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게 하기: 이미 익숙한 곳

윤주희_정화경_최선_최하늘_추유선展   2019_0904 ▶︎ 2019_0927 / 월,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904_수요일_05:00pm

기획 / 현민혜 제작 / 컨템포로컬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화,공휴일 휴관

범일운수종점 Tiger1 서울 금천구 금하로29길 22 1층 www.facebook.com/artist.run.space.tiger.1 www.instagram.com/tiger1_artistrunspace

『낯익게 하기: 이미 익숙한 곳』은 특정 기간과 장소에 한정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사회적 조건에 따라 익숙하게 낯선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며 이내 또 다른 장소로 옮겨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미술계 구성원의 대다수는 레지던시와 전시, 프로젝트에 따라 혹은 구직과 이직을 되풀이하며 지역 간의 이동을 감행한다. 이들의 사회적 유목은 넓게는 공동체나 인간관계, 더 넓게는 정체성이나 존재가치 등에 안착하지 않고 떠도는 삶을 자의와 타의에 의해 선택해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닮아있다. ● 새로움을 모색하고 실천 담론의 변화를 따르는 개방적인 미술 분야의 특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변화를 일궈야 하는 조건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로 인해 미술계 구성원들은 한정된 기간 동안 특정 장소에 머물며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처하게 된다. 사회적 유목을 하며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도 기간/계약/임기'제'라는 조건 안에 편입되어 물리적으로 장소에 머물지만 완전하게 흔들림 없이 자리 잡을 수는 없다. 한정된 시간에 낯선 공간을 마주하고, 창작활동을 위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깊숙이 지역을 파헤치고 이해하지만, 시간이 종료된 이후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나야 한다. 그들은 거쳐온 지역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가장 낯설다. ● 물리적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쉬움이라는 감성적 흔적을 '다시 만나'는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한다. 지나간 시간에 속한 장소에서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그곳으로 모으는 것은 지나쳐온 시간과 공간을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낯익게 하기: 이미 익숙한 곳』에서 한시적으로 머물렀다 떠난 장소에 되돌아와 떠났을 때의 감정을 바닥에 놓고 그 위로 이야기를 쌓아 올려 이미 익숙한 장소와 낯 익히기를 시도한다.

윤주희_매력적 도큐멘트-기․승․전․결(起․承․轉․結)_C 프린트_79×53cm_2019_부분

윤주희는 금천예술공장 입주 기간인 2010년 겨울,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매개로 한 프로젝트 「폐기될 하얀 오브제」를 통해 금천구 일대를 이해해나갔다. 매일 밤 은밀히 치워지는 도시의 민낯과, 치우는 행위로 생계를 지속하는 미화원들의 극한 노동을 보며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숨은 노동이 있는지를 처음 인지하였다. 윤주희는 프로젝트 베이스의 작업과 기획을 하며, 현재 개인 활동은 물론 아티스트 듀오 컨템포로컬로도 활동 중이다. 올해 12월 씨알콜렉티브에서 5년 만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정화경_곡선 연습(오른쪽)_캔버스에 유채_160×130cm_2019

정화경은 2018년 금천문화재단의 빈집프로젝트 BE-IN HOUSE에 참여하며 난생처음으로 금천구라는 지역을 알게 되었고, 현재 프로젝트 종료로 본래의 거처인 용산구로 옮겨갔다. 흥미로운 이미지를 신중히 선별하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회화의 여러 층위를 찾아 마지막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는 정화경은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활용한다. 그 결과 정화경은 철저히 자신의 미감에 의해 선택된 이미지를 취하지만 독립된 작업에서 선택된 이미지들이 작가가 머물렀던 장소들과 궤적을 함께 하며 표류하는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최선_새 집 Nest_젤라틴, 식용색소, 인공향_가변크기_2019

최선의 기억 속에서 금천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존재한다. 그는 여러 레지던시를 경험하며 겪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 장소를 비워야만 했던 기억이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허전하고 아련하게 흔적으로 남아있음을 복기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재료로 치환한다. 반투명한, 반짝이는 구조체를 손이 닿으면 흐트러져 버릴 것 같은 약한 재료의 물성으로 구현한 최선은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무는 공간과 그 시간에 대한 미련, 아쉬움이 음식을 먹듯이 한 입씩 사라져 버리기를 바란다.

추유선_그림같은 1_캔버스에 유채, 목탄, 연필_91×120cm 변형, 가변설치_2019

추유선은 2018년 독산동에 작업적 둥지를 틀며 골목 산책을 시작하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골목의 풍경에서 빼곡한 집마다 계단, 혹은 대문 위에 가득히 놓인 화분에 주목하였다. 화분은 양 손바닥 정도의 넓이에 구현된 개인이 지닌 자연에 대한 이상향인 동시에 외부인, 쓰레기 무단 투기, 무단 주차를 막는 방어책이기도 하다. 그것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픽처레스크(picturesque)이자 외부와 내부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단단한 파사드(façade)이다.

최하늘_눈치 없이 굴다가 곤장을 처맞은 놈_ 폴리코트 외 혼합재료_185×52×31cm_2019

최하늘은 현재 머무는 금천예술공장 스튜디오 13호의 문 사이즈, 작가의 키, 용달차의 규격, 전시장의 문과 천장 등과 같은 조건의 한계를 통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시도한다.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완성한 순간과 전시장에 놓인 순간 그리고 전시를 마친 후 한정적인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지만, 그 시간에서 벗어난 이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작품을 통해 최하늘은 조각이 전시장에서 목숨을 소진하는 우울한 상황을 떠올린다. 그리고 처음으로 조건에 의해 정해진 보관할 수 있는 조각을 한다. 실용적인 보관을 위해 양감을 갖고 있던 조각은 뭉개지고, 말리고, 포박되어 형태의 부피가 최소화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 현민혜

Vol.20190904e | 낯익게 하기: 이미 익숙한 곳展