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꽃이 피다, 여기저기 어디서나 모든 지나간 그리고 다가올 봄에 Pink Flowers blossom here there and everywhere, every past and upcoming springtime

쩐 민 득展 / Trần Minh Đức / installation   2019_0829 ▶︎ 2019_1117 / 월~수요일 휴관

쩐 민 득_무제(분홍꽃이 피다, 여기저기 어디서나 모든 지나간 그리고 다가올 봄에)_ 분홍색으로 염색한 조명탄용 낙하산_장소특정적 가변설치_2019

작가와의 대화 / 2018_0829_목요일_03: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2:00am~6:00pm / 월~수요일 휴관

문화공간 양 Culture Space Yang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거로남6길 13 Tel. +82.64.755.2018 www.culturespaceyang.com

베트남 전쟁 이후 태어난 쩐 민 득은 부모나 친척에게 들은 이야기 외에는 베트남 역사와 베트남 전쟁을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찌민 문화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현대미술가로 활동하면서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 정부가 이야기하는 역사에는 빠져있는, 비공식적인 자료, 구전설화, 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베트남의 역사, 사회 문제 등을 퍼포먼스, 사진, 설치 등의 작품에 담아왔다.

쩐 민 득_무제(아름다운 안개 없는 날)_헬륨풍선, 분홍색으로 염색한 조명탄용 낙하산_가변크기_2019

쩐 민 득은 제주도에 3개월 간 머물렀다. 그동안 제주 4.3에 관한 자료를 읽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2차 세계 대전 후 미국, 러시아의 개입으로 인해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베트남 역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던 역사를 지녔기 때문이다. 다만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후 공산주의 국가로 통일되었지만, 우리나라는 6.25 이후에도 여전히 분단 상태에 놓여있다. 쩐 민 득은 베트남 정부의 통제로 왜곡된 역사의 틈새에 남아있는 개인의 역사를 바라보았던 그 시선으로 우리나라와 제주도 특히 분단과 4.3의 역사를 바라보았다.

쩐 민 득_무제(평화공원으로부터)_생존희생자 인터뷰를 재녹음한 소리설치_무한반복_2019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리와 분홍빛에 둘러싸인다. 사운드 아트 작품 「무제-평화공원으로부터」는 개인의 기억, 망각, 무관심의 문제를 다룬다. 제주 4.3 평화공원 기념관에 전시된 생존자 인터뷰 영상에 담긴 목소리를 녹음해 다시 들려준 일곱 명의 목소리는 작가가 찾고 있는, 억압 받던, 진짜 역사다. 잊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그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이 작품과도 같다. 분홍빛의 정체는 조명탄용 낙하산이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전쟁 때 사용되었던 물건들이 전쟁 유물을 파는 가게에서 수집가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팔린다. 엄밀하게 말하면 베트남 전쟁의 유물이라고 이야기되는 물건들이 팔린다. 상인들은 물건의 역사를 설명해준다. 이때 역사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이곳에서 흰색 조명탄용 낙하산을 샀다. 그리고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무제-분홍꽃이 피다, 여기저기 어디서나 모든 지나간 그리고 다가올 봄에」에서 작가는 낙하산을 분홍색으로 채색함으로써 오브제에 또 다른 이야기,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입힌다. 즉 분홍색은 역사의 왜곡을 의미한다. 과거의 이야기에는 늘 거짓과 진실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쩐 민 득_무제(이무진가와Imugjingawa 임진강의 선)_ 애니메이션, 컬러, 단채널 비디오_00:00:01(각 0.5초 2장) 무한반복_2019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 속 붉은 선은 우리나라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된 임진강이다. 베트남 작가인 쩐 민 득이 임진강을 알게 된 것은 일본 작가 이케다 쇼타로에 의해서다. 북한 노래인 임진강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므진가와로 불리며 유행하게 되었다. 특히 대다수가 남쪽이 고향인 재일동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이케다 쇼타로에게 듣고 작가는 임진강을 경계의 상징으로 이번 전시에서 사용하였다. 즉 「무제-이무진가와Imugjingawa, 임진강의 선」는 지리적인 경계뿐만 아니라 사회 내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계급, 이념 등 모든 경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쩐 민 득의 붉은 선 앞에서 진행된 이케다 쇼타로의 퍼포먼스 「선들의 사이에서」는 이러한 경계로 아파하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경계가 허물어지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쩐 민 득_이케다 쇼타로_선들의 사이에서_퍼포먼스_2019

전시장 가운데 놓여있는, 새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부조는 화합과 행복을 바라며 현관문 위에 걸어두는 베트남 장식품이다. 「무제-화합과 행복에 대한 소망」는 세계가 지역, 인종, 종교, 이념 등의 모든 경계를 넘어 화합과 행복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작품이다.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은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를 잃은 뒤에야 미국으로부터 승리를 얻었다. 그래서 작가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으로 얻어지는 평화가 아닌 생명을 지켜내는 화합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보기에 제주도가 그런 화합의 섬이었다.

쩐 민 득_무제(화합과 행복에 대한 소망)_석고_68×46cm_2019

「무제-삼무도三無島의 새들」는 새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부조를 전시하기 전, 거로마을의 집 대문에 걸어놓고 찍은 사진 작품이다. 대문이 없었던 제주도의 전통은 작가가 생각하기에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문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환영한다는 의미로 작가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에게 제주도는 봄의 분홍꽃이 화합과 행복 속에서 어디에나 가득 피어있는 축제의 장이다.

쩐 민 득_무제(삼무도三無島의 새들)_사진 설치_가변크기_2019

쩐 민 득이 제주도에서 베트남의 역사를 되돌아보듯 쩐 민 득의 작품이 다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얼마나 연관이 깊은지, 어떤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 김연주

Vol.20190825b | 쩐 민 득展 / Trần Minh Đức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