. 닫히지 않는 전시장과 꺼지지 않는 카메라는 관람을 감시와 동일시하여 자신이 항상 누군가에게 관찰의 대상이 됨을 의식하게 한다.

강정은_최소활동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9

강정은은 호흡 활동으로 인위적인 여백 넣기를 시도한다. 설치된 CCTV를 매체로 삼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적인 활동을 송출한다.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은 채 오직 숨의 형태와 소리가 강정은의 살아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박지인_위로가는 위로_생크림, 폴라로이드 사진_가변설치_2019

박지인은 크림으로 조각을 만든다. 긍정의 시대 안에서 불가능한 것에 집착하는 조각가가 되어, 완벽한 조각으로 생명을 불어넣고 사랑을 나눈 피그말리온의 신화를 현세에 투영한다.

박현진_touch_거울_가변설치_2019

박현진은 거울로 만들어진 퍼즐 조각을 맞춘다. 공간을 점유한 퍼즐들은 완성될수록 작가의 위치를 고립시킨다. 거대한 거울의 완성은 천장을 비춤으로써 공간을 확장하지만 바닥을 잃은 작가는 경계에 남겨진다.

장우주_노력이 지워질 때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9

장우주는 TRY가 새겨진 페인트 롤러로 전시장의 벽을 메우며 노력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고찰한다. 하나의 족적은 분명한 의지와 방향성을 명시하지만, 반복적인 요구들과 시도들은 결국 몰개성의 개인과 사회를 잉태한다. ● 빛이 사라지지 않는 밤을 겪어내는 '우리' 작가들은 완성된 노동의 결과물이 놓여 있는 갤러리 공간 앞에서 '우리' 관객들을 서성이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반복적인 작업의 행위자로서 멈추지 않는 일상의 시뮬레이션 안에 다른 이들이 아닌, 우리를, 초대하여 우리 사이의 헐벗은 시간을 체험하고자 한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곧 분리된 독백과 퍼지는 방백이다. 현실에서 고립되어 존재하는 행위자와 관찰자, 각자의 독백은 무대의 경계에서 서로 마주치지만, 두려워 외면하게 되는 씁쓸한 방백만 남길 것이다. ■ 송재준

Vol.20190812e | 타임드테이블-분리된 독백, 퍼지는 방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