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SH TINT 살 빛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installation   2019_0812 ▶ 2019_0907 / 월요일 휴관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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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블로그_blog.naver.com/madamshon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자인제노 GALLERY ZEINXENO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9-4 Tel. +82.(0)2.737.5751 www.zeinxeno.com

짓이겨진 꽃잎이 만든 얼룩/머리가 박살난 채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남자/부풀어오른 부패한 고기/콧수염 안테나를 공중에 세운 채/죽은 새끼를 씹는 어미 고양이의 턱관절은/초침처럼 정확하다./발기하는 피부의 전율/어린 장미는 게걸스럽게 태양을 탐하고/빨갛게 익은 종기는/ 증오의 열기를 품은 우윳빛 액체를 뿜어낸다. ● 사슬에 묶인, 더위에 지친 개 한 마리가/제 가죽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부러진 척추와 앙상한 갈빗대를 드러낸 채/한줌의 붉은 소금이 되길 기다리며 몸을 말리고 있다./벌린 입 사이로 빠져나온/한 근의 혀와/한숨이 되어 대기 속으로 사라진, 침묵의 언어. ● 저 멀리/ 살이 오른 붉은 고무 목단 뒤에서는/유방이 종기처럼 주렁주렁/등에 자라나서 무게에 짓눌린 여자가/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며/항문이 된 동그란 입을 오물거리며 분홍빛 씨앗을 내뱉는다./ 툭. 툭. 툭./ 마치 보드라운 과육을 훔친 새들이/딱딱한 것들만을 배설하듯이.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FLESH TINT는 지상으로 뚫린 작은 유리창을 가진 자인제노 공간의 건축적 구조에 반응하여 만든 전시이다. 자인제노가 위치한 장소는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과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군중집단이 교차하는 기묘한 지역에 있다. 그 거리에는 발 밑으로 보이는 작은 유리창이 하나 있다. 그 곳이 깊은 지하세계에 존재하는 작은 예술 공간, 갤러리 자인제노이다. 나는 이곳에서 전시를 계획할 때, 깊고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에 시를 읽는 보호구역(sanctuary)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로 향한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의 변화는 지하의 공간을 끊임없이 바꾸고 숨쉬게 하여 성스러운 느낌을 주며, 시적 공간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다.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설치물에는 공간과 관객을 반영하는 거울이 많이 쓰였는데, 거울 설치물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비추어 공간이 흔들리고 움직이는 듯 보이게 하거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을 조각적 오브제와 함께 비춘다. 거울이란 반영하고 반사하고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날것의 살(flesh)같은 조각덩어리와 그것을 관찰하는 자신의 얼굴을 교차하며 바라보는 것은 이번 전시의 설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손정은_Flesh Tint_혼합재료_2019_부분
손정은_FLESH TINT展_갤러리 자인제노_2019

"시를 읽고 사유하는 장소"로 변모한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서면, 관객은 먼저 시가 놓여진 테이블을 발견한다. 시의 제목은 "Flesh Tint/살 빛"이다. 이 시의 제목은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데, 살의 색조 혹은 살과 빛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이 시는 드로잉을 하면서 쓴 "드로잉 시"이고, 시어들과 드로잉 이미지는 서로 연관관계를 지닌다. 이 세계의 비참함과 구원에 대한 것을 노래하고 있는 시는 고요한 전시장의 내부공간과 갤러리 바깥 공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정치시위의 메가폰 소리와 대조되며, 작가의 전시주제에 대한 관람객의 해석을 돕는 역할을 한다. ■ 손정은

Vol.20190812f |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